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祭夏와 趙英男의 ‘모란동백’

“모란은 벌써/지고 없는데/먼 산에 뻐꾸기 울어…”로 시작되는 노래는 이제하 선생이 글을 쓰고 곡을 지은 노래다. 노래 가운데 “떠돌다 떠돌다”와 “외로이 외로이’로 이어지는 마지막 부분은 후렴같은 느낌을 주면서 중년의 허무함과 고달픔을 담아낸다. 그래서 이 노래는 중년들 사이에 많이 불려지고 있는 노래다. 1998년에 나왔으니 고전 같은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가 이즈음 새삼 관심을 끈다. 조영남 때문이다. 이 노래는 알다시피 이제하의 글과 곡을 조영남이 리메이크 해 대중의 인기를 샀다. 그래서 ‘모란동백’ 하면 누구나 조영남의 것인줄로 안다. 조영남도 ‘화개장터’와 함께 자신의 유이(有二)한 힛트곡인 이 노래에 대해 그다운 언설을 늘어 놓았다. 자기가 죽으면 자신의 장례식에서 불려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영남은 이른바 ‘대작 그림’으로 그 일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 시점에서 그가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그리고 다시 그 언설을 늘어 놓았다. “농담처럼 죽었을 때 부르려고 했는데 이제 진짜로 부를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불렀고 눈물을 쏟았다. 가당찮은 비유인지는 모르겠다. 그 처량하고 난감해하는 모습은 ‘모란동백’의 후미 부분의 느낌을 닮았다.

조영남 때문에 ‘모란동백’을 새삼 다시 생각키게 한다. 하지만 이 노래와 관련해서는 이제하 선생이 너무 묻혀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란동백’은 이제하 선생의 작품이고 또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선생의 노래는 묻혔고 조영남으로 인해 떴다. 그런 점에서 ‘모란동백’은 선생에게는 참 묘한 형태의 노래이기도 하다.

언젠가, 명륜동 ‘마리안느’에서 선생을 만났을 때, 일행 여럿이서 이 노래를 청했다. 선생은 직접 부르는 대신 오리지널 CD로 들려 주었다. 사람마다 듣기에 다르겠지만, 나는 선생의 그 투박한 목소리에 담아내는 ‘모란동백’이 좋았다.

이 노래의 원래 글 제목은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다. 선생이 좋아하는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와 조두남 가곡인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에서 시상을 떠 올려 만든 것이다. 사족 같지만, 선생은 이 노래의 제목이 그냥 ‘모란동백’으로 불려지는 것에 대해서 나름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또 이 노래 가사를 멋대로 바꿔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그랬다. 선생은 조영남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일 것이다. 그러니 이즈음 조영남 사건을 보는 심기가 남다를 것이다. 선생이 부른 오리지널 ‘모란동백’이 그래서 다시 듣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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