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바위’ 다시 극복하기
BY koyang4283 ON 4. 11, 2015
매주북한산을갑니다.중.고등학교동기친구들과함께지요.안가면다리에곰팡이버짐이생길것같다고들말합니다만,기실이렇게함께북한산을오른지가10년이넘었으니그렇게들말할게재가충분히있을것입니다.
가는코스는대개일정합니다.아니일정한게아니라일정해졌습니다.흔히들이렇게들말합니다.좋은산행의요소가운데하나는’접근성(access)’이라고요.우리들은그걸명분으로내세우면서이른바’상명대코스’를고집합니다.이코스는광화문에서집결해버스한번을타고20여분이면북한산삐알에도달할수있는참편한산길입니다.상명대교정을뒤로해탕춘대길을걸어향로봉으로오르던가,아니면우회해포금정사절터로해비봉능선에일단붙습니다.거기서비봉,사모바위까지일단갑니다.사모바위는북한산을다니시는분은잘아시다시피북한산비봉에서문수봉으로이어져가는능선상의하나의아이콘입니다.비봉쪽에서가던,문수봉쪽에서가던필연적으로만나게되는데,그우람한자태가어떤때는안도의대상으로,또어떤때는경외의대상으로다가오곤하지요.
그런데문제는사모바위입니다.통상거기서퍼져앉습니다.시간도점심참때이니요기를그곳에서대개합니다.널찍한헬기장시멘트바닥에앉아,한참을갖고온음식들과수다로시간을보냅니다.보통3-40분정도앉아들있습니다.배도채우고,혹여술이라도있는날이면쪼매얼큰해진상태가되면서엉덩이가무거워집니다.
자,일나자.무작정앉아퍼질수없으니모두들일단일어납니다.그러나그때부터문제입니다.모두들엉거주춤거립니다.누가운을떼길기다리는것이지요.차마,그대로하산하자는말을먼저꺼내기가서로들싫은것이지요.그러다누군가가,"자,인자고마내려가자"하면’울고싶은데뺨맞는심정(?)’으로못이기는척하고따라하는것이지요.
이즈음에약간의고뇌가교차하는표정관리가있습니다.매주산행이이래서야되겠는가하는일종의자책감이라고도할수있겠습니다.사실산행에서’접근성’을강조하는것은시간과체력의절약이라는측면이강합니다.그러나이에지나치게얽매이다보면잃는것도있게마련입니다.산행이조금게으르지는것이지요.시간과체력을아끼고절약하려다보면산행의강도가약해지고그의미가퇴락하는측면이있다는것입니다.예컨대지리산종주산행의경우요즘은해발1500미터인노고단코아래인성삼재에서시작합니다.그쯤이면지리산능선에서부터라고할수있습니다.예전구례화엄사의일주문에서시작하는지리산종주에비하면상대적으로그강도가약할뿐더러지리산종주산행의의미도그만큼줄어든다는것이지요.우리들의북한산산행을지리산종주산행에견준다는게좀그렇습니다만,어쨌든’근접성’의양면성은있게마련이라는말입니다.
사모바위에서더이상가는것을포기하고구기동으로내려와서는통상하는뒤풀이가길어집니다.그러면한마디로엉망이되는경우가허다합니다.이래서는안되겠다는생각들은하고들있는모양인것같습니다.일단사모바위만은지나쳐보면,뭔가북한산산행에좀색다른변화와계기같은게있겠다는필요성이겠지요.
지난주,드디어일단시동이걸렸습니다.일행중누군가가용기있게제의한것입니다.
그러나시동이너무빨랐던것인가요,반응은시큰둥했습니다.결국제의한이주흥변호사혼자일행들과떨어져대남문으로해서하산하겠다는선언을했습니다.저보고도같이갔으면하는눈치를보냈습니다만,적당한변명을들이대면서외면(?)해버렸습니다.한친구가낚였습니다.테니스만하는조성동이가모처럼나왔다가낚인것이지요.둘은그렇게해서사모바위를’극복’했습니다.
(문수봉.사모바위를지나면나타나는전경이다)
이번주산행에서도이문제가다시나왔습니다.이번에는평석이라는친구였습니다.공개적으로언급한게아니고나더러함께갔으면하는제의를다른친구들모르게한것이지요.그말을듣는순간아무런생각없이"그러자’고했습니다.몸도좀찌부덩했었고,정말산행이매주이렇게게으르면북한산에대한’모독’이아닐까하는자책감이문득들었기때문일까요.내가그런기분을앞세워모두들에게제의했습니다만,반응은’역시나’였습니다."너그둘끼리가라.우리는밥묵고내려간다.목욕탕에서만나자"는병만총무의대답이었습니다.
그래서이날오랜만에사모바위를지나는이른바’사모바위극복’산행을했습니다.
(멀리바라다보이는사모바위)
이산행의의미와관련해좀장황하게늘어놓았습니다만,산행의강도가그리센것은아닙니다.사모바위를지나문수봉에오른후대남문까지가는코스입니다.여기서구기동으로하산하는데,사모바위연장코스를좀꺼려하는이유가운데하나가대남문에서구기동으로가는하산길이좀가파르다는것입니다.무릎에상당한지장을주기에기피하는하산길가운데하나가이코스라는것이지요.그리고또하나.문수봉오르는코스가두군데인데,하나는철줄을잡고오르는암벽길과청수동암문으로오르는너덜길입니다.
암벽코스는그다지위험하지는않지만,아무래도발과팔의힘을이용해오르는코스라우리나이에는좀부담스럽습니다.우리는저울질을하다가결국청수동암문으로올랐습니다.이코스도좀지루하다는선입관이예전부터있었습니다.가파른길이계속되는코스인데,예전의그런지루한느낌때문에기피했던길입니다.그러나이날모처럼올라보니그리지루하지도힘들지도않았습니다.한두어번만쉬어가면편하게오르는길이라는걸알았는데,아무래도나이가드니쉬어갈줄아는’지혜’와요령때문이아닌가합니다.
(청수동암문너덜길계단.조금만오르면청수동암문이다)
청수동암문까지쉽게오르고거기서대남문까지는내리막길이니까달리듯내달려도착했습니다.사모바위에서대남문까지얼추한시간정도걸린것같습니다.대남문에는봄기운이완연했지요.저멀리보이는삼각봉,그리고대남문처마사이로보이는보현봉에도봄이손짓하고있었습니다.
대남문앞양지바른곳에서갖고간김밥과떡으로요기를하고구기동으로내려왔습니다.가파른하산길이었지만,평석이와좀무거운주제를갖고얘기를나누며내려오니까금방이었습니다.얘기의주제가무엇이었을까요.자살이었습니다.북한산하산길에서자살을논한다?좀우습지않습니까.
다른친구들과는목욕탕에서만났습니다.그들도막들어온상태였습니다.이래저래시간계산을해보니까한20여분차이가났습니다.그들의사모바위에서의점심요기시간이좀길었던모양입니다.
지난주와이번주,두주에걸쳐일부지만사모바위를’극복’했습니다.다음주는어떻게될까요.누가가든,내가또가든아무튼기다려집니다.북한산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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