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베개다. 지리산 산청(山淸)의 깊은 마을 대나무로 만든 베개다.
근자에 목 디스크로 좀 고생하는 내가 좀 안스럽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저께 중학동기회에서 한 친구가 이 대나무 베개 이야기를 하면서 효과를 많이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분의 것이 하나 있으니 주겠다고 했다. 그걸 어제 낙성대 친구 약국까지 온 친구로부터 얻어온 것이다.
대나무를 반쪽으로 쪼개 만든 것인데, 55cm 길이에 600g의 무게로 묵직하다. 밑둥의 지름이 10cm 쯤 되고 밑둥의 이끼 흔적으로 보아 수령이 꽤 있어 보인다.
친구들과 만나 소주 잔을 기울이면서도 마음은 대나무 베게애 꽂혀 있었다. 얼른 갖고 가 베어 봐야지.
집으로 와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딱딱한 대나무의 감촉이 처음에는 좀 생경스러웠으나 이내 익숙해졌다.
딱딱한 촉감이 굳어진 목과 어깨 근육을 후비듯 파고드는 것 같은데, 역설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다. 통증을 파고 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나무 베개는 산청의 친구 처가에서 사위를 위해 손수 채취를 해 만들어보낸 것인데, 다듬 맵씨 등에서 그 정성이 담뿍 느껴지는 베개다. 그래서 그런지 이 대나무 베개에서 지리산 냄새가 난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얼마 전 영남 알프스 산행 때 혼자 빠진 것도 목 디스크 때문이다. 그 때 참 싱숭맹숭했다.
이러다 영영 산을 못 가게 될지 모를까 하는. 그 우울스런 생각의 와중에 문득 다가온 산이 지리산이다.
2년 째 못가고 있는 지리산이다. 그 지리산을 지리산에서 온 이 대나무 베개로나마 느껴보게 된 것에 마음이 사뭇 즐거워진다.
이 대나무 베개를 밤마다 끼고 베고하며 더불어 함께 살 것이다. 나에게는 죽부인인 셈이다.
친구의 배려가 새삼 따뜻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