墨香속의 自己省察과 友情
이순(耳順)을훌쩍넘긴나이들이다.이나이쯤의세상살이는말그대로耳順,즉귀가순해지는나이니그에따라살아가라는말이지만,어디그리한가.나이가들수록세상일은그에걸맞게생겨나고부대껴지는것이어서결코만만치가않다.이나이쯤이면대개는하던일에서은퇴해그후의일을모색해야할지점이다.경제적으로궁핍하면그것대로해결의방도를찾아야할것이고,그게아니라면여가를어떻게선용해자신과가족,그리고주변에게바람직한방향의일을찾아야할것이다.

우리들은같은고등학교를나온동기생들이다.모두들현역에서은퇴해말그대로노후를어떻게값지고알차게보낼것인지를궁리타가뜻을함께했는데,나름여러생각들끝에우리들이여가선용의일로선택한일이있다.붓글씨쓰기,즉서예(書藝)다.서예는붓글씨의기예(技藝)를연마하는것이지만,한편으로그과정에서자신을직시하는자기성찰의수련이기도하다.뜻을모은동기생친구들이서예를택한것은그나이에무슨서예의높은경지에들어가기를바랐겠는가.그보다는아무래도정신수련의후자쪽에더관심을가졌지않았나싶다.

서예쪽으로가닥이잡혀진또한배경은동기생친구중에일찍부터서예를배우고익혀상당한수준에이르고있는한친구의재능기부식의자청(自請)이있었기때문이다.더불어마침,친구들가운데강남압구정동에동기생들을위한사무실을제공한한친구가있었기에이일은별어려움없이성사됐다.이두친구의공이크다는말이다.

그렇게해서동기생들의서예교실이문을연게작년2월이고,이름하여‘붓방’이라칭해졌다.동기들로부터지원을받아10여명이수련생으로등록해오늘에이르고있다.매주두차례‘붓방’에모여서예공부를하는데,가르치고배우는그열의가상당하다.공부는한일(一)자획긋기등기본적인것부터시작해반복해서기초를다져나가는것을중점적으로하고있다.물론붓과먹다루는일을비롯해서예에임하는자세등도공부의기본덕목이다.한해가지난이즈음에도이같은기본적인공부가우선이다.이를게을리했을경우초암(草菴)서성우훈장의질타가따른다.

붓글쓰기는예컨대춘(春),태(泰)등평행한가로획세줄쓰기의기본을익히는게쉽지가않은데,서훈장의시연을통한진지한가르침으로방분위기는긴장감마저감돌정도다.가로세줄,즉석삼자쓰기의경우,끝부분을올려쓰는앙(仰),평평하게쓰는평(平),끝부분을살짝내려쓰는부(俯)의이른바삼원칙으로글씨의균형과자태를잡아가는가르침에선말은쉽지만,실제써보면어렵다는것을절감하게된다.

초암서성우훈장의글솜씨는이미정평이나있다.여러차례서예전을열기도했지만,필력10년을넘긴이즈음에도인사동스승에게아직도배우고있을정도로서예의경지를넓혀가고있다.서훈장의글이우리동기들로하여금자부심을높여준글이있다.‘천하수안망전필위(天下雖安忘戰必危)’.“천하가비록안정됐다하더라도전쟁을잊고살면반드시위험해질것이다”는뜻의경구인데,이글이빛을발한것은서훈장이쓴이글이동기생가운데전쟁기념사업회회장을맡고있는이영계장군에게전해졌기때문이다.이글은이장군이야전군시절부터늘마음에담아오던것이라그의미가더각별한것이었고,특히남북대치상황에서하루하루를살아가는우리나라가자칫이런상황을잊고살기쉬운처지를경고하는경구라는점에서시의적절한것이었다.

‘붓방’은이렇듯서예공부도열심히하지만,동기친구들의우의를더욱다지는장소이기도하다.‘리더사운드’정지호회장이우리동기생들을위해압구정동의빌딩에사무실을제공한자체부터가그렇다.동기회장을역임하는등그간동기들을위해물심양면으로노고를아끼지않은정회장은우리동기회를더욱탄탄이하기위한배려의차원에서사무실을흔쾌히내놨다.이사무실은서예교실도운영되지만,우리동기들이오며가며들릴수있는만남의공간이기도하다.정회장의‘붓방’을통한동기들의우정결속에기울이는노력은서훈장의그것에못지않다.‘붓방’은지난2월초,개설일주년을기념하기위해동해안으로2박3일간의이른바MT도다녀왔다.이또한정회장의‘붓방’과동기생을위한열성이돋보인이벤트였다.

‘붓방’공부가끝나면가끔조촐한주연도베풀어진다.근처의고향아주머니가운영하는한주점에서주로베풀어지는데,서성우방장의주력(酒歷)또한정평이나있기때문에술자리는조촐한가운데서도항상질펀하다.지난2월3일그날도서예공부가끝난후모두들함께그집에서술을마셨다.세무법인을운영하는박인목동기생이진즉부터‘붓방’을위한주연(酒宴)배설을자청했었는데,그날와서베푼것이다.모두들신나고즐겁게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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