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우신 분

집 사람이 나가는 가게에 잘 오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집 사람에게 이것 저것을 잘 챙겨주신다. 집 사람 기침 자주하는 것을 보고는 도라지 액기스 등도 주고 맛있는 케이크도 주셨다. 나도 덩달아 많이 얻어 먹는다. 어느 날은 일본 여행 중에 갖고 온 것을 주셨다며 맥주 안주도 갖고 왔다. 고마운 마음에 어떤 분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할머니라고만 했다. 더 물었더니 글 쓰는 작가분의 사모님이라고 했다. 누구일까. 그 할머니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얼마 전이다. 바로 김병익(金炳翼) 선생의 사모님이셨던 것이다. 선생이 일산 사시는 것을 그래서 알았다. 오랫동안 해 왔던 ‘문학과 지성사’를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계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간 어디서 어떻게 지내실까로 좀 궁금해오던 차에 이런 인연으로 근황을 알게 돼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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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글은 젊었을 때 좀 접했지만, 과문(寡聞)한 주제라 좀 어려웠다. 1974년인가에 본 게 ‘지성과 반지성(知性과 反知性)’이다. 군대있을 때 서울 출장 나왔다가 사본 것이다. 그 때 선생은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 중이었을 것이다. 역시 어려운 글이었다. 40년이 지났어도 생각나는 대목이 있기는 있다. ‘에그헷(egghead)’이라는 말. 우리 말로 하면 뭐라할까. ‘달걀머리,’ 혹은 좀 심하게는 ‘달걀대가리’라고 해야할까. 하여튼 이 말은 지성의 모습을 한 사이비 지성인을 일컫는 것으로, 1950년대 초 미국의 리처드 호프스테터가 처음 사용했다는 것인데, 선생은 이 용어로 당시 한국의 허접스런 지성의 풍토를 비판하고 있다. 나는 당시 그 내용도 잘 모르면서 좀 해괴스런 이 용어만 좀 나불거리며 다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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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 저녁, 집 사람이 책을 한 권 가져왔다. 선생의 새 책이다. 선생이 ‘기억의 깊이’라는 신간을 냈다는 것은 어디서 전해 들었다. 그 책을 사모님이 아내의 가게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했다고 한다. 알뜰하게 전해준 선생과 사모님의 정성이 참 고맙다. 선생은 ‘지성과 반지성’에서 “우리는 무엇을 질문하고 왜 고민하며 어떻게 절망하는가. 상황의 폐쇄성과 문화의 불모성은 어디서 연원하며 그 것을 극복할 지적 탐구법은 어떻게 획득될 수 있는가”고 묻고 있다.

선생의 이번 새 책은 40년 전 당시 선생이 자문한 그 질문에 대한 답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물음일 수도 있겠다. 찬찬히 읽어봐야 겠다. 선생은 이 책을 ‘원일’과 또 다른 한 분에게 헌정하고 있다. 글투로 보아 친구처럼 보인다. ‘원일’은 혹여 김원일 선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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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김진우

    2016년 7월 8일 at 1:50 오전

    평소에 배려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생깁니다.
    아마 부인께서 그런 성정인 것 같습니다.

    잔 기침이 많은 경우는 병이 아니라
    기질적으로 기도가 쉽게 건조해져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그 기도를 적셔 주기만 하면 되는데 기침이 나올 때,
    뜨거운 물을 한 모금씩 입에 물고 있다가 삼키면 됩니다.

    번거롭지만 여름에도 보온병에 물을 가지고 다니는 게 도움이 됩니다.
    자연치료에서의 처방은 너무 시시하고 번거로워서
    크레딧을 안 주려는 경향이 많지만
    몇 일 시도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일 전에 올리신 글에 복통 이야기가 있던데
    제 생각에는 요로결석 같습니다.
    정신 노동을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 흔한 병입니다.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로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좌측 신장에서 방광 사이의 요관에 결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소변이 끝날 때쯤 뻐근한 느낌이 온 다면 거의 틀림없습니다.

    수술 방법으로는 카테르를 요도를 통하여 삽입하여 결석을 파쇄하는 방법이 있고
    등 뒤에서 초음파 충격파를 이용하여 결석을 분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초음파 충격파에 의하여 췌장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는 임상이 있습니다.

    자연치료방법으로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레몬이나 탠져린을 한 개씩 즙을 내서 마시는데
    신맛이 너무 강해서 웬만한 사람은 못 마십니다.
    방법은 레몬 한 개를 즙 내서
    거기에 오렌지 주스로 잔을 채우면 마시기가 수월 합니다.

    내외분의 건강을 빕니다.

    • koyang4283

      2016년 7월 8일 at 9:48 오전

      의사가 따로 없군요. 따뜻하신 조언 고맙습니다. 아내의 기침은 고질적인 것은 아닌 것 같고, 근자에 가게 일로 좀 무리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언급한 할머님의 배려로 많이 가라 앉았습니다. 선생님의 조언대로 기침이 잦아질 때면 그 방식을 권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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