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할일 하기

참 뒤뚱거리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목에는 보호대를 매었지, 옷은 한 겨울 지 혼자 만난 양 덕지덕지 껴 입었지. 내가 물어면서도 내가 그 내용도 잘 모르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지. 그러나 그 젊은 청년은 미소를 머금고 묵묵히 듣고 있었다. 아, 그거요? 어디 제가 직접 봐드리지요. 청년은 내가 사용 중이던 컴퓨터 앞으로 갔다. 잠시 들여다보더니 몇 차례 클릭을 반복한다. 자, 이제 보내시면 됩니다. 그 청년은 그러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딴에는 컴퓨터를 나이에 비해 좀 만진다고 하지만, 가끔 가다 막막한 경우가 있다. 어제도 그랬다. 국회도서관에서다. 어디에 뭘 신청을 메일로 하는데, 파일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내라는 것이다. 묶음으로 만들기는 했는데, 어태치를 하면 묶음 내용만 풀어질 뿐 어태치가 되질 않는다. 몇 번을 해도 그렇다. 나로서는 방법이 없어 별개 파일을 하나씩 보낼 생각에 수취인 측에 문의를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이라 구분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하나. 주변에 물을 수밖에 없다. 한 젊은 아가씨에게 다가갔더니 눈치부터가 다르다. 저, 잘 모르는데요. 몇몇의 반응이 다 그랬다. 모른다는 것이다. 모를 일이 없다. IT 강국의 젊은이들이 그걸 모를리가 있나. 나의 행색이 거슬렀을 것이다. 무슨 이상하게 생긴 중늙은이가 나이에 맞지않는 짓거리 같은 것을 물어보다니… 결국 도서관 창구로 다가갔다. 한 젊은 청년이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결국 그 청년이 내 일을 해결해 준 것이다. 그 젊은이가 고마웠다. 다시 다가가 별도의 고마움을 전하려 했으나, 청년은 그냥 빙그레 웃기만 했다.

하는 짓이나 일이라는 게 그 격이 나이에 상관될 수도 있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뽕짝이 어울리는 노인이 힙합을 율동과 리듬에 맞춰가며 부를 수 없다. 그렇게 할 수는 있으되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평생 해온 게 글 쓰는 일이어서, 글쓰기는 나이와 관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도 생각대로 잘 안 된다는 걸 절감한다. 걸리적거리는 몸 상태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고 또 글 쓰기와 관련해 그 외의 주변적인 요구에도 지쳐 버린다. 글로써 어떤 조그만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요구사항이 너무 많다. 그래서 곧 잘 포기한다. 어제의 경우도 어플리케이팅 하는 작업에 반나절을 보냈다. 결국 조금 차도를 보이던 목 디스크가 더 악화됐다. 집으로 와 목 싸매고 들어 누워 버렸다. 할 일과 안 할 일을 좀 더 따져보아야 겠다.  

 

 

Working Dad: 1955: March 1955. "Men participating in family life. Includes women and children standing by window waving to men as they leave for work." Photo by Bob Lerner for the Look magazine assignment "Male Behavior."

Working Dad: 1955: March 1955. “Men participating in family life. Includes women and children standing by window waving to men as they leave for work.” Photo by Bob Lerner for the Look magazine assignment “Male Behavior.”

(Photo from www.shorp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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