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에 몸 담가본지가 언제였던가.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갱물도 그렇지만 민물에서도 마찬가지다. 1993년 여름인가, 처자식 대동하고 강원도 명파리로 휴가를 가 바다에 풍덩 뛰어든 기억은 있다. 추억으로 남았다. 그 이후로는 없었을 것이다.

명색이 그래도 바닷가를 고향으로 둔 처지에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 여름이면 바닷물에 살다시피 했다.학교가 파하면 그대로 바닷가로 내달렸다. 죽을동 살동 모르고. 동네 내 동무들은 모두들 그랬다. 그러다 몇몇은 물에 빠져 죽기도 했다.

해걸음 바닷가에 돛단배가 뜬다. 물에 빠져죽은 아이가 떠 오르지 않으면 지내는 굿거리 배다. 오방색 무슨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북소리가 둥둥 들린다. 그리고 에구 에구 우는 곡소리.

다음 날 아침, 잠결에 어렴풋이 들리는 어머니의 중얼거리듯 하는 말. 가가 떠 올랐단다. 나 또한 바닷물에 빠져 죽을 뻔 했으니, 나 들으라 하는 말일 것이다.

이 여름, 유달리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명파리 바닷가로 가자. 그리고 짠 바닷물에 몸을 한번 담가보자. 꼭 무더운 날씨 탓만은 아닐 것이다. 안 하면 이제는 영원히 못할 것 같은 아득함 때문이다. 바닷 속에 잠겨 오딧세이야의 바다도 한번 떠올려 보고, 피안의 저편 슈느아를 향해 헤엄쳐 가던 뫼르소의 그 바다도 한번 떠올려 보고 싶다.

여름은 가고 있다. 꿈도 사라져 간다.

개꿈이다.

 
바다__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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