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映樓 산행

오늘,북한산을오른것은순전히山映樓를보기위한것이다.이제산오르기도옛만못해게으름으로대충하는게몸에익어간다.그러니산성에서산영루까지는게으른나에겐얼마나좋은코스인가.

북한산산영루는북한산성대서문을지나부황사지가는곳과중성사사이에있다.조선조북한산유람의대표적인명소로조선시대시인과묵객의글에도자주등장하는데,추사김정희의詩에도나온다.산영루는그러나1925년대홍수때유실돼그초석만남아있어왔다.

북한산을처음다니기시작한코스가산성코스라,산영루는나에겐익숙한곳이다.하지만초석만이주변의비석들과함께썰렁하게남아있어그정취에哀感을더해주던곳이다.그산영루가복원된다는소식을들었고,8월말공개된다고해누구보다기대를갖고있었다.

대서문으로오르는길은두가지다.계곡으로오르는것아니면아스팔트길로오르는것이다.아스팔트길로간다.이길이좋은것은순전히추억탓이다.계곡으로오르는길은그리오래된코스는아니다.처음북한산을오를때부터아스팔트길로다녔으니눈에익고몸에도익었다.

땀이조금날무렵삼거리에도착했다.이곳도얼마전에비해번해있다.위문으로올라가는초입왼쪽에있던향나무집이흔적조차없어진것도그렇고,그맞은편으로무슨야생화길이새로조성된것도그렇다.산행은추억과그리움도그원동력의한축을이루는데,북한산은근자에너무변하는것같다.

부황사지쪽계곡.지난일요일에도삼천사를지나이곳으로내려와발을담갔던곳을지나산영루에도착했다.그러나썰렁하다.알려진것과다르다.누각은지어졌으나,아직마무리가안됐다.채색작업도안됐고현판도안달려있다.주위에띠를설치해놓은게아직공사중이라는표식이다.물론올라갈볼수도없다.그저나무빛일색의덩그런누각만쳐다보는수밖에.산영루까지만오르기로했으니그걸지켜야한다.암만.완성된산영루는못봤으나,어쨌든산영루까지는왔으니이제내려가자.오르던길로되돌아가자.

대서문을지나내려오는데눈길이멈춘다.대문양편에양각된짐승의얼굴상이다.그건이름하여’누혈(漏血)’이다.대문위에지어진문루의이를테면배수시설인데,누혈이라는이름이여자의그머시기에빗댄게이채롭다.예전에수없이이문을지나면서저게뭘까고생각하다가작심해서찾아본바에따르면그렇다.대서문도나에겐추억의자리다.예전이문을지나오르는초입의왼쪽에막걸리집이하나있었다.조망이좋아오르내리는사람들이많이들리는곳이었다.내마누라요즘산에안다니는데,예전나와다닐적에그곳에서막걸리한잔씩하던곳이다.그집조금위오른편에라면맛이좋은조그마한가계도생각난다.라면한그릇과막걸리한병으로산행을즐겁해반추해보던집이었다.

글이길어졌다.쓰고보니무엇때문에이글을썼는지나도모르겠다.막걸리를좀많이마셔서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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