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驛에서 글 쓰는 여자

전철 역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좀 독특한 모습으로 앉아 시선을 끌게하는 어떤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다소곳이 노트북을 무릎에 놓고 앉아 뭔가를 쓰고 있는 여자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언듯 보아 그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뭘 그리 열심히, 그리고 그렇게나 빨리 쓰는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해 하지 않는 것 같아 슬쩍 엿 봤다. 모니터에 창을 두 개 띄워놓고 쓰고있는 글인데, 자세히 들여다 볼 수는 없어 무슨 글인지는 모르겠다.

한 창은 동영상인데, 누군가 나와 무슨 말을 하고 있다. 그것을 듣고 받아적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이어폰을 귀에 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무슨 글을 그렇게 빠른 속도로 열심히 쓰고 있을까 싶어 나름 좀 자세히 보려해도 글이 작아 그 내용을 알 수가 없다. 무슨 글인지 내가 알 필요는 없지만, 자판을 두드리는 사이사이 잠깐이지만 가끔씩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으로 보아 내용이 있는 어떤 글을 쓰고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호기심과 함께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수반한 글을 그만한 빠른 속도로 써내려 간다는 게 우선 그랬고,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역에서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글을 쓰는 태도가 또한 그랬다. 그 여자의 자판을 두드리는 빠른 속도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두드리는 속도라고 보면 되겠다. 아무튼 내가 여태껏 본 중에는 가장 빠른 속도다. 연초 모 신문사의 과거 신문 디지털작업에 잠깐 있으면서, 빠른 속도의 타이핑하는 사람 몇몇을 본 적이 있는데,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여자는 언듯 보아 학생은 아닌 것 같고, 직장인처럼 보였다. 뭘 하는 여자일까. 여의도니까 방송국 일을 하는 전문 구성작가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을 한번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았다. 마침 기다리던 차가 들어오고 있기도 했고.

글쓰기가 쉽지 않다. 뭘 쓸 것인가 하는 콘텐츠의 문제에서 부터,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능력적인 문제 등 만만찮은 게 하나도 없다. 이런 주제에 글쓰기가 이즈음 나의 처지에 어떤 다른 일보다 하기 쉽고 편안함을 주는 일이라고 나름 여긴다는 것이 얼마나 가당찮은 처사인 줄 잘 안다. 이렇듯 앞 뒤가 맞지 않는 일을 그래서 어찌할까 생각 중이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 친, 글을 아주 빠르게, 아주 몰입해서 쓰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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