카파이즘(Capaism)
사진한장이역사를바꾼다.사례가많다.멀리까지갈필요가없다.우리나라민주주의의획기적전기를마련한’6.10항쟁’을승리로이끈것은한장의사진이다.연세대이한열군이최루탄에맞아숨져가는보도사진한장의폭발력은컸다.이사진으로민주화시위는폭풍처럼번졌고군사독재정부는백기를들었다.중요한역사의현장은말이필요없다.그현장이모든것을말한다.사진은이것을포착한다.

보도사진을얘기할때로버트카파(1913-1954)를빼놓을수없다.그는종군보도기자의전설이다.포토저널리즘에서회자되는말이있다.’카파이전’과’카파이후’이다.전쟁을취재한기자들은카파이전까지는한가한구경꾼들이었다.크리미아전쟁부터1차세계대적까지가그랬다.이즈음의전쟁사진들은전쟁의영웅성과애국성을강조하느라전쟁을마치야영장처럼묘사하고있다.전쟁의필연성속에아군의도덕적우위등을기념하고찬양하고자했다.그러나카파는이런종군기자와전쟁사진의성격을일변시키는전기를만든다.카파는20세기의전쟁을보도하기위해짧은생으로존재했다.그는재능과함께인내와용기,열정을겸비했다.카파는1936년스페인내전이발발하자그의애인게르다와더불어인민전선파에서종군을한다.전선의최전방참호에서뛰어나가던병사가총탄을맞고쓰러지는극적인순간을잡은작품이’라이프’에실리면서부터그는세상의이목을끈다.그러나애인게르다는그전쟁에서탱크에치여참혹하게죽는불운을겪는다.

이후카파는네군데의전장을더누빈다.1944년8월8일,그는연합군의노르망디상륙작전에참가한다.상륙정을탄카파는날아오는폭탄속에서정신없이셔터를누른다.모두1백6장을찍었다.그러나살아남은사진은겨우8장.그가운데포화가작열하는가운데상륙을시도하고있는병사의모습을담은사진이있었다.’라이프’의편집진들은"그때카파의손은떨리고있었다"는유명한캡션을달았다.이사진은상륙작전의긴박한상황을보다역동적으로,그리고전장에서의공포에질린인간의모습을포착하고있다.파인더가흔들리는상황에서초점도맞지않고포연속에사진입자도거칠기짝이없다.그러나이것이도리어치열한전쟁의극한적긴장상태를더전달해주고있다.

연합군에게포로로잡힌나치독일장군이있었다.카파는그의사진이꼭필요했다.그러나이장군포로는등을돌린채"나는미국신문의사고방식이왠지모르게싫다"면서포즈를취해주는것을거부했다.그러자카파도지지않고"패망한독일대장정도를찍는것은나도싫소"라도쏘아붙였다.그순간독일장군은격노한눈빛으로카파를홱돌아보았다.카파는그순간을카메라에담았고,그것은나치독일의야만성과독선이멸망으로이어지는상징성을담은유명한사진이됐다.이사진들은그이후종군사진기자들에게새로운인식을갖게한다.’카파이후’종군기자들은전투현장의선두에서게된다.

카파는"만약당신의사진이흡족하게느껴지지않는다면그것은너무멀리서찍었기때문"이라는신조로현장에투철했던기자였다.그의이런열정과통찰력있는행동주의를가리켜’카파이즘(Capaism)’이라부른다.위험을무릅쓰는치열한기자정신을일컫는말이다.

올해가카파탄생100주년이다.이영웅적인종군기자의탄생100주년을기념해카파의사진전이열리고있다.’로버트카파사진전’엔카파기념재단인미국뉴욕국제사진센터가소장한카파의오리지널프린트160점을비롯해카파와관련된다큐멘터리영상과카메라등이전시되고있다.카파사진전과함께카파가현역시절오래몸담았던’라이프사진전’도열리고있다.오늘의사진은초점과노출에신경쓸필요도없이기계가찍어주는디지털이대종이다.떨리는손으로역사의현장을잡은,’사람이찍은사진’의정수와대면하는흔치않은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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