馬山선창가 ‘장어구이 거리’
보양식을 알기는 아는데, 즐기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안 먹는다는 것은 아니다. 먹긴 먹는데, 남들에 슬그머니 묻어서 먹는다. 그러니까 내가 주도적으로 제의를 해 끄는 것은 아니고 끌려가 먹는다는 것이다. 왜 그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모처럼 마산에 내려가 장어를 먹은 것도 그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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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태 형이 일체의 토를 허용하지 않을듯한 태도로 제시한 게 선창가 장어구이 거리에서 장어를 먹자는 것이다. “거 가서 장어나 먹자. 여름에 그만한기 어디 있노?” 마산 선창가에 장어구이 거리가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가보기는 처음이다. 이 거리는 원래 마산의 그 유명한 ‘홍콩빠’가 있던 자리가 아닌가 싶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얘기가 다 다르다. 어찌됐든 거리에 늘어선 장어구이 집과 장어 익어가는 연기와 소음은, 옛날의 그 정취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 거리에 중학선배가 하는 가게가 있다고 해서 몇몇 선배들과 간 것이다. 잘 먹고 잘 마시고 대접도 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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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장어 씨알이 굵고 알차다. 붕장어는 우리 귀와 입에 익숙하다. 흔히들 회로 썰어 ‘아나고’라고 부르는 장어인데 소주 안주로 많이 먹던 것이다. 이것을 석쇠에 구우니 그 맛이 토실토실하고 부드럽다. 아나고 회하고는 또 다른 맛이다.
준비된 양념장이 있었다. 그 양념장에 마늘. 청양고추 등과 함께 넣어지는 파릇한 입사귀가 눈에 팍 꼽힌다. 입맛을 다셔지게 하는 바로 방아다. 그 방아잎을 청양고추. 마늘 등과 푹푹 버무린 양념장이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나는 그것과 더불어 소금을 시켰다. 아무래도 장어는 소금에 찍어 먹어야 그 본래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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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양의 붕장어는 얼마 못가 바닥이 났다. 어쩔까고 있는데, 선배가 먹장어 한 접시를 덤으로 내어준다. 먹장어는 옛 부산시절 기장에서 짚풀에 구워 먹었기에 이미 그 맛은 알고있다. 또 포장마차에서 소주 안주로 먹던 꼼장어가 바로 먹장어다. 석쇠에 구어먹으니 짚풀과는 또 다른 맛이다.
장어는 뭐라해도 싱싱한 게 그 맛과 영양의 원천일 것이다. 그만큼 싱싱했다는 얘기다. 장어의 힘은 역시 세다. 마산서 2박3일을 버텼(?)는데, 그러고도 서울와서도 말짱하다. 이래서 여름 보양식이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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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8월 5일 at 9:28 오후

    아, 저도 먹고싶어요.
    방아잎은 된장에 넣어도 좋고 특히 생선조림에
    넣으면 비린내도 가시고 좋은데 서울서는
    구할수가 없어요.

    저는 경주가 고향이지만 남편이 북면 온천마을
    이라 마산은 자주 가거든요.
    다음에 가면 여기 꼭 들려봐야겠어요.

    • koyang4283

      2016년 8월 5일 at 9:36 오후

      아, 방아잎을 아신다니 참 반갑습니다. 방아잎은 어디서든 잘 자랍니다. 저는 파주 운정마을에 사시는 선배로부터 원 없이 얻어먹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구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경주가 고향이라니 그 또한 반갑습니다. 저는 큰 집이 월성군 서면 서오리, 그러니까 아화라는 곳이지요. 물론 지금은 경주시에 편입되어 있지요. 따뜻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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