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直言)은 부러지는 것인가

신문에 여러 흉흉한 기사들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어떤 경우든 나와 좀 관련이 있는 기사를 마주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연초에 그런 기사를 하나 접했다. 옛 신문사 시절, 상사로 모시던 한 선배가 어떤 일로 관제를 당하고 있는 기사였다. 낭패감이 들었다. 그 꼬장꼬장하던 양반이 어째 저런 혐의로 관제를 당하고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인가. 새삼 그 시절을 돌이켜 보니 한편으로는 개연성이 없잖아 있었다. 어쩌면 나도 같은 입장에 처해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선배는 지금 그 지경이고 나는 집에서 그 선배의 그런 소식을 보고 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선배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명문대를 나왔고 그 지역 언론이 뿌리였기 때문에 그런 카리스마가 어색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서울에서 움직였었고, 어쩌다 그 쪽 신문에 낯을 내고 있던 터였다. 선배와의 만남은 좋았다. 하지만 차츰 그 신문을 알게되면서 사이가 비틀어졌다. 나름의 결론을 신임 사장과의 면담에서 얘기했다. 사단이 생겼다. 선배가 국장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그것이 나의 직언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선배는 논설실로 갔다.
나의 본사 근무도 순탄치 않았다. 편집국을 지배하던 카리스마가 사라진 공백이랄까, 좀 생경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맴도는 가운데 내가 있었다. 질시의 눈총도 있었다. 선배를 물 먹게했다는 것인데, 내가 그에 동의하고 안 하고와 관계없이 그렇게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그 와중에 사장과 충돌한다. 신임 사장을 둘러싸고 그의 향후 정치적 입지와 관련한 정보를 알게 된 것이다. 국장을 배제하고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사장님이 그러시면 신문사 문 닫는다. 사장이 발끈했다. 그게 빌미였을 것이다. 얼마 후 선배가 다시 국장으로 복귀했다. 사장은 편집국 장악을 위해서는 선배의 카리스마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수리되지 않았다. 선배는 그 해 말 대선까지만 있어달라고 했다. 보장책도 제시했다. 딴 게 아니다. 서울 논설위원으로 가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야당후보의 승리였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인 셈이다. 정치부장이 저러니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지나친 억측이었을까. 아무튼 그런 분위기로 나는 여겼다. 선거결과는 사장의 향후 진로와도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사장은 나의 도움을 바라고 있었으나 나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역시 사장 눈에는 가시였을 것이다.
선배인 국장을 통해 사장의 해임 통보를 받았다. 홀가분했다. 사장을 만났다. 사장은 아마도 마지막까지 내가 길들여지기를 바라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간 사장이 얼버무려 온 대답이 듣고 싶어 마지막으로 물었다. 사장이 혀를 찼다. 그러면서 내가 품고 있던 의구심에 대한 답을 들려주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그러시면 신문사 문 닫습니다. 사장과 주고받은 대화의 마지막 나의 말은 그것이었다. 사장은 그 얼마 후 바라던대로 신문사를 나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신문사는 내가 나온 후 일년 정도 우왕좌왕하다 문을 닫았다. 
윗 사람에게 올바른 말을 하는 직언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목적은 조직을 지키고 위하는데 있다. 나는 조직생활을 하면서 그 쪽에 잘 섰다. 그러니 직장생활이 순탄하지 못했다. 몸 담았던 조직도 그랬다. 내가 다닌 직장 중에 지금껏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없다. 문을 닫았거나 합병 당했거나 했다. 모셨던 분들도 순탄하지 않았다. 신문사 사장 그 분은 정권과의 불화로 스스로 세상을 하직했다. 국장 선배도 저런 지경이니 안타까운 감회가 머리를 휘감아 돈다.
직언은 아첨과 함께 윗 사람을 모시고 다루는 방법 중의 하나다.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조직과 사회, 나라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는 불문가지다. 하지만 직언은 더러 후과가 가혹하다. 직언을 하는 당사자가 피해를 입기 하고 조직이 부러지기도 한다. 올곧기에 그런 것일까. 그렇다고 말 일도 아니다. 부러진다고 주저앉을 일이 아니라는 것은, 그에 따라 개선되고 얻어지는 과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발전을 전제로 한 인간사회의 올바른 궤적이 그런 것 아닌가. 

 

xxlarge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