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취기속에서듣는말은좋든나쁘든굉장한설득력을갖는다.
예컨대한잔더하러가자는말도그중의하나일것이고.
이말은너무식상하니제외하자.또무슨말이있을까.
그날저녁이그랬다.그들은북한산에서내려왔고,
나는집에서어슬렁스레빠를신고구기동목욕탕에서만났다.
땀짝빼고말끔하게들앉았으니,뭔술을마다하겠는가.맥주.막걸리.소주를각자취향대로마셨다.
한친구가저녁약속을핑계로먼저자리를떴다.셋남았다.그쯤에서취기가어른거린다.
채동욱이와NLL을안주삼아좀더마신다.그즈음에서한친구가건네는말.
국물좋은칼국수어떻겄노?
그런집이어딘데?
통의동시장에있다.
그래?그럼가자.
그리고들나서통의동시장으로흘러들었다.결론부터말하자면,
그칼국수집에갔는지,안갔는지기억에없다.그저어딘가엘들어가더마신것같은데,
뭘마셨는지는모르겠다.그리고들헤어진모양이다.
나는분명경복궁역정거장에서707번버스를탔을것이다.그런데집정거장을지나쳤다.
아마도백석동,아니면마두동이었을것이다.
아차,하고버스에서내렸을때정신은풀풀날아가고있었다.
어두운도로에차들이지나는데,그주제에건너갈요량을한다.무단횡단이다.
스레빠걸음이니걸음걸이가온전할리가없다.도로중간쯤에서오른편을보는데,
차가눈에확들어온다.어이구싶어혼비백산해뛰었는데그만엎어졌다.
차는지나가고나는한참을엎어져있었다.손등이욱신거렸다.
택시를탔다.집까지무사하게왔다.그쯤에서정신이돌아오고있었다.
그냥들어갈수없다.피자를두판샀다.호기있게집에들어가피자를펼쳐놨다.
그때쯤뭔가허전함을느꼈다.아,내휴대폰.나는휴대폰을잃어버렸다.
혁대에끼우는케이스에굳세게들어있어야할그게없어진것이다.
마누라가전화를해보지만,어차피고약한습득자가주워가졌으면무의미한도로일것이다.
빨리체념할수록좋다.
전화는예상한대로돌아오지않고있다.
엎어지면서손등에생긴생채기는피멍과함께아직도욱신거린다.
이고질을어떻게할까.후유증은아직도남아있다.
선배님의전화.니,그날우째된기고?
통의동이라면서뭐라하는데도시알아들을수는없고.
통의동시장에서술김에또전화질까지한것이다.
또어디서누구로부터의책망이이어질줄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