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非世說) “억울하고 恨이 많아 울고싶다”는 馬光洙 교수
인간사, 자고나면 생겨나는 게 사건이고, 그 사건을 알려주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들 살고있다. 대형사건들의 와중에 조그만 뉴스는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요 며칠 간은 단연 브렉시트가 압도했다. 국내적으로는 야당의 몇몇 여성의원들의 눈꼴 시리게하는 행태가 도마 위에 올라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알만한 사람은 알 어떤 교수의 정년퇴임 소식은 어느 정도 수준의 뉴스이고 관심거리일까. 그는 오는 8월에 정년이 되는 연세대 마광수(馬光洙, 65) 교수다.
그의 정년은 학교 학칙에 따른 정해진 것이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 교수의 정년퇴임이 눈에 유의미하게 읽혀지는 것은 정년을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 때문이다. 마 교수는 자신의 정년과 관련한 퇴임의 변을 두 마디로 압축했다. “너무 억울하고 한스럽다. 울고 싶다.” 무엇이 그렇게 억울하고 한스러울까.
마 교수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그리고 작가로서의 인생이 순탄치 못했다는 것 또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의 작가로서의 문학적 주제는 性이다. 이 성에 대한 인간의 속성을 그는 작품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 게 ‘죄’였다. 이 기간내내 그에게는 ‘에로 작가’ ‘변태성욕 작가’ ‘페티시스트’라는 별별 젊잖지 못한 타이틀이 붙여 다녔다.
1989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책을 냈을 때는 교수들의 품위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고, 그의 대표작인 소설 ‘즐거운 사라”를 냈을 때(1992년)는 야하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긴급 체포까지 되면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학교에서 해직된다. 이후 복직은 됐지만 긴 법정 다툼과 사회적 질시 등에 의한 외상성 우울증으로 휴직과 복직을 반복했다. 문단과 교수 사회에서 줄곧 ‘이단아’로 낙인돼 온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마 교수는 문학과 문학가는 성스럽다는 엄숙주의 문학을 경멸하는 쪽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문학가’라기 보다는 자유로운 인간 심성에 기대 글을 쓰는 ‘글쟁이’임을 자처한다. 성 문제를 여기에다 대입시켜보면 그가 왜 이 문제로 단죄되어 왔는지가 드러난다. 그는 인간이 사회적 자아 뿐 아니라 개인적 자아 역시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성 문제에 접근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성 문제는 한 마디로 상당 부분 개인적 자아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글로 나타낼 때는 경험이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러니 사회적 자아의 영역인 사회체제와 이념에 상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마 교수의 이런 논리가 실제 그의 책을 읽고 느끼는 것과 맞아 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적지 않다. 그의 책을 펼쳤다가 몇 페이지 못 보고 책을 던져 버렸다는 사람들도 많다. 논리를 비약시킨 견강부회적 태도란 비판도 나온다. 이런 사회 일각의 비판적 시각과 이로써 비롯된 그의 역경이 그는 “너무 억울하고 한스럽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이런 점에서 기성 문단의 맥과는 분명한 차이를 갖고있는 작가이고 넓게 보아 우리 문단에서 흔치 않은 존재로 봐야한다. 일부에서는 성 문제에 대한 그의 인식이 시대를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마 교수가 그의 작가적 소신을 줄곧 고수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경력도 그렇지만, 그의 학자적 차원에서의 치적도 다대하다. 현대문학을 담당했던 마 교수의 강의는 학생들 사이에 인기였고, 마 교수 강의를 듣겠다는 학생들이 하도 많아 그의 수업은 일반 강의실이 아닌 대강당에서 이뤄지기 일쑤였다고 전해진다. 학교에서 징계조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마광수는 옳다”고 백서까지 냈던 제자들과 학생들은 마 교수의 산문집을 헌정하는 것으로 마 교수의 정년을 기린다고 한다.
마 교수는 아직도 곡절많은 인생경력의 와중이지만 그래도 어찌됐건 학교라는 제도권에서 정년을 맞이 한다. 그는 학교를 떠나제자들을 더 이상 가르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명예교수제가 있지만, 한번 해직을 당했기 때문에 이마저도 못하게 됐다. 이렇게 된 이상 제도권을 떠난 그의 작품활동에서 앞으로의 그를 만나볼 것이 기대된다. 정년에 맞춰 8월에 신작소설 ‘덧없는 것의 화려함’을 펴내는 것도 이의 일환일 것이다.
journeyman
2016년 6월 28일 at 5:59 오후
만약 같은 내용의 글을 마광수 교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냈다면 반응이 어땠을까요?
논란 자체도 없이 쓰레기 취급을 받았겠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마광수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면 더욱 세련되게 했어야 합니다.
누구라도 쓸 수 있을 정도의 글을 써놓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면 좀 뻔뻔스러운 일이지요.
그러려거든 교수라는 직책을 내려놓고 본격 에로 소설가로 나서던가 말이죠.
교수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득권은 기득권대로 챙긴채로 이중생활을 하려고 하니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koyang4283
2016년 6월 29일 at 5:11 오전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도 할 말은 있겠지요. 사람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관습과 제도에 얽매이기 마련입니다. 아웃사이더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지요. 마 교수의 저런 처지는 좋게 보아 그런 측면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어쨌든 그가 울고 싶어하는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댓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