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진달래, 그 애환과 환희의 전령

봄의전령인진달래는북한산에도한창이다.이즈음의북한산진달래는산의형세에따라제각각이다.활짝꽃을피운것도있고,끝물도있다.더러는아직도꽃을피울망울이봄바람에팔랑인다.서북쪽대서문쪽에서오르는북한산의진달래는좀늦다.서북사면이라그런지이쪽은겨울도유난히길고춥다.진달래도그런류다.그래서인지여기서보는진달래는좀갸날픈느낌을준다.화려한봄의정취를더해주는꽃이라기보다,뭔가좀쓸쓸하고생각에젖게하는진달래다.

노적봉아래노적사길목에노적교가있다.등산로에서꺽어지는길목인데,이다리는저만치먼곳에서보는조망이나름좋다는생각이다.절로들어가는길이라언제보아도고즈녁한데봄날,이곳을지나치면서드문드문핀진달래를보다가든생각도그것이다.화사하지않고좀갸날픈진달래라는느낌.끝물인가싶어가까이다가가보면그게아니고뭔가좀시들해보이고더러는망울인채인것도있다.말이될런지는모르겠으나’우울한진달래’라고해야하나.

시인치고봄과진달래를노래하지않은시인들이있을까.북한산의이쪽진달래를보면서故신동엽시인이떠올려진다.북한산을유달리좋아했던신동엽은북한산에핀봄의진달래를민족의아픔으로승화시킨시인이아닐까싶다.

"길가엔진달래몇뿌리/꽃펴있고,/바위모서리엔이름모를나비하나머물고있었어요…"시인이1959년3월조선일보에게재한시’진달래山川(산천)’의시작부분이다.이시에선봄을노래하거나진달래를미화하는대목이없다."길가엔진달래몇뿌리/꽃펴있고,/바위그늘밑엔/얼굴고운사람하나/서늘히잠들어있었어요…"신동엽은민족상쟁으로인한이름모를희생을진달래와대비시켜그아픔을읋고있다.여기서진달래는꽃은꽃이되,영혼을위로하는제물의꽃,즉祭花(제화)다.

그의또다른시에도진달래의형상이나온다."그리운그의얼굴다시찾을수없어도/화사한그의꽃/山(산)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1963년그의시집’阿斯女(아사녀)’에실린’산에언덕에’다.이시에서시인은진달래라지칭하지는않았으나,’화사한그의꽃’으로진달래를묘사하고있는데,그꽃은곧,4.19혁명으로산화한영혼들이다.

시인은"쓸쓿한마음으로들길더듬는行人아"라며,이산길을오르는나를부르고있다.그리고는주문한다."눈길비었거든바람담을지네/바람비었거든人情담을지네…"신동엽을생각하면서이산길에핀진달래를그냥지나칠수있을까."그리운그의모습다시찾을수없어도/울고간그의영혼/들에언덕에피어날지어이."하늘거리는진달래사이로시인의모습이어른거리는것같다.

노적교를지나고중성문과중흥사지를거쳐드문드문핀진달래를보며이산길을곧장오르면대남문이다.이방면으로북한산을오르다보면대남문은북한산주능선을남북으로가르는경계지점이라는인식을갖게한다.올라온느낌과는좀다른정취를주는시발점이기도하다.이쪽에핀진달래는서북쪽의것과는좀다르다.풍성하고화사하다.대남문에서위로대성문을거쳐대동문으로이르는길의진달래는봄기운에더해져마음을즐겁게한다.

북한산진달래의정수가바로대동문에서시작된다.저아래우이동까지이어지는’진달래능선’에서그것을만끽할수있다.우이동의암손병희선생묘소까지4Km남짓한10리길은진달래꽃길이다.진달래꽃과더불어여기서는북한산의다른어느곳에서도볼수없는조망이있다.북한산의백운대,인수봉,만경대세봉우리인이른바삼각봉을계속보면서내려간다.이에더해도봉산과수락,불암산까지도한눈에들어오는꽃길이니얼마나아름다룬산길인가.

‘진달래능선’은이산길에에걸맞는명칭인데누가붙였을까.누가짓고가무어그리중요할것인가마는,’진달래능선’하면떠올려지는한사람이있다.소설가인故이병주다.산을좋아한그는양평의운길산과함께누구보다도이산길을좋아하고아겼다.아마도내기억에1980년대에이산길을노래하며쓴글들이꽤있는것으로알고있다.’山(산)’잡지등옛서적들을뒤적여보았으나찾지못해게재못하는게아쉽다.하나기억나는게있다.이병주는’진달래능선’에별칭을붙였다.이름하여’과부능선’이다.그가왜이산길을’과부능선’이라했는지그연유도알수없다.그의생전의박식함과익살,유며감에미뤄볼때필시무슨사유가있었으리라.아무튼진달래를만끽하며내려가는이능선길은아름답고즐겁고유쾌하다.

북한산은사시사철우리에게다양한형태로다가온다.진달래꽃하나에도여러느낌을안겨주는산이북한산이다.세월호1주기에즈음한날들이다.허망하게보낸어린넋들의영혼도북한산진달래에스며들어있을것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