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벽’ 山行

북한산숨은벽.
오랜만이다.
처음올랐던게1994년이다.
사기막골로올랐다.
가쁜숨을몰아쉬며올라가다
어느지점에서마주치는거대한바위길.
그바위길은백운대로이어진다.
왜숨은벽인가.
백운대로올라가는바위벽이인수봉과염초봉능선에끼어
숨어있는듯한기묘한모습으로이뤄져있기때문이다.
숨은벽의하일라이트는’그랜드슬랩’이다.
30m정도의암장으로이뤄진단일바위길인데,
그냥오르기에는도저히힘들어보이는,보기에도숨이막히는암벽이다.
이바위길에처음붙었을때느꼈던심정은공포그자체다.
양손을짚고올라야하는데,선배의지시는한숨에오르라는것이었다.
말하자면오르는데한시의쉼도없어야한다는것이다.
숨을깊게들이쉬고올라,도착했을때숨을뱉어야한다.
올라가는것도그렇지만,내려오는게더어렵다.
우리선배는그길을뛰듯이내려가곤했다.

외사촌동생둘과함께올랐다.
좀늦게시작한산행이었는데,사람들이많았다.
밤골입구,산행시작지점부터차량이주차해있고,단체산행객들로붐빈다.
오르는곳곳마다에서옛추억이묻어난다.
처음마주치게되는난관인암벽은예전가는달리우회길이마련돼있었다.
예전이바위를잘못올라쩔쩔맸는데,이제는쉽게지나갈수있었다.
제일힘이드는지점은숨은벽의’그랜드슬램’과마주치게되는’전망바위’까지다.

이바위에오르면용의등골같은숨은벽의위용을볼수있다.
산행객들은많은데,’그랜드슬랩’에는사람의그림자도없었다.
예전에는항상이곳에사람들이붙어있었다.
이바위길을지나야백운대까지갈수있기때문이다.
조카말로는백운대직전’호랑이굴’도무너졌다고한다.뭔가변화가있는모양이다.’전망바위’인근에자리를잡았다.
동생들이각가지먹거리를준비해왔다.
간장치킨과구기동입구’예찬김밥’에마련한도시락,그리고각가지반찬들.
나는찐조기와알타리무우김치를갖고갔다.
소주가빠질리없다.동생은생맥주도마련해왔다.
주거니받거니하면서동생들과오랜만에얘기들을나눈다.
멀리도봉산선인봉과오봉이한눈에들어온다.

가까이에있는산은
항상아내와같다
바라보기만해도내것이다
오르면오를수록재미있는산
더많이변화를감추고있는산
가까이에서더모르는산
그래서아내같다
거기언제나그대로있으므로
마음이놓인다
어떤날에는성깔이보이고
어떤날에는너그러워눈물이난다
칼바위등걸이나벽이거나
매달린나를떠밀다가도
마침내마침내포근히받아들이는산
서울거리어디에서도
바라보기만하면가슴이뛰는산
내것이면서내가잘모르는산
(숨은벽: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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