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끝자락에서 이백을 생각하다(天末懷李白)’
가을이 깊어지면 문득 생각나는 시 한 편. 두보(杜甫)가 벗인 이백(李白)을 그리워하며 지은 ‘天末懷李白(천말회이백)’ 五言律詩다. 늦가을 바람이 하늘 끝자락에서 솔솔히 불어 오는데, 역적의 죄명으로 하옥된 이백을 생각하며 그리움과 회한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글에서 특히 느껴지는 것은 당대 문장가로서 이백과의 동병상련의 염을 절절히 드러내고 있는 대목이다. ‘文章憎命達,’ 즉 문장은 운명이 통달함을 미워한다는 것인데, 말하자면 문장을 잘 하는 사람은 운명이 기구함을 이르는 것이다. 여기에 멱라(汨羅)강에 몸을 던진 굴원(屈原)까지 보태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당대의 양심있는 문장가는 평탄한 삶을 영위하기가 어렵다는 것 아니겠는가.
凉風起天末(양풍기천말)
君子意如何(군자의여하)
鴻雁幾時到(홍안기시도)
江湖秋水多(강호추수다)
文章憎命達(문장증명달)
魑魅喜人過(이매희인과)
應共寃魂語(응공원혼어)
投詩贈汨羅(투시증멱라)
(차가운 바람 하늘 끝에서 이는데, 그대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소식은 언제쯤 도달하려나. 강과 호수에는 가을 물이 불어 있겠지. 문장은 운명이 통달함을 미워하고, 귀신은 사람이 지나감을 기뻐하네. 응당 원혼과 함께 이야기 하며 멱라수에 시를 던져 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