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智異山을종주하면서반달곰과조우했다는목격담은이제그리신기한얘기가아니다.그러나듣는사람의입장과그것을직접본사람과의느낌은天壤之差다.지난해초여름지리산을종주하다주능선선비샘부근에서반달곰을만난한친구는아직도그때의감흥을잊지못하고“육중한일본스모선수처럼어기적거리며뒷모습을보여준”반달곰얘기를무슨무용담처럼곧잘들고나온다.

그런얘기가그리신기하게안들린다는것은그만큼지리산에반달곰이적지않기때문일것이지만,그렇다고흔하게대할수있는동물은결코아니다.격세지감이들지만20여년전만해도산에서반달곰을만난다든가출현한소식을듣는것은하나의‘사건’이었다.1990년6월어느날의한신문은五臺山에서몇날을잠복한끝에만나촬영한반달곰기사를커다란사진과함께일면톱으로올리고있다.그것은그보다7년전인1983년설악산마등령범잔바위골에서밀렵꾼의총에맞아절명한반달곰이후처음드러낸반달곰소식이었기에그럴만했고또한그의미도컸다.

우리나라반달곰은6.25동란이전까지웬만큼높은산에서식하고있었다.그러나전쟁의영향과산림황폐,그리고남획등으로그개체수가급격하게줄어들어급기야절종위기에처하면서우리곁에서보기힘든귀한존재가돼버렸다.전쟁이후반달곰이목격된것은83년의숨진반달곰을포함해모두5건에불과했으니,90년당시반달곰의출현은세상을놀라게하기에중분한것이었다.당시우리나라전역에서식하고있는반달곰은추정치로20마리내외.그후이들곰마저사라져갔다.반달곰이보호를위한천연기념물제329호로지정된것은물론그전이다.

정부당국에서절종위기에처한우리나라의반달곰구제에본격적으로나선것은2004년이다.救濟는復元을의미한다.말하자면우리나라본래서식의반달곰대신외국산을도입해우리나라자연에방사,적응시켜개체수를늘여간다는방법이다.반달곰은시베리아아무르우수리지역,중국북부와만주,한반도,그리고일본에걸쳐분포지역이다양한데,우리나라서식의것은아시아권의곰과같은亞種에속했다.

반달곰새끼다섯마리가지리산국립공원에서태어났다는소식은반달곰복원사업의큰결실이다.지리산을대상으로한반달곰복원사업은2009년첫새끼가태어났지만,우여곡절이많았다.적응을못해죽은곰도있었고,야성을잃은곰도있었다.그러나다양한시도와노력끝에올해좋은결실이나온것이다.

이번에태어난새끼곰들의어미는세마리다.이들어미곰세마리가한달간격을두고다섯마리를출산한것인데,이들을더하면현재지리산에서식하는반달곰은모두35마리로늘어난다고한다.이번에태어난반달곰은러시아에서들여온곰과중국에서들여온곰,그리고서울대공원에서방사한곰의새끼라고한다.당국에서는오는2020년까지50마리의곰서식을목표로하고있다는데,이쯤되면지리산이바야흐로반달곰의국제서식터라해도무방하지않을까싶다.

반달곰은이처럼천연기념물로지정돼지리산에서서식되고있는것만은아니다.1000여마리의또다른반달곰이우리나라전국의비좁은철창우리에갇혀사육되고있다.1980년대농가소득증대를위해러시아등에서들여온500여마리가그발단인데,키운뒤수출하면큰돈을벌수있다는말에농가마다앞다퉈들여왔지만1993년우리나라가멸종위기에놓인야생동물의국외반출을금지한‘국제거래협약(CITES)’에가입하면서이상한신세로전락했다.수출길이막힌것은물론파는것도,함부로죽일수도없는처지가됐다.반달곰의또다른얼굴이다.

(1990년6월오대산에출현한반달곰:경향신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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