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병사들의 카메라,’ 베스트포켓코닥(VestPocketKodak)
지금은디지털시대다.카메라도물론디지털이대세다.이런시절에케케묵고낡은,오래된필름사진기를접해만져보면서나름즐기고있다.이유는좋아서다.이런짓거리를두고복고적이라고할것이다.맞다.사람이쓰는모든물건이그러하듯,카메라도시대의산물이고이게내복고적취향에맞기때문이다.내가특히집착하는이유는오래된렌즈를들여다보는그시대의느낌이다.이를통해그시대를호흡한다.호흡한다는것은호흡하고싶다는바람일것이니,궁극적으로복고적이아니고무엇이겠는가.퇴행적이라도해도할수없다.그러나앞만바라보고,앞으로만나아가는것만이세상의이치는아닐것이다.말이좀길어졌다.

1차세계대전당시의사진들을가끔본다.근.현대를구분할때그전쟁이일어났던1910년대는근대와현대의경계점쯤의시대일것이다.그러나당시의전쟁이나전장사진들을보면현대전과는다른고전적인느낌을준다.1차세계대전사진가운데가장많이접하는게전장의참호속이나내무반에있는병사들의모습이다.공포에떨고있는사진들도있지만,카이젤수염을날리며여럿이들참호속에서의젓하게폼을잡고있는사진들도꽤있다.전쟁의와중에도병사들에게휴식의시간은물론있을것이니함께사진을찍을수는있다.그러나그시절이면사진기의초창기때다.

독일라이카(Leica)의35밀리카메라가첫출시된게1925년이다.소지하기에알맞은콤팩트한사진기로는라이카가세계첫카메라이다.그전까지의초기카메라들은대개크기가컸고무거웠다.그러니사진한번찍기가그리수월하지않았다.그런데포탄이작열하는참호속에서버젓이들사진을찍고있다?그들은도대체어떤,그리고무슨카메라로사진을찍었을까.그게궁금했다.

근자에그답을찾았다.’베스트포켓(VestPocket)’이란이름의카메라가그것이다.미국의’이스트만코닥(EastmanKodak)’에서만들어출시한게1912년이다.이사진기는그이름’베스트포켓’이의미하듯,조끼주머니에넣고다니면서찍을수있는,그당시로는초소형의카메라였다.조끼주머니에넣을수있을정도의휴대성을갖췄으니획기적인카메라였을것이다.단순구조로된’반월형’의고정초점렌즈에볼베어링셔터로,어디서나초점이나거리조정없이찍을수있었다.

‘베스트포켓’은출시되면서많은인기를얻었지만,특히전장의병사들에겐절대적이었다.공포와외로움의전장에서도뭔가를남겨야할것은있어야할것이고,그에병사들이가장필요로했던게’베스트포켓’이다.그래서이카메라에게따라붙는별칭이있다.바로’병사들의카메라(SoldiersCamera)’라는것이다.이카메라출시당시가격은6달러.필름은8판짜리127필름을썼는데20센트였다.

당시’베스트포켓’의광고가재미있다.코닥은1920년어느날미국의’새터데이이브닝포스트(SaturdayEveningPost)’에게재한광고에서"들고다니지말라,시계처럼입고가라(Youdon’tcarryit;Youwearit-likeawatch)"며,’베스트포켓’의휴대성과간편성을선전하고있다.

‘베스트포켓’은첫출시된게1912년이지만,꾸준한인기를바탕으로카메라의질을1914년까지개선해나간다.그러다1915년,당시로는획기적인기능을추가한제품을만들어출시한다.’오토그래픽(autographic)’이름의카메라인데,말그대로찍혀지는사진에다서명(autographic)등여러기록의글을써서남길수있는기능을추가한것이다.렌즈도고정초점이지만,다양한조리개로조절되는코닥아나스티그마트(KodakAnastigmat)f7.7로,전보다촬영과사진의질을높인게특징이다.그래서카메라이름도길다.이름하여’베스트포켓오토그래픽코닥카메라’다.이카메라를기능은같지만,좀더고급스럽게외양의치장을높인카메라이름에’스페셜’이추가된다.이름이더길어진다.’베스트포켓오토그래픽코닥스페셜카메라.’이카메라의레자(leather)가페르시아모로코(PersianMorocco)가죽이다.

이카메라의’오토그래픽’기능은지금살펴보고시현해봐도재미있을것같다.필름과이면지중간에먹지(carbonpaper)와같은얇은종이를가진특수롤필름을사용해야하는데,이런필름은별도로만들면모를까,지금은어디서건구할수가없다.카메라후면에경첩이달린가로모양의작은창이있다.필름을장착한상태에서이창으로필름의대지가없는부분에카메라에부착된철필(stylus)로글씨를쓸수있게한것이다.철필의압력으로먹지가투명하게되고,글씨를쓴부분으로대지와먹지를통과한빛이필름에작용,현상시네거티브형식으로기록되게하는방식이다.

엊그제이’스페셜’카메라가구해졌다.폴더타입의카메라지만,처음보는거라조작과작동이쉽지않았지만,여러군데를통해알아보고나서이글을쓰고있는데,하나하나요모조모뜯어보고조작해보니참재미있고,역사성이깃든카메라라는생각이다.내가구한이카메라의상태는좋다.셔터도그렇고파인더나벨로우상태도좋고작동도잘된다.그러나애석(?)하게도철필이없다.꽂혀있던자리가휑하게느껴진다.그게있었더라도’오토그래픽’을한번시현해볼수는없었겠지만,그래도있는것과없는것은天壤之差(천양지차)가아니겠는가.

이카메라의시리얼번호는카메라를세우는스탠드(struts)뒷면에새겨져있다.58204.이번호로연대를찾아봤더니1915년산이다.올해가2015년이니꼭백년이된카메라다.오리지널가죽케이스에씌어져있는이름은이카메라의오리지널오너(originalowner)일것이다.이사람도일차세계대전에참전한병사였을까.백년전1차세계대전의병사가쓰던백년전카메라가지금내손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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