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 조기
마누라, 친구들과 놀러갔고 아이도 나갔다. 집이 텅 비었다.
느지막한 점심, 뭘 먹을까. 요 며칠 계속 해 먹은 열무비빔밥이나 먹자.
더운 날, 입맛 없을 때 그만한 게 또 있나 싶다. 반찬도 필요없다.
그저 알맞게 익은 열무김치와 된장찌게에 밥을 비비면 된다. 들기름 조금 넣으면 더 좋고.
그런데 습관삼아 열어본 냉동실에서 이 게 나왔다. 울산 여동생이 보내준 민어조기.
지난번 어머니 생신 때 대구에서 만나 민어조기 맛 있다고 했더니 보내준 거다.
조기처럼 비싸지 않으면서도 조기와 민어 맛을 내는 착한 생선.
구어먹던 지져먹던 쪄 먹던 짭쪼롬한 맛이 열무비빔밥에 딱 맞을 것이란 생각.
이 걸 어찌 해 먹을까. 굽지말고 한번 쪄보자.
없는 실력에 어쩌다 한번 구워보았는데 태우고 해서 먹을 게 별로 없었다.
잘 쪄졌는지 모르겠다. 마츠막게 익은 것으로는 보이는데 모를 일이다.
입맛이 다셔진다.
소주 한 잔 겻들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