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최순실에 국정을 내 맡기다싶이 한 게 그녀의 말대로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상식의 차원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연일 이른바 ‘최순실게이트’와 관련해 숱한 언론에서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박근혜가 왜 최순실에게 그리 집착했는 지에 대해서는 그 맥을 놓치고 있는듯 하다. 말하자면 최순실과 박근혜의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관계을 들여다봐야 작금의 이 사태의 윤곽을 읽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최순실게이트’의 대략적인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눈길을 끄는 몇 단어가 나온다. ‘팔선녀八仙女)‘니 ‘오방랑(五方囊)‘ 등이 그 것이다. ‘팔선녀’는 최순실을 정점으로 한 8명의 유력한 여류인사들끼리 꾸려진 박근혜 비선조식의 명칭이다. 그 멤버들이 모두 ‘선녀’라는 얘기인데, 우병우 수석의 부인도 포함되고 있다. ‘오방랑’은 이번 사태의 물증인 최순실의 태블릿 PC에 담겨져있는 최순실의 파일묶음이다. ‘오방랑’은 다섯가지 색, 즉 오방 색 조각으로 만든 복주머니다. 이런 용어들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다. 뭔가 무속 신앙과 관계된 냄새가 풍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를 유추해불 수 있는 것은 이들 사이가 바로 무속신앙을 매개로 엮어져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좀 과장을 보태자면 박근혜는 최순실을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로 여기고 떠받들듯이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가 아니면 박근혜가 거진 백치 상태에서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하게 최순실로부터 철저하게 농단을 당한 이유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최순실은 주지하다싶이 최태민의 딸이다. 최태민이 누구인가. 그는 사이비 종교인 ‘영생교’의 교주였다. 천주교와 불교 등 여러 종교를 섭렵한 끝에 이른 경지가 이상한 사이비 종교였던 셈이다. 최태민이 40년 전 박근혜에게 접근한 것도 바로 이 사이비종교를 매개로 했다. 비명에 간 육영수 여사의 현몽을 들먹이며 박근혜에게 접근한 것이다. 최태민에게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약간의 심령술 소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민은 박근혜에게 접근할 당시 육 여사의 목소리를 자주 전했다고 한다. 비명에 간 엄마의 목소리를 최태민으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의 박근혜 심정이 어땠을까. 최태민의 이런 접근법은 제정 러시아를 멸망에 이르게 한 요승 라스푸틴 그레고리와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부인인 알렉산드라와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최태민의 이같은 술수는 박정희도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태민의 각종 전횡과 관련해 박정희는 이른바 ‘친국’까지 해 보지만, 결국은 흐지부지 덮어버리고 만다. 여기에는 물론 박근혜의 비호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때 이래로 박근혜는 최태민의 포로가 돼 있었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뉴욕타임즈까지 최태민에 대해 “박근혜를 영적, 육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꼬았을까.
최순실은 그 애비 최태민으로부터 자식들 중에서 이른바 영적인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가 최태민의 소개로 1976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최태민은 순실을 그의 후계자로 보고 박근혜와 붙여줬고, 그 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최순실은 최태민이 하늘에서 보낸 ‘선녀’였던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 박근혜는 최순실의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고 받들었다.
박근혜가 최순실을 그렇게 여기고 받들게 된 배경에는 최순실의 능력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그 능력이라는 게 실무적인 것도 물론 있겠지만 아무래도 최태민으로부터 이어지는 사술에 의한 신통력이 그 바탕이었고, 박근혜는 이에 의존한 게 아닌가 싶다. 안 될 일도 되게하는 신통력을 구사했다는 얘기도 전해지는데, 많은 사람들은 몇몇 공개된 최순실의 사진에서 그 얼굴이 무당의 그것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특히 무기 서린 눈과 눈초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의 아버지라는 사람한 한 말에서도 이런 게 감지된다. 최순실의 전 시아버지이기도 한 그 사람은 최순실을 높게 평가하는 가운데 최순실이 어려운 상황, 어려운 환경에서도 박근혜를 대통령이 되게 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물론 드러내놓고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 사람의 이런 말에서 최순실의 신통력을 은근히 부각하려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봐야 박근혜가 왜 최순실을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면서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포함한 온갖 일을 그 여자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처지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봐야 박관천이 “우리나라 권력실세 1위가 최순실”이라는 얘기가 이해되는 것이다. 박근혜의 처지가 이러니 그녀는 최순실이 시키는대로 했을 것이다. 이는 계속 드러나고 있지만 팩트다.
이와 관련해 앞에서 언급한 ‘오방랑’에 얽혀진 얘기는 실소를 짓게 한다. ‘오방랑’은 최순실이 박근혜로 하여금 무슨 길사(吉事)를 주게하는 물건이라고 분명 강조했을 것이다. 박근혜의 대통령 취임식 때 이 오방랑이 등장한다. 오방랑 형색의 ‘희망 복주머니 행사’가 열린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행사 또한 최순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박근혜는 지금도 오방랑을 신체의 어느 부분에 차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journeyman
2016년 10월 26일 at 6:56 오후
대단한 능력자인 거 같습니다.
행사도 주도하고, 의상도 직접 챙기고,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개입하고.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가 아닐까 싶네요.
동화 속의 선녀는 가녀리고 마음씨도 곱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