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고위 공직자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와 처신이 나라와 국민을 얼마나 어렵게하는 가를, 홍기택이라는 사람의 예를 통해 또렷하게 보고있다. 아울러 정실(情實)에 의한 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얼마나 심대하고 나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사람은 우리나라가 4조3천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어렵사리 확보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부총재 자리를 제멋대로 무책임하게 휴직계를 내고 잠적함으로써 국익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를 끼쳤을 뿐 아니라 국제적 망신도 자초했다.
이 사람의, 나라의 위상과 이익 문제가 걸린 그 자리를 휴직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다만 “잘렸다”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궁색하게 대변한다. 맞을 수도 있다. 그는 애시당초 그 자리를 감당할만한 ‘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사 그런 상황이었더라도 그는 최소한 맞붙어 그 자리를 지키도록 노력은 했어야 했다. 그런 일말의 노력도 없이 그저 휴직계 하나 달랑 내고는 잠적해 버렸다. 그런 무책임한 행태는 해고로 이어지는 수순이다. 그러니 잘렸다해도 결국은 그가 자초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부총재 자리를 잃게됐고, 이 은행에서의 영향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지게 됐다. 그러고도 이 사람은 유럽의 어느 나라로 잠적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이 사람은 ‘낙하산 인사’로 이 정부들어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정실에 의한 것이었으니 실력이 검증됐을리가 없다. 그 자리에 앞서 산업은행 회장으로 있으면서 대우조선해양을 부실화시킨 장본인도 바로 이 사람이다.
이런 공직자를 보면서 문득 ‘에그헤드(egghead)’란 단어가 떠 올려진다. 원래는 비주얼한 차원에서 타원형의 계란형 대머리에서 연상되는 인텔리나 지식인, 학자를 뜻하는 용어이나. 정치. 사회적인 이슈들에 연관되어지면서 1950년대 이후로는 이들 계층을 경멸적으로 일컫는 슬랭으로 통용되고 있다. 정통이 아니면서 사이비적으로 처신, 혹은 지식인 척하는 교수나 그 추종자들을 가리킨다. ‘에그헤드’를 공직계층에 원용해도 될 것 같다. 실력과 수순을 밟아온 공직자가 아니라 권력층의 눈과 입맛에 부화뇌동해 자리를 차지한 사이비 공직자들이란 뜻에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홍기택이라는 사람은 분명 평범한 존재는 아니다. 좋은 학교를 나와 미국에서 박사도 했고, 교수도 했으니 나름 이 사회의 주류축에 드는 똑똑한 축에 드는 사람이다. 그는 권력의 줄을 타기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엉뚱한 기행으로도 입에 오르내린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에사 보니 그의 수준이나 엉뚱한 기행은 결국 자신의 능력을 캄플라지하거나 부풀리게 하기위한 ‘에그헤드’적 술책이 아니었던가 싶다. 미국의 퓰리처상 대중작가인 루이스 브름필드(Louis Bromfield)가 갈파한 ‘에그헤드’의 전형적인 행태에 견줘보면 딱 그렇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반작용이 감정과잉적이며 여성적임. 건방지고 넌덜머리나는 변덕쟁이며 보다 건강하고 유능한 사람의 체험을 경멸함. 근본적으로 사고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감상과 과격한 복음주의의 혼합속에 빠져있음.”
이런 ‘에그헤드’的 인 사람을 고위 공직에 오르게 한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논공행상을 헤아려 정치적으로 운명을 함께 해야하는 주변 측근들이라면 한 두어 명 그에 맞는 정치적 자리로는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사회. 경제생활에 영향을 주는 자리로 보내서는 안 된다. 단지 권력자와 가깝고 정권과 친하다는 이유 만으로 자격 검증이 안 된 사람들을 그런 자리에 앉혀 입게되는 피해는 고스란이 나라와 국민의 몫이라는 것은 여러 정권에서 많이 겪었고 많이 봐 왔다.
홍기택 사태도 그 한 예지만, 결국 고쳐지지 않은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인사’에 따른 폐해는 이미 여기저기서 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마침 또 최경환 전 부총리의 롯데그룹 50억 원 수수설이 슬금슬금 흘러나오고 있다. 본인은 딱 잡아 떼고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이 없지 않은가. 정권실세로서의 최경환의 그간 행태를 앞의 브름필드가 얘기한 ‘에그헤드’的 전형의 것으로 들여다 보면 어찌 그리 딱 들어 맞는지 실소가 나온다. 최경환을 둘러 싼 이런 저런 추문이 한 두어가지가 아닌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얘기지만, 이제 그 실체가 가려질 때가 됐다. 항상 그래 왔다. 비로소 정권 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