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아내더러이런말을했다고합니다.살고있는집터가안좋으니빨리이사를가는게좋겠다.아내와는잘알고지내는분인데,시쳇말로뭘잘보는분으로알려져있다더군요.
예전같았으면아내의그말에면박이나주고말았었겠지요.
그러나근자의상황이그렇지가않으니좀솔깃해졌습니다.좀구체적으로얘기해보라했지요.아내의지인되는그분에따르면,저희들이사는아파트동네어귀에들어서면뭔가느낌이이상하다는것입니다.한마디로음기(陰氣)가느껴지는음산함이라는군요.그런터에지은집에살면안좋다는것이지요.
아내는문득3년전에일어났던일이떠올랐다고합니다.물론그일로아직까지고통을받고있습니다.작은아들이사고를낸것입니다.그일로상당한고통을겪었고,아직까지그여파에시달리고있습니다.뭔가그런일이없었다면,그런생각이안들었겠지만,나쁜일이생긴와중에그런말을들으니아내가바짝긴장하지않을수가없었겠지요.물론아내의지인되는그분은저희집에일어난일을모르고있는상태에서그런말을한것이었기에더그랬던것같습니다.
아내는그런말을하면서아무래도이사를가야할것같은말을합니다.그러나어디이사가는일이쉬운일입니까.더구나목돈이있으면모를까,집하나달랑갖고있는처지에서갑자기이사를도모한다는것은그리만만한일이아니지않습니까.그런뜻을비쳤더니아내는어쨌든이사가는쪽으로노력하겠다고덧붙입니다.그말에나도속으로동의를하고있었습니다.우환은겪어보지않은사람은모릅니다.모름지기운명론자가될수밖에없습니다.
이사를당장갈수는없지만,어쨌든무슨강구할방법이없나하고생각했습니다.
조금진전된방향에서생각하자면집풍수에대한것이지요.집에음기와어둠이서려있다면,그것을제어할어떤대책이없을까고생각했습니다.퍼뜩어떤생각이떠올랐습니다.
어느책에선가신문에선가봤는데,집에걸어놓는그림이나글씨로풍수를다스린다는내용이었지요.제집거실에는후배의그림한점과동양화가의좀만장의냄새가풍기는전위적인액자형식의서화가걸려있습니다.아이들방에도몇가지그림과액자가걸려있습니다.그그림들을좀찬찬히살펴봤습니다.작은아들방에걸려있는한액자가눈에들어왔습니다.기묘한여인의형상을하고있는은박공예품이었지요.예전기자시절,인도네시아출장때사온액자였습니다.그게걸렸습니다.음기가넘치는집에기묘한여인의형상이말이되는가싶어치워버렸습니다.
큰아들방에는쳐박아두었던히말라야안나푸르나일출사진을갖다놓았습니다.그리고또몇개있는산사진들로아이들방을채웠습니다.큰산(山)의기(氣)로써음기를제압했으면하는바람이었지요.
작년에파주에계시는인간문화재각수(刻手)에관한글을쓴적이있습니다.그게연이되어그분이손수새겨찍은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몇점을그분으로부터선물받아주변분들께나눠주고한장남은게있습니다.그게문득생각났습니다.꺼내펼쳐보니생각보다방대한크기였습니다.불교신자는아니었지만,여느네가정처럼불교적인분위기속에서컸고,오래전에돌아가신외할머니를통해불교를변두리까지는접해봤었지요.그걸거실에걸었습니다.관세음보살의대자대비(大慈大悲)에의지해보고자하는심경에서였지요.참고로저는가톨릭영세를받았으나,지금은오래냉담중에있는,말하자면‘나이롱신자’입니다.하지만가끔어렵고힘들땐‘성모송’을주절거리곤합니다.아무리나이롱일지언정그래도명색이가톨릭신자가관음수월도를거실에걸어놓는다는게말이되는지모르겠습니다.하지만,나는생각대로움직인것같습니다.그만큼절박하고어려운심경이지요.
그렇게집안에변화를준지한10여일됩니다.그러나그것으로도마음에차지않았습니다.몇년전에영화하는후배로부터선물받은종이있습니다.봉은사에서샀다는장식용의불교범종인데,소리가아주청아하고맑습니다.어쩌다종을울려들으면정신을일깨워줄정도입니다.그종을울려보다가문득생각이났습니다.집안에종소리를울리자는것이었지요.요즘은매일아침종을집구석구석마다에울려퍼지게합니다.그리하여어둠이사라지기를기원하고있습니다.이글읽어보시는분들의헛웃음이들려오는것같습니다.그러나누가뭐래도어쩔수없습니다.祈福이아닙니다.피할수만있다면우환과환난을피하고싶을뿐입니다.
살다보면여러일을겪게됩니다.좋은일도생기고,궂은일도있게마련입니다.거기서얻는교훈이랄까,남은생에서의바람은그저무탈하고평범하게살아갔으면하는것입니다.이런과정에서또어떤일을겪게되고어떤엉뚱한일을할런지모르겠습니다.모두들우환없이행복하시기를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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