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齒牙)도 걱정, 치과병원도 걱정

나이를 먹으면서 몸의 각 부분도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정한 이치다. 그 중에서도 이빨, 좀 젊잖게 말해 치아는 여러가지로 신경 쓰이게하는 지점이다. 안 먹고는 살 수 없는 노릇이고, 그 씹어 삼키는 먹거리를 통과시키는 관문이 치아이니, 그것의 성쇠 여부는 전반적인 영양과 더 나아가서는 건강에까지 직결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치아가 나빠지면 혼자 힘으로 바로 잡든가 고칠 수는 없다. 치과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치과 고르기도 쉽지않은 게 또한 치아와 더불어 신경 쓰이게 하는 대목이다. 치과도 궁극적으로는 이가 나쁜 사람을 치료해주고 돈을 버는 곳이다. 그러니 영업이라는 상행위와 직결되면서 경쟁적으로 손님 끌어들이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쟁에 휘말리면서 치아가 안 좋은 사람은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말하자면 이빨 안 좋은 것에 더해 치과의 영업행위적인 행태에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다.

한 3년 전 직장생활을 할 때 치과를 다녔다. 젊었을 적 내 치아는 좋았다. ‘무쇠 이빨’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막 굴린 것 같다. 50 나이에 접어들면서 나빠져 가더니, 60에 접어들면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십여년 전에 반쯤 하다 심만 박아둔 채 방치된 상태였던 임플란트도 문제였지만, 치아가 전반적으로 부실해져서, 그 때 그 때 아플 때마다 치과를 찾아 대증적으로 치료를 하기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반 쯤 하다 그만 둔 임플란트는 사연이 있다. 좀 알고지내던 선배의 사위가 치과를 휘경동에서 하고 있었다. 그 때 상태는 임플란트를 할 지경은 아니었는데, 선배의 사위를 위한 ‘영업적’인 당부로 그 치료를 하게 됐다. 그러다 사단이 생겼다. 선배와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긴 것이다. 그 일과 임플란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감정이 상해 임플란트 치료를 중간에 그만 뒀다. 그 후에 어정쩡한 상태로 있을 수 없어 다시 그 치과로 가니까, 그 때 그 사위 의사는 병원을 그만 두고 지방대학의 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라 여의치가 못했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상태로 지내다가 10년이 지나 다시 치과를 찾은 것이다.

치과는 가산디지털단지 사무실 인근에 있었다. 전반적인 점검을 받은 후 알려준 결과는 이러했다. 어금니는 모두 임플란트를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치아도 신경 치료 후에 새로운 치아로 갈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간은 일차 치료가 한 8개월, 그리고 임시적으로 해 넣은 가치(假齒)의 수명에 따라 2-3년 후 그것을 다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자는대로 열심히 치료를 받았다. 1천만원 훨씬 넘게 돈도 많이 들었다.

어느 정도 치료를 하고나니 얼굴이 좀 바뀌었다. 합죽이 턱 상태가 교정된 것이다. 일차 치료가 끝날 무렵 회사를 사직했다. 그러나 그 후도 치과에서 시키는대로 했다. 일산에서 그 치과까지 가려면 버스와 전철을 세번 갈아 탄다. 그런데 임시 가치가 문제였다. 나는 별 문제가 없는데 그 치과에서는 그걸 빨리 교체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 비용 또한 만만찮다. 한 개에 30만원, 스무개면 6백만원이다. 가치 수명이 다할 때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신경이 상한다고 했다. 그 게 작년 8월 경이다. 그 때 가치 교체를 한다 해놓고 차일피일 미뤘다. 치과에서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계속 왔지만 무시했다.

지난 6월 말, 아래 이빨에 해 놓은 가치가 빠졌다. 한 몇번은 그대로 붙여 사용했다. 결국 신경이 쓰여 다시 그 치과를 찾았다. 치과에서는 작년 일을 거론했다. 왜 오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걸 꼭 얘기해야 하는 것일까 싶어 좀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냥 둘러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빠진 가치가 멀쩡하길래 그냥 그것을 다시 접착제로 붙여주었으면 하는생각에 원장을 좀 만나고 싶다고 했다. 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간호사가 하는 말은 이랬다. 한번은 붙여 주겠다. 다음부터는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면서 무슨 각서 비슷한 문건을 가져와 서명하라고 했다. 시키는대로 했다. 그 쯤에서 슬슬 그 치과 사람들이 하는 행태에 부아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일단은 치료를 하는 게 상책이다 싶어 웃으며 대했다.

간호사는 가치를 붙여주고는 가치를 교체해야하니 날짜를 잡자고 했다. 우선적으로 교체해야 할 치아도 한 개가 아닌 세 개다. 회사를 그만 두었기에 치과 다니기가 멀고하니 동네 치과에서 하면 안 되냐고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날짜를 잡았다. 그 날짜가 글을 쓰고있는 오늘이다. 한 일주일 전쯤부터 메시지와 전화가 왔다. 예약일에 대한 확인이다. 전화는 받지 않았다. 나는 그 치과가 멀기도 하지만, 하는 처사가 좀 실망스럽지 않아 가기가 망설여진다. 집사람에게 얘기했더니, 그냥 동네 치과엘 가라고 한다.

삼년 전 어떤 치과에서 치료를 받다가는 큰 낭패를 당한 적도 있다. 그 치과는 사무실 아래 층에 있는, 나름 특색있는 저렴한 가격의 진료비와 진료로 매스컴에서 오르내리던 치과다. 염증이 심해 그 치과로 갔더니 발치해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취주사를 놓았다. 주사 후 쇼크가 온 것 같았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오한이 오고 정신이 몽롱해져 갔다. 간호사를 불러 얘길했더니 의사가 왔다. 그가 메스를 들고 입을 벌리라는 것까지 기억한다. 메스가 염증 부위를 가르는 순간 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119구급대에 의해 고대구로병원에 실려갔다. 퍠혈증 쇼크라는 진단이 나왔다. 10시간 후 가까스로 의식이 돌아왔고, 나는 그후 다른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한동안 입원해 있다가 나왔다. 의사들이 나더러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이렇듯 나는 이래저래 치과와 그리 좋은 인연은 아닌가 보다. 지금도 나는 궁리 중에 있다. 가산동 그 치과를 가야하느냐, 그러지 말고 동네 치과로 가야하느냐를 놓고 고민 중이다.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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