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미자는 남녀를 불문하고 중. 장년의 한국사람들이 대부분 그 정서를 공유하는 ‘국민가수’다. 국민가수라는 단어에 쿠오테이션 마크를 붙인 것은, 이 말이 너무 흔하게 통용되는 것과 구분하고자 하는 뜻에서다. 우리나라에 그만큼 국민가수가 많다는 것인데, 실상 그 말에 가장 어울리는 가수가 이미자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이미자(75)는 올해로 가수생활이 57년 째다. 1959년 19살 때 부른 ‘나는 열아홉살이에요’가 그녀의 데뷔작이다. 이후 이미자는 수 많은 히트곡을 냈다. 새삼 열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흔히들 대표곡으로 ‘동백아가씨’를 꼽지만, ‘울어라 열풍아’ ‘흑산도아가씨’ ‘황포돗대’ ‘기러기 아빠’ ‘저 강은 알고 있다’ ‘살아있는 가로수’ 등도 어렵던 시절, 한국사람들의 정서를 파고든, 지금으로 치면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공전의 히트곡이다.
이미자의 노래들이 이처럼 히트곡이 많은 것은, 그녀 특유의 천부적인, 낭랑하면서도 처량한 음색과 어우러지는 음악적인 감각도 그렇지만, 그 노래들이 시대적 상황과 맞물렸던 점도 한몫 한다. 1960, 70년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그녀의 노래는 한국사람들의 전통적이면서도 애틋한 한을 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그 한을 풀어내는 정서적 청량제 구실을 했다. ‘동백아가씨’가 그랬고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가 그랬다.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이 이미자 노래를 좋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니 그녀에게 ‘국민가수’라는 호칭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국민가수’ 이미자가 최근 구차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다. 탈세에다 갑질, 그리고 호사생활 등등. 이 모든 것이 아직은 의혹 수준이지만, 이런 소식을 듣는 국민대중의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물론 개연성도 있다. 오래 동안 공연을 맡아오던 기획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불화에서 빚어진 것인데, 이런 구설의 여러 의혹을 공개한 측도 바로 이 공연기획사다. 이미자 측에서는 이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펄쩍 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을 발설한 측에서는 구체적인 물증까지 제시하며 이미자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지난 2014년 탈세로 인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전력까지 보태지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진행 중이라 아직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사실여부를 떠나 이미자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심대한 타격이지 않을 수 없다.
이미자의 이런 구설수를 접하면서 문득 집혀지는 것은 이미자 개인의 인생역정이다. 이미자는 아주 오랫동안 대중들과 접해왔기 때문에 누구에게든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 정도 고정적인 게 있다. 노래를 그다지 화려하게 부르지 않는다는 것, 공연 외에는 말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 일상생활이 소박하고 검소해 보인다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아름답고 정겨운 노래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인상과 심성이 좀 차갑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소 어두운 모습의 이런 이미자의 이미지는 그녀의 과거 인생사가 평탄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이미자는 알려진바대로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부모가 이혼을 한 후 홀아버지와 살아오면서, 나이 스무살이 되기도 전에 혼인을 한다. 하지만 몇 년이 못가 딸 하나를 둔 채로 이혼을 한 후 1970년 재혼을 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겨우 두 살에 엄마에 의해 버려진 그 딸의 나이 50 중순이지만, 지금껏 고작 세번 만나본 후 헤어져 남처럼 살고있다. 이런 과정에 예컨대 역시 가수인 딸(정재윤)과의 냉랭한 관계도 그렇고, 오래 된 얘기지만, 그녀를 버리고 떠났던 생모와의 상봉과 이별, 그리고 그 후 관계 등에서 비쳐진 이미자의 심성은 좀 차가웠다는 것이고 그 게 그녀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게 때문에 이번에 이미자에게 들씌워진 이런 의혹과 관련해 부정적이고 차가운 시선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충분히 예견되면서 그럴 수 있는 인간미와 심성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미자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을 우리나라 가요계의 톱스타로 군림하면서 주변에는 인색했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그만한 위치와 재력이면 누구를 도울 수 있을 여력이 충분할 터인데, 그 흔한 기부조차 변변히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연배로 보아 훨씬 아래인 가수 하춘화가 지난 40여년 간의 가수생활을 하면서 200억 원이 넘게 기부를 해온 점과 대비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이미자가 올해 ‘만해대상’의 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떴다. 자신을 둘러싼 이런 저런 의혹의 뒤숭숭한 처지에 만해 한용훈을 기리는 큰 상을 탄 것은 여러모로 참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시상식장에서 이미자는 통 큰 기부를 했다. 상금으로 받은 5천만 원을 탈북자 자녀의 교육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기부에 인색했던 것으로 알려진 그녀로서는 여러 생각이 오갔을 것이다. 시쳇말로 참 얄궂은 시츄에이션이다.
아무튼 이미자는 여러 추잡스런 구설수로 그녀의 가수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물론 아직은 의혹성이라 그 진위여부는 차차 드러나게 되겠지만, 이런 의혹에 휩쌓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가수’로서의 명예가 실추될 지경에 놓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국민대중이 많다. 사실이 아니기를 정말 바란다.
이미자는 노래로써 지난 어렵던 시절 우리 국민대중을 감싼 한 시대의 대중가수다. 그녀의 노래 ‘살아있는 가로수’는 어렵던 시절 우리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노래다. “…지금은/황혼길을/가고 있지만/살아있는/가로수엔/봄이 오네/꽃이 피네.” 이 노래의 끝 소절이다…” 이미자는 이 땅의 외롭고 어려운 사람들을 껴 안아 주는 ‘국민가수’로 여전히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아
2016년 8월 15일 at 9:25 오후
저도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국민가수로서의 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링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찾아오기 힘들었지만,
고마우신 이웃님께 들렸다 갈 수 있어서
밤 무더위도 조금은 견뎌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건강하셔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koyang4283
2016년 8월 15일 at 10:34 오후
초아 님의 글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지난 번 조 지훈 시인의 글은, 제가 개인적으로 그 분과 동생인 조 세림 시인을 각별히 좋아하는 바람에 참 인상 깊게 보았었지요. 앞으로도 좋은 글 당부 드립니다. 따뜻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휴가’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