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淇春 전 실장의 운명

‘최순실게이트’는 파장과 막장의 연속이다. 실타래가 풀리듯 터져 나오는 숱한 의혹들에 국민들은 할 말을 잃고 있다. 이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다. 어째 저런 대통령을 뽑았을까 하는 자탄이 국민들을 아노미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더해 박 대통령에 버금가게 욕을 먹고있는 사람이 있다. 김 기춘 전 비서실장이다. 모든 것이 박 대통령에 의해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미증유의 이런 작금의 사태를 미연에 막을 수 있는 기회가 김 씨 임기 중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 때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면서 충정과 나라를 위한 마음이 있었다면 직과 목숨을 걸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자리에 그 때 그가 있었고,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가증스러운 것은 그 때 대통령의 비선실세와 국정농단의 실체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쳑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커녕 오히려 이들에 빌 붙어 자신의 권력과 보신을 강화하려했다는 점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기에 새삼 중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왜 하필 이런 사람을 대통령 실장으로 기용했냐는 것인데, 사람 쓸 줄 모르는 박 대통령의 용인술을 탓할 수밖에 없겠지만, 여기서도 새삼 그의 권력에 줄을 대는 비상한 술수에 박 대통령이 놀아났다는 점에서 그의 가증스러움이 더하는 것이다.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이지만 여론은 ‘최순실게이트’에 맞물린 김 기춘이 이번에야 말로 철저하게 실체가 까발려져 단죄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의’가 거론되기도 한다. 저런 사람이 평생을 권력에 빌 붙어 호의호식하는 것은 정의의 관점에서 어긋난다는 것이다. 어떻게 될 것인지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신문 사진)

(한겨레신문 사진)


김 기춘과 관련해 개인적인 얘기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적확한 표현이 될지는 몰라도 이런 김 기춘에 운명적으로 비유되는 사람이 있다. 이 명박 대통령 임기 중에 역시 비서실장을 지낸 정 정길 씨다. 그는 김 기춘과 마산중학 동문으로 김 씨의 3년 후배이다. 둘은 같은 중학 출신으로 2대에 걸쳐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묘한 처지인 것이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은 임기 2년(2008. 6 – 2010. 7)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그의 임기 중에도 이 명박 정부는 어려웠다. 김 대중-노 무현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진보좌파정권을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환원시키고자 하는 이념체제 전환의 어려운 시기였다.
MB 정부에 대한 비난도 만만찮다. 공과는 역사에 맡길 일이지만, 한 가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시키고자 노력한 점은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없이 대통령을 조용히 보필해 임기를 마치게 한 정 전 실장의 노력이 있었다. 철저하게 권력을 쫓고 이를 통해 자신의 영화와 보신에 앞장섰던 김 기춘과는 달랐던 실무형의 비서실장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가 같은 마산중학 출신이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사에서 한 명은 역사의 죄인으로, 또 한 명은 충신으로 갈라놓았다고나 할까.

얼마 전 정 전 실장을 어떤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다. 어느 자리에서건 ‘최순실게이트’가 단연 화제일 때다.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처지로서 지금 생각하면 그 자리가 어떤 자리로 생각되는지. 무슨 실 없는 질문이냐는 투로 껄껄 웃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려운 자리”라고 했다. 근데 용케 잘 견디고 빠져 나왔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대통령을 잘 만났기도 했고…” 지나가는 투로 대답을 한다. 그는 그 순간 선배인 김 기춘을 떠올렸을 것이다.

1 Comment

  1. 비풍초

    2016년 12월 3일 at 11:33 오후

    검찰을 다스리기 위해 검찰통 중 가장 영향력있는 사람을 골랐던 것이겠지요. 검찰은 모든 정권에서 초기에는 굽신거리다가 말기에는 머리를 쳐드는 집단이지요. 안기부는 대통령의 말을 잘 따르지만, 검찰은 법무부장관 말을 잘 안듣는 조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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