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너무 아무렇게나 굴렸다. 그래서 탈이 났다. 오로지 내 탓이다. 누굴 원망하겠는가. 애먼 담당의사에게 좀 짜증을 부린 것이 전부다. 의사 왈, 너무 조급한 것 같다. 그 증상은 원래 오래 간다. 마누라는 죽을 병은 아니라며 좀 느긋(?)해 한다. 내 뭐랍디까. 그러니 평소에 운동 좀 하라 안 합디까.
어깨 죽지가 결리고 불편한 것은 평소에도 가끔 있는 증상이다. 그래서 쉽게 봤다. 그런데 그게 가라앉지 않고 팔까지 이어졌다. 결리는 것에 더해 통증까지 겹쳐졌다. 노트북과 몇몇 잡동사니를 넣은 백팩은 그리 무겁지는 않다. 걸어가는 거리라야 집에서 전철역까지, 그리고 당산역에서 국회까지다. 그런 상태에서 백팩을 매고 그 거리를 걷다가 그야말로 길거리에 주저앉을 뻔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배낭을 가슴 쪽으로 부여매고 있는데, 그 꼴이 오죽했으면 지나가는 여학생이 부축까지 해 줬을까.
그날 병원으로 갔다. 진단이 나왔다. 목 디스크라는 것. 그것도 아주 심하다는 것. 목 경추 5, 6, 7번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그 말보다 엑스레이 사진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경추 뼈로 보이는 지점에 뭔가 삐져나와 있는 게 보인다. 그게 신경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는 좀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병원을 다닌 게 20여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상태다. 통증과 마비 증세는 목과 팔을 오간다. 목이 좀 괜찮으면 팔이 그렇고, 팔이 좀 괜찮다 싶으면 목이 또 그렇다. 밤잠은 모로 누워 자야 한다.
나이 들어 몸에 이상이 생기면 마음까지 이상해진다. 꼭 집어 말하라면 조급증이다. 천방지축으로 아무렇게나 몸을 굴렸던, 그래도 별 탓이 없었던 젊었을 적 몸의 기억이 입력된 탓일 게다. 한 며칠 병원 다니면 났겠지 하다 그게 아니다 싶으니 마음이 급해진다. 거기다 별 생각이 다 겹쳐지기도 한다. 이러다 그냥 주저앉든지 눕든지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래도 추석 전까지는 좀 나을 줄 알았다. 나이 드신 어머니가 아들 보러 올라오시는데, 이 꼴로 맞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연극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더 무리가 왔다. 어머니 내려가시고 증상이 더 심해진 것이다. 병원에서는 여전히 그런다. 왜 그렇게 조급한가. 천천히 기다리면 좋아질 것인데.
20여일이 지났다. 증상은 그대로인데 좀 변한 게 있다. 마음과 생각이다. 그것이 좀 아래로 갈아 앉았다. 조급스러움이 엷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포기의 측면도 없잖아 있다. 받아들이고 살자. 그간 얼마나 혹사한 몸이었던가. 그러니 그냥 받아들여 아프면 아픈 대로 살아가자. 마누라 말 맞다나 죽을 병도 아닌데. 이런 게 말하자면 지병(持病)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아직도 밤잠은 설치지만 요령은 생겼다. 증세에 맞게 대처하니 그런대로 견딜 만은 하다. 병원은 다니지 않는다. 약이 독해 좀 곤욕이다. 해서 지어 준 것만 먹고는 끊을 생각이다. 술은 그래도 마신다. 술은 일종의 마취제 역할을 한다. 솔직히 말해 그런 용도로 마신 적도 몇 번 있다.
지병의 속성은 증상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증상을 갖고 살아가는 게 지병이다. 지병에서 바라는 게 있다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이 편해지면 아픈 것도 그에 묻혀 진다. 어디에선가 읽었다. 이런 유(類)의 신병(身病)은 시간과 마음먹기에 좌우된다는 것. 이런 마음을 그래서 더 굳혔다.
더러는 별것도 아닌 것을 갖고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호들갑도 때로는 필요하다. 살려달라고 하는 호들갑이 아니다. 신병을 천천한 지병으로 받아들여 가고자 하는 호들갑이다.
데레사
2016년 9월 19일 at 2:20 오후
나이들어서 생기는 병은 대개 평생을 함께 갑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혹 스럽지만 치료하면 좀 좋아지기도 하고
또 병에 익숙해지기도 하면서 덜 불편해 지거든요.
그렇게 그럭저럭 살아가는것, 맞습니다.
저도 허리 아픈게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럭저럭 지내다 이제는 걸을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어쩔수 없이 수술했는데 결과가 괜찮아요.
의료기술도 좋고, 약도 좋고, 내 마음도 느긋해지고…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크게 불편하지도 않아요.
koyang4283
2016년 9월 19일 at 2:46 오후
저도 그렇게 여길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그 지경의 완충기가 없었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적이 당황스러워했는데, 이젠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