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의 Window10
이른바 ‘컴맹’이다. 컴퓨터를 다루는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그렇게 부르는지 잘 모르지만, 그 게 대충 나이와도 무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나는 대충 그 부류에 속할 것이다. 그래도 예전 젊었을 적에는 누구보다 좀 앞서 나가기도 했다. 노트북 나오던 초기에 썼던 게 애플의 매킨토시 파워북이었으니, 1990년대 초 그 거 쓰는 사람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이나 기계, 특히 IT분야에 내가 밝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목 마른 놈 우물 판다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말하자면 기자로서 먹고 살기위한 고육책의 한 방편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 후에도 비슷하다. 먹고 살기위해 컴퓨터가 필요했고, 그런대로 잘 활용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론이나 원리는 까막눈 상태의 ‘컴맹’임에는 틀림이 없다.윈도7이 윈도10로 업그레이드된지도 꽤 된다. 지난 해부터 노트북만 켜면 MS사에서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 하라는 노티스가 떴지만 무시했다. 윈도7만으로도 대충 일하는데 그다지 지장도 없었고, 또 윈도10에서 금융업무 등에서 여러 불편사항이 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저께 내 의지와는 상관없게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말았다.
업그레이드 창이 떴길래 무시했는데, 자동으로 그 게 이뤄진 것이다. 부담스러웠고 두렵기까지 했다. 윈도 7에서 이뤄지는 여러 일들이 지장을 받을까 해서이다. 윈도10이 깔려진 모니터가 생경하기 짝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모니터에서 보던 것과는 좀 달라 보여 이상한 감이 아직도 없잖아 있지만, 어쨌든 윈도10이 깔린 것은 사실이다.
우선 윈도10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나에게 PC는 어줍잖은 글쓰기 외에 메일과 뉴스사이트 서핑 등을 하는 장소이다. 물론 예전부터 해오던 eBay 비즈니스도 조금씩은 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윈도10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우선 걱정이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처지에서 윈도10으로 옮겨 타는 것이 나처럼 나이든 사람에게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도무지 어떻게 구동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구형 노트북이니 속도에 대한 두려움도 당연했다. 내가 원하지도 않던 시스템 아닌가. 그래서 다시 어떻게 윈도7으로 되돌릴 방법까지 궁리했다. 그러나 말했듯이 ‘컴맹’ 아닌가.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어떻게든 윈도10으로 컴퓨터를 굴려야만 했다.
윈도10으로 이틀을 보낸 처지에서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역시 발등의 불이라는 생각이다. 급하면 얻어지는 것이다. 한 몇 시간을 노트북 앞에 앉아 윈도10 시스템을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고 하면서 얻은 결론이 그것이다. 윈도7으로 되돌린다? 그것까지도 챙겨놓고 있는 게 윈도10이다. IE대신 마이크로소프트 엣지(ME)에 그런 옵션이 있었다. 그 걸 발견하고 구동하는 순간 안도감이 왔다. 온라인 글쓰기 기능의 ‘원노트(OneNote)는 참 편리하다. 그 것에 더한 원드라이버(OneDrive)로 노트북 한대가 인터넷 상에 생기는 것이다. 원노트에는 글쓰고 편집하고 통신하는 등의 여러 기능이 있는데, 내 오래 된 노트북에 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그 중의 한 기능을 시험해보고서야 알았다.
나에게는 이 IE창을 ME창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것도 참 편리하다. 이밖에도 여러 편리한 점이 많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은 속도다. 내 노트북은 미국서 쓰던 것이라 윈도7 OS가 미국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여러 기능 등에서 충돌하는 것이 많아서인지 부팅 속도가 늦었다. 그런데 윈도10에서는 속도가 한층 개선됐다. 그 이유는 모른다. 나는 ‘컴맹’이니까. 물론 아직도 구동하고 처리하는 방법을 모른다. 지금 쓰고있는 이 글도 원노트에서인데, 포인트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든가 전체 글이 확 축소되든가 하는 에러가 나오고 있다. 이 걸 해결하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여튼 새로운 것은 좀 두렵기는 하지만 막상 부딪쳐 좀 깨우치고 나면 좋은 것이다. 윈도10을 처음 대해 보는 ‘컴맹’으로서의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