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보기가 참 딱하다. 임기를 한 일년 반 남겨놓은 시점에서 왜 그러는지 휘둥대고 왔다갔다 한다. 원칙과 신념이라는 자신의 통치철학이 언제쯤 어디에 있었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른바 임기말의 레임덕에 들어섰다는 말들이 나온다. 하지만 레임덕이라고 보기에는 나라 안팍의 돌아가는 사정에 비추어 너무 한가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가 처한 상황이 그런 오리 궁댕이 타령 같은 것을 늘어놓을 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뭔가 박 대통령이 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최고통치자로서의 결단이 느슨해졌고, 또 오락가락하는 말과 함께 뭔가 감정에 기대는 듯한 언사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어떤 정책에 대해 갈피를 못 잡는다는 것은 통치에 있어 신념과 결단이 결여됐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국가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안긴다.
사드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것은 여러 괴담과 억측이 난무하지만, 현재까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가장 최선의 방어책이다. 박 대통령도 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했다. 이는 동북아를 위요한 한국의 안보 상황과 한. 미동맹에 있어서도 더 없이 중요한 안보정책 중의 핵심 사안이다. 그 결정 과정이 좀 불투명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 측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것은,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좀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사드가 한국의 안전에 중요하고 그 바탕 위에서 배치가 결정됐다면 그대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대통령이 할 일이고 몫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렇지가 못하다. 미적거리는 것 같다. 여기에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 있는 것일까.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각양각색의 억측과 괴담은 이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나라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다. 대통령의 이런 미적거림이 악성의 유언비어를 양산한 결과를 낳고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은 뜬금없이 기존의 방향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발언을 했다. 사드 배치가 이미 결정된 성주군이 군 내에 새 지역을 추천하면 적합성을 조사해 그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걸정된 지역이 최적의 입지라는 것은 여러 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항이고, 이는 박 대통령도 인정한 바다. 대통령의 이 말로 사드 재배치는 차치하고 사드 철회까지를 부추기는 논란이 더 크게 확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왜 이 시점에서 그런 말을 했을까. 성주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잘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런 정책방향 선회를 뜻하는 발언을 전후해 박 대통령은 한편으로, 들리기에 좀 이상하고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의미심장하다는 것은 그 말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요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박 대통령은 “저도 가슴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고 했다. 이 말은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겻들인 말이다. 이 말은 그러나 그런 의지 표명의 전후 맥락상 어울리지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마디로 좀 뜬금없는 말이라는 것이다. 성주주민들과의 소통의 국면전환을 꾀하기 위해 자신의 슬픈 가족사를 운위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이 또한 타당성이 없어보이기는 마찬가지다.
4일 새누리당 TK지역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의 성주군 사드 배치 입지 이동 가능성을 얘기하면서는 이런 말도 한다. “성주는 (집안의) 집성촌과 선영이 있는 곳이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고 자다가도 일어나 밤잠을 못 이룬다.” 이 무슨 말인가. 사드가 무해한 것이라는 것은 입증된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성주가 배치 지역으로 선정됐다. 그럼에도 성주가 선영이 있기 때문에 사드 배치로 밤잠을 못 이룬다? 자기 선영이 있기에 (사드 때문에) 밤쟘을 못 이룬다면서 어찌 성주주민들에게는 불안해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의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이런 오락가락하는 정책방향 선회와 그 의미 파악이 어려운 발언도 그렇지만, 한편으로 우병우 청와대민정수석 문제를 둘러싼 박 대통령의 태도 또한 상식적인 차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우 수석은 고위직책에 대한 기본적인 인사검증의 실책 하나만으로도 이미 경질의 대상이다. 어디 그것 뿐인가. 법망을 교묘히 이용한 갑질 행태의 백화점격인 인물이라는 게 백방으로 드러났는데도 아직까지 그 자리에 앉아있다. 며칠 전 신문에는 수석회의에서 박 대통령 곁에 앉아 대통령을 바라보는 모습의 사진까지도 버젓이 나왔다. 이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박 대통령 인사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종의 코미디 같은 것이다. 이 또한 무슨 사정으로 박 대통령이 그러는 것일까.
박 대통령은 영국을 ‘영국병’에서 구해 낸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처 수상의 통치철학을 배우고 닮아가야 한다. 박 대통령이 그런 말을 처음 했을 때는 그럴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박 대통령은 대처를 닮아갈만한 원칙과 신념이 있는듯이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초심에서 많이 멀어졌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그 이유가 뭔지는 자신이 잘 알 것이다. 만일 대처 같았으면 지금의 이 상황을 대처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가 남긴 다음과 같은 말로 유추해볼 수 있겠다.
“원하면 당신들이나 돌아가라. 나는 유(U)턴 따위는 하지 않는다”
“총리(대통령)는 외로운 직업이며 어떤 점에서는 그래야만 한다. 군중 속에서 나라를 이끌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되새겨봐야 할 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