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아내를좀속상하게하는일이잦다.순전히나의생각이다.아내가속이상해나를그렇게타박한적은없고,자격지심이랄까,내가생각하기에그렇고아내의표정에서그게읽힌다는것이다.집안분위기도그렇게좋지않으니그럴수밖에없을것이지만,아무래도뭔가내가좀도닥거려줘야하는데,나또한그렇지못한게문제다.
어저께모처럼의남도나들이길.놀고즐기러가는향락의길이아니고누군가를만나러나선길이다.먼길이라이른새벽에나서야했지만,아내는웬지느릿거린다.저러다차라도밀리면어쩔까라는생각에채근을했더니,무슨생각에잠겼다깨어나는표정으로마지못해설치는행동거지다.
아니나다를까.이미자유로엔차가가득하다.아내도짐짓놀란다.만나러가는약속시간이정해져있기때문에시간에못맞추면차질이생긴다.아내는나의짜증을읽은모양이다.늦으면할수없지요.그렇다고못만나는것도아니잖아요.나는대꾸를하지않았다.나는운전을할줄모른다.그러니지금껏아내가운전하는차를탄다.그러면서도곁에서미주알고주알할말,안할말을다한다.아내는그래도곧잘받아넘긴다.어떨때말같지않은말을하면그냥체념의표정으로받아넘긴다.내가대꾸를하지않은것은아내의내짜증에대한차분한표정과말때문이다.나는안다.아내는기분이그런대로괜찮으면말을하지만,그렇지않으면입을닫는다.
약속시간을조금넘겨만날사람을만났다.그곳에는비가내리고있었다.찾아가는길이,한번와봤다해도쉽지는안았다.정오를좀넘겨대강일을마쳤는데,우리들은벌써지쳐있었다.그도시는오랜만이다.예나지금이나한적한도시다.봄비가추적추적내리니한적함을더하는것같은데희미하고지겹다,나는마음이바쁘다.어서올라가자.
아내더러빨리가자고했다.아내는나를쳐다본다.머리가띵하고어지럽다.어디가서좀쉬었으면안될까한다.아차싶었다.또나의이기심이발동한것이다.새벽부터운전을해천리길을달려온아내에게빨리올라가자고재촉을하는게말이되는가.
내생각을접는수밖에없다.분위기를바꾸자.여기는원래비빔밥을잘하는곳이니비빔밥을먹으러가자.아내는내가검색해준,비빔밥잘한다는식당으로차를몰았다.그러나기껏복잡한길을헤집어찾아갔더니휴업이다.식당이시장한가운데있는데,좁은시장길을빠져나오는데애를먹었다.아내는지친표정이역력했다.어디가서점심도먹어야겠고,아내도좀쉬어야겠는데어떻게해야할까.아내로부터예상밖의말이나왔다.그냥올라갑시다.
도시를빠져나와고속도로를타는데도애를먹었다.내비게이션이부하가걸렸는지,자꾸’헛소리’를남발하기도했고,비는줄기차게내렸다.고속도로에올랐을때,나는또아내생각도않고짜증부터낸것같다.아내는말이없다.또아차싶었다.아내의표정을살피며가까운휴게소에가서뭔가좀요기를하고좀쉬어가자고했다.아내는순순히따랐다.휴게소에서둘은가락국수를시켰다.무슨가락국수맛이그런가.지독히맛이없다.어묵과국수,국물이입에서따로놀정도다.내가그런말을했더니아내도맞장구를친다.내가맛없는것을좀과장된표현으로말했더니아내가웃었다.모처럼의웃음이다.
서울로오는차안에서아내는이런저런얘기를한다.나도아는,혼자사는여고동창친구얘기를한다.늘그막에수간호원으로아랍쪽의어떤나라에나가있는데,휴가차들어와서다른친구들과저녁을함께하기로했다는것.그친구의이런저런근황을듣고서내가한마디한얘기는이런것이었다."혼자살면얼마나속이편할까."그말을한후나는좀멈칫했다.내가왜이런말을할까.아내의반응은역시그랬다."맞아,혼자사니얼마나편하고좋을까."
아내는요즘힘들어한다.나가는직장도그렇고집안분위기도그래서다.그래서말도별로없고,표정이어떨땐좀가식적이기도하다.나는그걸그나마잘읽는다.아내는뭔가무력감을느끼고있는것같다.자식들말도잘안듣는데다,가당찮은일들이생겨나고있지않은가.나역시마찬가지다.그런와중에딴에는알고서대처하고는있지만,그버릇이어디가나.아무리노력한다고해도나의이기심이강하다.그럴때아내는참외로울것이라는것도잘안다.내가안다독여주면아내는어디로갈것인가.배려라는말은좀사무적이고삼자적인느낌을준다.아내에대한그것은사랑과다독임이다.
집에도착할무렵,아내는비빔국수가해먹고싶다고했다.수퍼마킷근처에나를내려달라고했다.비빔국수해먹을꺼리들을사들고갔더니아내는후딱만들어내놓는다.아내가맛있게먹는다.그모습이나는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