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非世說) 김정은의 ‘金日成 따라하기’
36년만에 개최된 북한의 노동당 제 7차대회와 관련해 관측통들이 주목했던 것은 북한의 향후 정책이다. 서방기자들이 북한당국의 초청으로 대거 평양으로 몰려갔지만, 그들 최대 관심사 또한 노동당대회가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인 만큼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 북한으로 인해 야기된 주요 사안과 관련해 어떤 정책이 나올까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며칠동안 개최된 노동당대회는 별다른 정책 제시나 결정, 그리고 괄목할만한 권력구조 개편 등도 없이 싱겁게 끝났다. 김정은이 핵보유 국가임을 천명한 것은 이미 예고됐고 또 그 전에도 많이 언급됐던 것이기에 관측통들의 큰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이런 당대회를 북한은 무엇 때문에 그리도 요란스럽게 선전하고 떠들어대며 근 40년만에 열었을까. 그들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당대회 개최의 분명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이게 비밀리에 진행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징후는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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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번 노동당대회는, 예전 김일성 때도 그랬지만, 김정은의 이른바 ‘총화보고’로 시작해 그것으로 마무리됐다. 김정은은 며칠간 별로 알맹이도 들어있지 않은 긴 시간의 장황한 보고연설을 하느라 지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지겹게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다. 북한의 이번 당대회의 목적, 바로 그것은 김정은에 대한 상징조작을 통해 최고 통치자로서의 위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것이다.
김정은에 대한 상징조작은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에 맞닿아 있다. 김정은을 어떻게 해서든지 김일성의 이미지로 북한주민들에게 주입시키려는 것은 김정은 체제를 안정화시키려는 것이다. 김정은의 통치가 김일성 시대에 버금가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는 물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의한 권력승계의 핵심이 이른바 ‘백두의 혈통’을 이어받은 ‘혁명의 후계자론’에 바탕으로 둔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현실적으로는 현재 북한이 처한 국제적 고립화와 경제난을 감안한 측면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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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들은 김일성 통시시기에는 그런대로 먹고 살았다. 경제력이 한국보다 셌던 적도 김일성 집권 때다. 그러나 그 후 김정일의 권력승계 이후 처했던 북한의 상황은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북한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 후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어려움은 김정은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니 체제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처지에서 주민들을 체제에 순응케하기 위해서는 김정은을 김일성화하는 상징조작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정은은 김일성을 많이 닮았다. 그의 용모와 체구에서 느껴지는 풍모는 김일성의 젊은 시절을 빼 닮았다. 옆머리를 짧게 밀어붙인 상고머리도 그렇고 처진 입술, 길게 찢어진 눈, 그리고 짙은 눈썹과 짝짝이 귓볼 등도 그렇다. 이렇게 많이 닮았으니 김일성 얼굴을 닮게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6번 씩이나 했다는 얘기가 김정은의 집권 초기 관측통에 의해 나왔다. 걸음걸이라든가 현지지도에서의 제스처 등도 김일성을 쏙 뺐다.

이번 노동당대회에 나온 김정은도 바로 김일성의 젊었을 적 모습이었다. 복장도 인민복을 버리고 김일성이 가끔씩 하던 양복차림이었고, 김일성의 검은 테 안경은 아니지만 뿔테 안경으로 김일성 이미지의 구색을 갖췄다. 김정은의 말투 또한 김일성의 그것과 유사했다. 좀 갈라진 듯한 허스키성의 목소리에 믁직하면서도 단정적인 어투가 우리가 기억하는 김일성의 만년의 육성 연설을 연상케 했다.
그런 김일성의 이미지로 김정은은 시종일관 자신있는 어투와 제스처로 핵과 미사일을 가진 ‘강성대국’ 북한을 강조했고 한국에 대한 상투적인 위장평화 공세를 늘어 놓았다. 하지만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렇지 못했다. 경제에 대해선 “한심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사실상 실패를 자인했다. 김정은은 집권초기인 2012년  초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이번 당대회 ‘총화보고’를 통해 자신의 공언이 허언이었던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대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밝히고 이의 총력대응과 철저한 이행을 강조했다. 북한주민들은 김정은의 이 연설을 들으며 김일성이 주민들에게 약속했고 그나마 그 근처에까지는 갔었던 “이밥에 소고기국”을 연상하고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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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셀프 추대’지만 노동당의 최고수위인 ‘당위원장’ 자리도 꿰찼다. 김일성이 67년 전인 1949년 6월에 앉았던 자리다. 당과 행정부, 그리고 군의 최고통치자로서 그 자리는 물론 당의 최고수위이겠지만, 이 또한 김일성 이미지를 덧씌워 보려는 일환으로 보인다. ‘노동당 위원장’ 자리는 당중앙위와 정치국상무위를 아우르는 최고의 높은 자리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이 집권시기 노동당의 ‘총비서’였다는 점에서 김정일과의 어떤 차별성도 없잖아 있어 보인다.
결국 북한의 이번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을 김일성에 버금가게 하려는 ‘김일성 따라하기’로 그 매듭을 지은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김일성을 따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김일성 따라하기’의 과실을 낳게 하려면 이미지 조작도 좋지만 그와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면서 나라를 정상적으로 이끌어 가는 정책성의 구체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콘텐츠가 없는 그것은 안 그래도 어려운 북한주민들을 더 심한 질곡속에서 허수아비로 줄을 세우는 것에 다름아닌, 허황된 것이다.

2 Comments

  1. journeyman

    2016년 5월 11일 at 4:27 오후

    그래도 김정일은 오랫동안 후계자 수업이라도 받았다지만, 그런 것도 없었던 김정은은 정말 위험인물인 듯합니다.

    • koyang4283

      2016년 5월 11일 at 10:38 오후

      맞습니다. 폭탄을 들고 불 앞에서 광란의 춤을 추고 있다고나 할까요. 대한민국 사람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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