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을좋아하니좋은갈비탕집얘기가나오면곧잘찾아다닌다.1980년대충무로에사무실이있던시절,그부근에괜찮은집이있었다.명보극장맞은편이었는데,정육점을겸하고있었다.그집갈비탕은맛도있을뿐더러양이푸짐했다.한그릇에보통손바닥반만큼크기의갈비가너댓개있었다.당면도푸짐했고,따라서그릇도컸다.30대나이의그무렵은한참많이먹을때아닌가.나는그집을혼자서다녔다.풍성한음식을남눈치안보고풍성하고여유롭게먹으려면아무래도혼자가는게좋다.나는특히이빨때문이기도했다.빈약한이빨로는남들과같이보조를맞추기어려웠기때문에혼자서좀늦은점심이내게는맞았고여기에이갈비탕집이적격이었다.이집은점심시간이지난오후쯤이면노인들로문전성시를이뤘다.그분들틈에끼어나도맛있게갈비탕을먹었던기억이새롭다.

충무로거리사보이호텔맞은편인가에도갈비탕잘하는집이한곳있었다.어떤화장품판매대형건물의높은층에있었는데,2000년대초충무로카메라수리하는사람들과많이다닌집이다.일본사람들을주로상대로하는갈비집이었는데,팔고남은갈비로갈비탕을팔고있었다.말하자면틈새음식의갈비탕이었던셈이다.이집도양이푸짐했다.게다가갈비가좋았다.일본사람들입맛에맞춘갈비라그런지좀색다른맛을줬지만,그런대로맛있고먹을만했다.갈비탕한그릇으로낮소주마시기에도좋았다.지금껏서울에서기억에남는갈비탕집은이두곳이다.이집들은지금은물론없다.

한달전쯤,인터넷서핑을하다문래동어디에갈비탕잘하는집이소개된기사를봤다.한동안좀잊고지낸갈비탕을되돌리게하는계기가됐다.특히독특한식당이름이미각을자극했다고나할까.봄비내리는어느날,문래동에서물어물어찾아갔다.한눈에봐도전형적인고기전문점이다.갈비탕이나왔다.뚝배기에담겨진양이푸짐하다.대충보아큼직한갈비가뚝배기에가득하다.국물맛이좋았다.입에짝달라붙는다.갈비맛은어떨까.기대감으로한웅큼을씹었다.그런데아니다.포만감이느껴지질않는다.

맛있는갈비탕의조건을한마디로규정지을수있을까.나는복합적인것을좀고려해야한다고생각한다.좋은갈비가우선인것은말할필요가없을것이고국물도마찬가지다.어떤재료로국물을내었던,갈비특유의향과질감이느껴지는게좋은국물이다.좋은갈비와국물만으로도갈비탕은맛있다.여기에알싸한단맛을내는대파와무등채소는양념격이다.맛있는갈비탕의조건으로나는하나를더추가한다.풍성함이다.풍성함은곧포만감이다.국물로입을축인뒤한입갈비를씹었을때느껴지는포만감이있어야한다는얘기다.

포만감이안느껴진다는것은고기맛이별로라는의미다.이집의갈비탕이그렇다고영나쁜맛도아니다.한마디로좀어정쩡한맛인데,단지갈비의크기와양에압도당하는맛이라고해야할까.소주를한병시켰는데,갈비탕과함께마시면서도씹기가부담스러울정도로갈비가안주구실은못한게아닌가싶다.그래도이정도라면하는생각에며칠후또그집을찾았다.그때가오후3시를좀넘겼을까,갈비탕은메뉴에서사라지고없었다.하루900그릇의양만판다는규정에다른한가지가더있었다.오후3시까지만갈비탕을판다는것.결국그날은갈비탕도못먹고고기로안주삼아소주를마시고왔다.

문래동그집을다녀온후,다시한번갈비탕을먹으러갈생각을하고있다.그럴려면오후3시전에가야한다.좀청승맞기도하다.갈비탕한그릇먹으러버스와전철을갈아타고가야한다는것.게다가보아하니그집눈치도좀그렇다.혼자서갈비탕먹으러오는중늙은이를반기기는커녕탐탁스럽게여기지않을것같기도하고.그래도먹고싶은데어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