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한 친구가 있었다. 어릴적 부터 친하게 지내고 살았다. 어쩌면 나는 그 친구의 생명의 은인일 수도 있다. 바다를 낀 고향이라 걸음마 시작과 함께 바다에 풍덩 뛰어들며 컸다. 국민학교 2, 3학년 무렵 여름이었던가, 마산 남성동 바다 좀 건너편에 ‘돌섬’이라는 방파제가 있었다. 거기는 게가 많이 서식했다. 그래서 게 잡으러 많이 헤엄쳐 가곤 했다. 어느 날, 또 거기로 갈 작정이었다. 헤엄을 갓 배운 그 친구도 있었다.
옷을 벗어 선창가 갯바위에 숨겨두고 게를 담을 주전자를 입에 물고 물에 뛰어 들었다. 거리로 한 5-60 미터 쯤 되는데, 중간 쯤에서 누군가 물속에서 내 발을 잡는다. 그 바람에 입에 물고있던 주전자를 놓쳤다. 혼란스러웠다. 내 발 잡은 손이 나를 끌어 내린다. 물속으로 끌려들어가 봤더니 그 친구였다. 친구의 허벅지 가랑이에 쥐가 온 것이다. 내 뒤에 꼭 붙어 따라오라는 당부에 내 뒤를 따라오다 쥐가 났으니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내 발을 잡은 것이다.
침착하게 대응하자. 내 발을 잡은 그 친구의 손은 굳셌다. 도무지 놓지 않겠다는 필사의 몸부림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복부를 한 대 강타했다. 그 틈을 타 발을 뺀 다음 축 늘어지려는 그 친구를 떠 밀었다. 물 위로 올렸더니, 그 친구가 다시 나를 필사적으로 껴 앉는다. 뿌리치려 했을 때, 단말마 같은 목소리가 그 친구의 입에서 나왔다. “같이 죽자!”
그 친구의 집은 대대로 멸치어장을 했다. 아버님 의 어장을 그 친구가 물려 받았다. 진동에 어장막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많이 놀러 갔다. 거기가 우리들에겐 여름날의 피서지였다. 친구는 멸치를 많이 잡았다. 한 때는 경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멸치를 잡아 무슨 상도 탄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무렵 고향을 가면 그 친구를 자주 만났다. 푸짐한 대접도 받았다. 대접이라야 술 빼고 뭐 별 개 있겠는가. 친구와 술 잔을 기울일 때, 그 친구가 항상 부르는 노래가 있었다. 오기택의 ‘마도로스 박’이다. 평생을 바다에 산 친구이니 그 노래와 얼추 맞아 떨어져서 그런지 참 멋있고 그 친구의 노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친구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간간이 들려오던 소식은 좋지 않은 것이었다. 멸치잡이 등 사업이 잘 안 돼 어장을 접었다는 것이다. 몰론 연락을 취했었지만, 전화도 받지않을 만큼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 게 벌써 15년의 세월이다. 근자에 어쩌다 고향엘 가면 그 친구 소식을 듣는다. 마산 인근에 살면서 막노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떠 오르는 노래가 ‘마도로스 박’이다. 가끔 다른 친구들과 노래방에 들릴 때면 나는 이 노래를 즐겨 부른다. 그 친구가 보고싶은 것이다. 그 노래를 대충 알고 있었기에 정확히 잘 부르지는 못했다. 그래서 유튜브 등을 통해 이 노래를 찾아 보았으나 잡히지가 않았다.
오늘 우연히 다시 한번 검색을 해 봤더니 오기택의 ‘마도로스 박’이 잡혔다. 노래를 몇 번씩 들으며 그 친구를 떠 올려 본다. 지금도 그 친구는 소주 한 잔이면 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가면 꼭 찾아서 만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