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蕩平인사’가 아쉽다
박근혜정부들어바람잘날이없다.NLL대화록문제를둘러싸고정치권이그야말로‘네죽고나살자’는식으로전개된이전투구양상의대결구도는아직도검찰의수사발표를앞두고있는진행형이고,채동욱전검찰총장의‘찍어내기’논란은검찰수뇌부의도덕적해이는차치하고서라도정치권과관련된검찰의내분양상을극명하게드러내고있다.또국정원선거개입의혹사건은불난집에부채질하는격으로나라를반분으로절단내려는기세로10개월이상지속되고있다.여기에다박근혜대통령의정부고위급人事가또도마위에올랐다.이논란의핵심은특정지역편중인사라는것이다.

박대통령은검찰총장후보에경남사천출신의김진태전대검차장을,감사원장후보에마산출신전황찬현중앙지법원장을지명함으로써고위사정라인두곳을모두이른바PK(부산.경남)사람으로채웠다.이에야당이특정지역중용의편파인사라면서비판의칼날을세우면서박근혜정부를몰아세우고있다.이번인사를포함해박근혜정부고위직의면면을보면야당의이런비판은설득력을갖는다.양승태대법원장은지난정부때임명됐지만부산이고향이고,정홍원국무총리,박한철헌법재판소장등5개헌법기관중3부요인이PK출신인데다,청와대의김기춘비서실장과홍경식민정수석등권력운용의핵심요직이또한이쪽출신이니말이다.이에대해박대통령의인사기준을‘일사분란.상명하복’으로보는비난의시각도있다.그리고이에따른사정기관의쏠림현상과정권눈치보기를크게우려하는시각이높은것도사실이다.

물론이런인사에따른박근혜정부의입장도있다.지연.학연을고려하지않고좋은사람을고르다보니그렇게됐다는것이고非PK인사들의고사등에따른인재풀의고갈도있었다는얘기다.여기에추가되는적격인사의면모는이른바‘국정철학의공유’다.그러나그런차원에서사람을고르다보니그렇게됐다는주장은현정부의라인업을보면허전하다.공공기관장을제외한청와대와행정부의장.차관급90명가운데PK가20명,TK(대구.경북)가12명으로영남출신이무려36%로3분의1을훌쩍넘기고있다.게다가5대권력기관(감사원.국세청.검찰.경찰.국정원)장중2명이PK출신이니한마디로너무쏠렸다.

역대대한민국정부중새로운정권이들어서면언제나대통령의출신지에따른지역편향인사에따른논란이있어온게사실이다.그리고어느대통령후보라도집권전에는지역편중인사의폐해를지적하고국민통합차원에서의‘탕평인사’구상을밝히고이의중요성을강조한다.박대통령은특히더그랬다.그녀는지난대선캠페인기간중광주를찾아“국민대통합을위해서는진정한실천이뒤따라야한다”며“모든공직인사에서대蕩平인사를할것이며,지역균형발전을통해어느한지역이아니라모든지역에서행복할수있는100%대한민국정권이될것”임을공언했다.영남출신으로호남의중심지에서이런공언을한박대통령의인사는,그러나집권뒤지금껏나타난결과만놓고보면전문성과국정철학만중시했지탕평인사의정신과기준은희미해지고오히려특정지역에의편중만부각되고있다.

뿌리깊은4색黨爭에골치앓으며탕평책을모색했던조선조영조는각기다른당색의정승판서를회동시켜술상을자주내리곤했는데,그술상에는별나게큰신선로하나만이덩그러니복판에놓여나올때가많았다고한다.신선로는노란계란전,검은버섯전,파란파전,붉은당근전등4색전이들어있게마련이다.신선로는각기다른이질요소나불화요소가화합할필요가있을때,같이먹으며화합을다지는이른바‘정치음식’이었던셈이다.

박대통령은아버지인박정희전대통령시대의망국적인지역갈등과그에따른폐해를누구보다잘알고있는장본인으로이런구도를깰적임자이다.국민대통합을정권의캐치프레이즈로내걸었다면,그단초는탕평인사의실현이다.날씨도쌀쌀해져가는이즈음야당지도자와뜨끈한신선로라도共食하며서로탕평정치의의지를다져보는것은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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