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청계천8가황학동시장이지금은동묘시장이라고한다.어제옛추억을되살려한번나가봤는데,뭐라할까,귀중한책과추억을낚은기분이다.시장거리를돌아다니다어느골목에오래된책들을내놓은곳에멈췄다.어떤분이열심히고르는와중에언뜻보니눈에띈게’古時調(고시조)新釋(신석)’이라는책이다.
저자인爲正(위정)申瑛澈(신영철)선생은어디서들은듯하다.책을살펴보았는데,역시그분이다.春川(춘천)출신의한글학자이자‘조선어문학회’사건으로일제에의해투옥된독립운동가로6.25무렵에납북된분이다.책은고시조를중심으로우리말과글에대한자부심이넘쳐난다.선생은서문에서“우리시조문학에대한국민적교양을높이기위해엮었다”고쓰고있다.
1946년10월9일,한글탄생500주년을맞아선생이쓴‘책을내며’라는서문은사뭇감동적이다.선생은“이제한글탄생오백주년을기념하여나의반생에혹은철창에서,혹은궁촌에서사나운비바람속외로운내마음의벗을삼았던옛시조를풀이하여,학도들의바람에이바지하고애오라지마음의선물을삼고자하나니,이는시체에아첨하며양두구육으로헛된이들을팔고자함이결코아니다”고적고있다.
책은청구영언(靑丘永言)과해동가요(海東歌謠)를바탕으로고려충성왕때의우탁(禹倬)으로부터萬海한용운선생까지의우리의고시조를한글로풀어새김질하면서시조에대한해설과지은이에대한설명을꼼꼼히붙이고있다.
책의서문은鷺山이은상선생이썼다.노산은‘책머리말’에서“우리의문화적유산중에가장귀중한시조를처음으로연구하려는젊은이들에게친절한지침이될만한책이지금껏없는것은너무나부끄럽고유감스러운일이었는데,(이책으로)이제는적막을깨뜨린느낌을준다”며위정선생과책의발간을축하하고있다.
위정선생의이책에대한바람이당시학생들에게상당히미쳤는지,책갈피마다,시조를배우고익히려는향학의정성이묻어난다.시조한편한편,한구절구절마다밑줄쳐가며공부한흔적이묻어난다.
이책은한편으로책주인에대한궁금증을자아내게한다.책뒷장에주인으로보이는사람이쓴글이그단초다.주소와이름이쓰여있는데,‘경상남도함안군가야면검암리‘원진의원’이그주소이고‘조성균(趙性均)’이주인이다.그뒷장을넘기는데나도모르게탄성이나왔다.주인이다니던학교이름때문이다.馬高(마고)와馬中(마중)이나온다.이학교를다니고있다는얘기다.책을산곳과일자도나온다.‘4283.1.15가야시장’이렇게적혀있다.그러니까단기4283년1월15일함안군가야면가야시장에서샀다는얘기다.그리고그밑에‘馬中趙性均(마중조성균)’이라고적고있다.
단기4283년이면6.25전쟁이발발한1950년이다.그해에마산고,혹은마산중을다니던학생이시조공부를위해동네시장에서책을샀다는것인데,마산고와마산중이겹치는것은당시학제개편에따른혼란때문이었던것으로보인다.위정선생이납북된해가1950년이다.책이발간된게1948년인데,이년후선생은납북되고조성균학생은책을품에안게되는인연이느껴진다.
책앞표지에낙서로적혀있는이름은‘趙南奎(조남규)’다.함안에사는조씨성이니까필시함안趙씨일것인데,함안趙씨항렬로보아조성균의동생같아보인다.말하자면형조성균이이책으로공부를했고,이어동생이이책을물러받았다는얘기다.
나도마산고를다녔으니,책의원주인인조성균은나의대선배가된다.1950년그해혹여1학년이었으면마산고12회가아니겠는가.그기수가아닐수도있겠지만,그언저리일것이다.조남규라는이름도귀에익다.내기억이맞다면아마도21회일것이다.참고로나는29회다.
황학동을거닐다우연히발견해내품에안게된이책은,책도책이려니와다른한편에서고향학교와선배를떠올리게하는추억거리를안겨주고있다.아득한세월,60여년전의그선배를찾아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