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짜’ 승차권

살아가는데 있어 나이로 어떤 처지가 구분되어지는 시기가 몇 번 있다. 태어나 처음 학교에 가야하는 학령의 나이가 있을 것이고, 또 법률적으로 성인이 돼 사회생활이 좀 자유스러워지는 나이가 있을 것이다. 이는 나라에서 법으로 규율하는 나이다. 이것 말고 또 있다. 좀 느슨하기는 하지만 바로 노인을 규정하는 나이다. 만 65세가 되면 나라에서 노인이라고 정하는 것이다. 앞의 학령이나 성인의 나이가 젊음을 규정한다면, 65세는 늙음에 대한 나라의 인정이다. 그러니 그 나이에 그런 처지로 바뀌어 짐에는 여러 생각이 함께 한다.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호칭부터가 어르신이다. 뭔가 하고 들어봤더니, 폐렴 예방주사를 맞으라는 것이다. 하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바람에 안 가고는 부담을 안길 것 같아 보건소를 찾았더니 완전 노인 취급이다. 무슨 서류 기입하는 것부터 해서 딱 달라붙어 안내를 한다. 주사를 놓고서 뒤처리하기까지도 계속 어르신이다. 독감 예방주사를 어디서 어떻게 받는지도 친절하고 쉽게 가르쳐 준다. 고맙기는 했다. 그러나 말이 어르신이지, 나는 말 잘 듣고 고분고분 순응하는 어린 아이가 돼 있었다.
65세가 되면 지하철 무료승차권이 나온다. 농협에서 발급해준다고 했다. 오늘, 동네 농협을 갔더니 친절하게 발급해 준다. 수수료가 3천 원이다. 오늘 처음 사용해 보았다. 카드를 출입기에 대니 요금이고 합계금이고 모두 ‘0’으로 나타난다. 고맙기는 한데, 내가 아무 것도 아닌 ‘제로 빵(0)’이 되는 기분이었다. 마누라에게 지하철 무료로 탄다고 했더니, 표정이 좀 그렇다.

“응, 알았어, 그런데 그게 그렇게 좋아할 일도 아니잖아…”

이 무슨 말인가. 아내는 나라에서 나를 노인으로 규정한 게 좀 못마땅하다는 것인가. 아무튼 나는 이제 오늘부터 ‘노인’이고 ‘제로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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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journeyman

    2016년 7월 21일 at 11:45 오후

    지하철 무료승차권은 알뜰하게 활용하시는 분도 많아 보입니다.
    그로인해 지하철의 누적 적자가 엄청나다고는 하는데 복지 혜택이 그다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는 유지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 koyang4283

      2016년 7월 23일 at 12:50 오후

      처음 사용하는데 좀 어색하더군요. 국가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했는데, 이런 혜택을 받는가하는 생각도 듭디다. 알뜰히 가치있게 활용해야지요.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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