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eBay)의 그 시절이 그립다

옛신문스크랩북을뒤지는데이런기사가나온다.글로벌경매사이트인이베이(www.eBay.com)의CEO인멕휘트먼과이베이에관한기사다.신문날짜를보니2001년1월19일이다.그때면이베이가1996년선을뵌지5년째되는해로,당시이베이는인터넷수익모델의글로벌장터로전세계적으로선풍적인인기를구가하던시기다.당시회원이150여개국의1890만명이며골동품에서자동차까지4500여종의품목이거래되고있었고,매일60만개이상의물품이새로등록되고있었다.이베이를이런수준으로이끈이가1998년사장으로부임한멕휘트먼이다.이때쯤이면나도한창이베이에빠져있을무렵이다.

다니던신문사를그만둔게1998년이다.자의반타의반으로나온신문,좀더넓게봐언론에대한미련은없었다.그만좀쉬고싶었다.그때나이가마흔일곱이니,쉬려고해도쉴수없는처지였다.한달정도쉰다는핑계로무위도식하다시피했지만,속사정이한가하지않은것은당연했다.뭘해서먹고살것인가.재취업을할수는있었다.그러나그생할이지긋지긋해그만둔처지에같은일로재취업을한다는건자존심의문제아닌가.

시행착오가있었다.’가장자신있는일(?)이술마시는것이었기때문에그방면으로생각하고추진하다구설수로접었다.조그마한충격이었지만,그로인해얻은것은복고적인생각이었다고나할까,수세적이고좀소극적일수밖에없는방향이었다.복고적인일을하자.무엇이그런일일까.방향을그리잡고궁리끝에선택한게옛물건을다루는일이었고좀더구체적으로는오래된카메라였다.

오래된카메라를좀고상한말로클래식카메라(classicalcamera)라고하는데,대개는독일제사진기들이주종이었다.당시청계천황학동에그런카메라를사고파는곳이더러있었는데가격이비쌌다.독일제면무조건30만원선이었다.요조조모살펴보기위해한서너대를구입하니적잖은돈이후딱날라간다.그때만난게라이카(Leica)다.황학동거리를걷다가좌판에마주친라이카는IIIF모델이었고,상태가안좋은렌즈(Summicron5cm/f2)까지끼워70만원을달라길래얼마정도깎고는덥석샀다.그게라이카와마주치는운명적인계기였다고나할까.

클래식라이카카메라에대한전문서적이없었다.아마존을통해책을구입해딴에는라이카를파고들었다.그러다그것에빠져든다.문제는돈.라이카를포함해독일제옛카메라값이워낙비싸니싸게살방도를찾게되는데그때마주친게이베이(eBay)다.그때가1998년7-8월경이었는데,그야말로목마른사람이우물찾은격이라고나할까.eBay에서classiccamera로검색을해들어갔더니,이베이카테고리로빈티지(vaintage)카메라로이동되면서수천대의카메라가눈앞에전개된그광경은지금생각해봐도횡재한기분이었다.

그렇게시작한이베이어(eBayer)생활이었다.처음낙찰받는게0.99달러짜리,미국GE(GeneralElectric)사의노출계였는데,은행에서MO(moneyorder)를끊어구매자에게부치고,노출계를손에넣은게한보름걸렸다.그때의기뿜도잊을수가없다.말로만듣던전자상거래를이베이한건낙찰로경험하게된것이다.그때를계기로이베이를파고들었다.아무리이베이릁통해옛카메라들을접하면서복고적인생활을즐긴다고하지만먹고살아야한다.말하자면수익성이있어야하는게아닌가.브라운팍세트(BraunPaxette)라는카메라가세트(outfit)로나왔다.렌즈세개에케이스까지.밤을새워입찰에뛰어들었다.그래서낙찰받은값이140달러정도였다.

그물건을한보름후받아명동지하상가로가져갔다.당시그곳에주로일본인들을상대로하는클래식카메라가게가두어곳있었다.’소공카메라’라는곳에서갖고간팍세트를풀어놓고흥정을벌였다.47만원을받았다.첫거래였고,그것을통해한30여만원을번것이다.그거래를계기로가게와연을이어갔는데그게한5-6년된다.그야말로엎드려헤엄치는격이었다고나할까.당시국내엔독일제클래식카메라에대한가격형성이잘안돼있었다.말하자면좀좋은것은부르는게값이었다고나할까.그리고모델이다양하지못했다.그틈을나는이베이에서구한독일제카메라들로파고든것이다.라이카도잘아는사람이없었다.그저일본책좀보고아는행세를하는사람이몇몇있을정도.제임스라거(JamesLager)라는분이그당시라이카의세계적권위였는데,나는이양반에게메일로문의를할정도였으니,다른사람이어떻게봤을까싶다.이런경우가있다.

