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言 李存吾가 필요한 時局
“..그런데 신돈은 능히 복을 내리고 위세를 부리고 또 전하와 더불어 대등한 예를 행하니, 이는 나라에 두 임금이 있는 것입니다. 그 능멸함과 참람함이 극에 달하여 교만이 습관이 되었으므로, 백관들이 분수를 지키지 않고 백성들이 분수에 넘치는 일들을 하는 것이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돈작복작위, 우여전하항례, 시국유양군야, 능참지지, 교만성습, 칙유의자불안기분, 소민유월기상…)
나라 돌아가는 꼴이 어째 고려조 망할 때와 흡사하다. 고려말 공민왕 때는 신돈(辛旽)이란 자가 왕을 능멸하고 국정을 농단하며 설쳤다. 그 때 분연히 나선 신하가 석탄(石灘) 이존오(李存吾, 1341-1371)다. 당시 왕에게 의견을 전하는 정언(正言) 직에 있던 이존오는 신돈의 행각을 보고 참을 수가 없어 공민왕에게 상소를 올린다. 신돈을 처형하라는 ‘논신돈소(論辛旽疏)’다. 이 상소문으로 신돈은 단말마적인 반항을 보이다가 결국 처형됐지만 고려의 국세는 이미 와해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작금의 흐름으로 보아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을 업고 비선실세 노릇을 하며 호가호위의 국정 농단을 한 게 거의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 나라가 이럴진대 대통령은 전혀 고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대통령 주변에 사람다운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대통령도 그렇지만, 나라의 국록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이 어찌 그리한가. 국무총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비서실장은 박근혜 비호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라가 망조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