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非世說) 팟캐스트 방송과 언론의 자유
작고한 한 언론인(이 표현이 맞는지도 헷갈린다)을 두고 우리나라 언론이 춤을 추고 있다. 그 춤들은 그 분이 어떤 사람이었던가에 대한 판별력을 잃게 한다. 한편에서는 그 사람을 올곧게 신문과 기자정신으로 살다간 언론인, 신문인으로 추켜 세운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권력에 아부하고 시류를 좇아 간, 처세에 능한 어용언론의 장본인으로 폄훼한다. 누구 말이 맞는가. 그 사람과 직접 대면해 같이 일해보지 않은 처지에서는 주어지는 그 춤속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두 가지 평가가 대한민국 유수의 언론들을 중심으로 난무를 하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 양단의 평가에는 이른바 주류 언론들이 그 중심에 있지만, 이 혼란을 더 부추기는 매체가 있다.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팟캐스트 방송이라는 것인데, 여기서는 양단이 없어 보인다. 이들도 언론이라고들 하지만 이 분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한 쪽으로 기울어 있다. 후자 쪽인데 친일부역 언론의 후손이라는 비하까지 보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지난번 총선 결과도 그렇고 또 지금까지 어느 정도 국민의 입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것이라 짐작하는 바는 있다. 또 몇몇 여론조사기관에서 정기적으로 띄우는 지지율 조사의 추세로도 감이 잡히기는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을 듣다가 깜짝 놀랐다. 물론 팟캐스트 방송이 어떤 것이고 또 이들의 공신력에 문제가 있는 줄은 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게 일반적인 상궤를 크게 넘은 것이라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 방송은 진행자가 자신의 SNS를 통해 청취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가 본데, 박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방송에 실었다. 주어진 질문은 대통령의 무능을 전제로 잔여 임기를 채우지 말고 조기 퇴진하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응답자 2993명 중 85%가 조기 퇴진을 바라는 쪽으로 나왔다. 반올림해서 국민 10명당 9명 정도, 그러니까 국민의 절대다수가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나도 박 대통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듣는 내가 좀 의심스러웠다. 대통령과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나만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기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30% 중반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러면 이 건 뭔가. 막걸리라는 말인가.
대부분의 팟캐스트 방송이 특정 이념 편향의 속성을 갖고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안다. 청취자들의 성향도 그 범주일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그런 조사를 했으니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런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놀랍다. 그들끼리 그들의 방송을 하고 이를 공공연히 내 보낸다. 이른바 언론의 자유가 만개한 데가 그곳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 평가가 이 정도 나왔다면 이른바 정규 언론에서도 취재해 다룰 사안이 아닌가. 그러나 그들은 팟캐스트 방송을 거들떠 보지 않는 모양이다. 이 또한 좀 이상하다. 이 팟캐스트 방송에는 우리나라 유수의 진보신문 기자가 거의 매일 고정적으로 출연한다. 하기야 그 신문에서 조차 대통령에 대한 이런 ‘경천동지할 뉴스’를 다루고 있지 않는 것을 보니, 이 팟캐스트 방송의 성격에 새삼 흥미가 간다.
알고보니 팟캐스트 방송은 방통위의 심의규정을 안 지켜도 된다고 한다. 그러니 규정을 안 갖춘 여론조사를 하고, 또 이런 결과를 아침부터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히 방송하고 있는 모양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방송의 진행자는 시시때때로 언론과 언론인의 중요성, 그리고 걸어야 할 길을 방송 때마다 염불처럼 강조한다. 또 한 가지 보태는 게 있다. 언론의 자유다. 우리나라 언론의 자유는 멀었다는 것이고, 그 언론자유 쟁취를 위한 자세로 방송을 진행한다는 식의 코스프레를 늘어놓기도 한다.
이 팟캐스트 방송은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예의 그 청취자들(대개 3-4천명 수준)들을 대상으로 SNS를 통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나간 김에 다른 조사도 살펴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나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말하자면 내가 알고있는 시류하고는 전혀 다른 평가와 판단들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말도 많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87%가 (정부에 의한) 고의 침몰 아니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북한에 의한 폭침으로 정부가 결론을 내린 천안함 침몰에 대해서도 8%만 북한에 의한 폭침에 의한 것이라 답 했을 뿐 과반이 넘는 56%는 폭침이 절대 아니라고 했다. 논란이 일고있는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 52조원 수주도 그렇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대일협상도 그랬다. 그 모두가 그 간 알고있던 내용을 뒤덮는 것이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언론에도 구분이 따르는 모양이다. 주류와 비주류, 정규와 비정규라고들 한다. 그 구분이 어떤 것인지는 과문한 탓에 잘 모르겠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마다 그들끼리의 협의체가 있는데, 이의 가입 여부도 구분의 한 기준이 아닌가 싶다. 팟캐스트 방송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나 좀 독특한 형태의 언론매체인 것 같다. 방통위의 심의기준 준수를 문제삼지 않은 방송이라는 점에서 비주류 언론으로 규정된 뭔가의 개연성이 잡혀진다. 이런 혼란스럽고 헷갈리게 하는 방송도 그래서 하는가 보다.
이런 매체를 보면서 우리나라 언론의 자유를 생각해 본다. 우리 언론의 자유 수준은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하위에 속한다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팟캐스트 방송을 놓고 볼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 방송들에서는 안 하고 못 할 말이 없다. 알 것은 알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 그리고 분석하고 논평하는 걸 대체적으로 언론이라고 했을 때, 팟캐스트 방송에서는 제한이 없다. 그 게 자유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기들 좋아하는 쪽의 마구잡이식 편향성의 여론조사 결과를 중인환청리에 방송한다. 너무 제한이 없다보니 오히려 여기서는 언론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성마저 느껴진다. 대통령 말이 나와서 그런데 어떤 또 다른 팟캐스트 방송에서는 언젠가 시리즈로 대통령에 대한 무슨 ‘러브 레터’를 보내는 형식을 통해 정부와 대통령을 비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리 대통령이 여자지만 그 대통령을 무슨 놀이개 감으로 다루듯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언론의 자유가 없다면서 자유를 외쳐댄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기준이 팟캐스트 방송에 적용되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