올드라이카카메라중에가치를높게평가받는품목은나치독일때독일군이사용한것들이다.이런것들은같은모델이라도가격면에서한서너배는높게쳐준다.도널드파찌(DonaldPazzl)라고,몇차례거래를통해좀알고지내던미국의할아버지판매자가있었다.지금은아마돌아가셨을것이다.이분이메일로연락을했다.언제몇시경에좀귀한라이카들을이베이에올리겠다는전갈이다.그때이미이베이에는’즉시구매(BuyItNow)’가있었다.그시각에맞춰새벽에이베이에들어갔더니과연몇대가올라와있었다.

그중한품목을골랐다.좀애매한내용의나치독일군이사용하던카메라였는데,올블랙의라이카IIIa모델에표준과텔레렌즈(TelephotoLens)였다.카메라에는나치독일의독수리문양의렌즈캡이있었고,렌즈들에는나치독일육군의판저(Panzer)탱크부대를뜻하는글이새겨져있었다.제임스라거의책을뒤져봐도이에대한자료는나와있지않았지만,과감하게즉시구매로샀다.그리고는라거에문의를했다.답이왔다.나치독일군카메라에대한기록은정해진게없고계속나오고있는중이라는것.내가사진으로보낸그카메라에대한판정은진품이라는답을보낸것이다.그메일을프린트했다.그리고소공동으로가져나가팔았다.적잖은이익을남겼다.

돈벌기참쉽다고생각했다.물건은이베이에널려있고,잠을좀설치고조금만수고를하면그것들이나의수중에들어오면서돈이된다.일산에살면서근처우체국에사서함을갖고있었다.미국의USPS나우리우정사업본부를통해트래킹을하면낙찰된물건의스테이타스(status)가시간별로나온다.우체국에도착한일자도물론나온다.집에서우체국까지는걸어서한20여분걸린다.카메라가몇대도착한날이면자전거로간다.자전거뒷자리에카메라를싣도집으로오는길이그렇게즐거울수가없다.그런날들이계속될줄알았다.돈도많이벌줄알았다.장사가주목적이었지만,그러는사이에클래식카메라에서서히빠져드는것도하나의낙이었다.콜렉터(colllector)가돼가고있었던것이다.

하지만그것도잠시였다.디지털시대가그렇게빨리닥칠줄예상하지못했다.그래도필름카메라는영원할줄알았었고,그래서계속클래식카메라에매달렸다.그러나그시절은그렇게가고있었다.아직도옛카메라들을애지중지아끼고있지만,집에쌓여있는카메라들이어떨땐두렵게느껴질때가있다.이것들을어떻게할것인가에대한고민도적지않다.한때는이베이를통해팔기도했고,이즈음도간혹한두어대씩내놓기도하는데,아무래도이제는산값에훨씬못미친다.국내에서도인터넷을통해내놓고있는데,마찬가지다.

이베이를시작한게1998년후반이었는데,지금껏거래건수는2,500건을상회한다.이런점에서나는이베이초창기멤버임을자임한다.추억을주었고,거기를통해알고접하게된옛카메라들로받았던위안이고맙다.불면의밤을위로하고어루만져준게그것들이고,또지금까지그나마배안굶고살게해준것도부분적으로그덕분이다.이베이를만난것은내인생중반기의행운이었다.그러나이제는예전만못하다.열정도많이사그라들었고.카메라들을매만지고손질하는시간도차츰엷어져간다.이제는어차피추억이되고있는것이다.

아베이를통해알게되었던몇몇나라들의라이카를다루던할아버지들도그립다.이베이도예전같지는않다.덩치와규모는엄청커졌지만,초창기이베이와는많이달라졌다.시대의흐름을무시할수는없을것이다.물론나자신나이먹은탓도있을것이고.그시절이베이에는사람내음이풍겼다.어차피경매사이트라는게의미하는바물품들이쓰던(used)것들이라판매자들이나이든사람들이많았다.이메일을기반으로한통신수단이어서이사람들과메일을주고받다보면거래를떠나인정같은것을느낄수가있었다.그러나지금은그렇지않다.통신도개인간에주고받는이메일이아니다.그러니예전과달리이제는이베이,그리고판매자들에게서는상술(商術)만느껴질뿐이다.그래서이베이의그시절이그리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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