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주변으로부터 욕을 좀 얻어 먹고있다. 사람이 변했다는 것이다. 변했다는 지적과 질시의 요체는 정치적 입장이다.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이 땅의 장삼이사들에게 어떤 입지를 강요하다시피 하는 게 이즈음 탄핵정국의 한 세태다. 그런 성향을 구분해 굳이 나의 입장을 얘기한다면, 나는 시쳇말로 보수다. 지금껏 지속돼 온 나라의 근간과 토대를 믿었고, 앞으로도 그것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는 사람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놓고도 공 쪽에 점수를 더 주어왔다. 같은 맥락에서 문재인과 겨눈 2012년 대선에서 당연히 박근혜를 지지했고, 그녀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적극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믿고 신뢰를 주어왔다.
탄핵정국과 관련해 주변에서 나더러 변했다고 하는 지적은, 그랬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박근혜를 반대하는 쪽으로 돌아섰냐는 것이다. 맞다. 인정한다. 돌아섰다. 그리고 그런 나의 소신에는 지금도 일말의 변함이 없다. 그것은 나로서는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하나의 일깨움이다. 대통령으로서의 박근혜에 대해 지금껏 갖고 있었던 믿음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내린 것이다. 말하자면 박근혜가 배신을 비수를 꽂은 것이다.
박근혜는 한마디로 나라와 국민을 우롱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그랬기에 더 가증스럽다. 탄핵 심판이 목전에 다다르면서 내 놓은 그녀의 서면 의견서는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지금껏 부정부패가 없었고,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녀가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그래왔듯 부정부패나 인척비리 등으로 그런 처지에 엮였으면 좋겠다. 이런 죄과는 양과 질로써 평가할 수 있는 계량적인 것이고 사법적인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죄업은 그런 계량적인 것이 아니다.
박근혜는 국정농단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당연히 그런 변명을 할 것이다. 이미 눈에 뭔가 씌였기에 사물과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가 없으니 그런 말을 아무렇게나 한다. 그런 눈과 생각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국정을 농단한 짓거리의 작태는 한마디로 차고 넘친다. 무슨 재단을 만들어 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것은 빙산의 일각의 일각에 불과하다.대한민국이 그래도 운이 좋았다. 안 그랬으면 나라가 완전히 최태민의 망령을 덮어 쓴 최순실의 농단으로 그야말로 ‘최태민 왕국’이 되면서 절단이 났을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최순실은 자기 애비 최태민으로부터 이어받은 ‘최태민 교’의 이른바 신업(神業)을 자기 대에서 굳혀 정유라로 이어지게 해 다져 갈 꿈을 꾸고 있었고 그 과정에 박근혜를 이용하지 않았나 하는 것. 이 과정에서 박근혜는 한마디로 최태민-최순실로 이어지는 ‘최태민 교’의 광신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박근혜의 최태민 가와 엮어진 비상식적인 그 편력이 반세기에 가깝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대통령으로서 박근혜가 최순실에 공모해 나라와 국민을 농단한 짓은 어떤 법적 논리와 상식을 들이대도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 이유는 둘 간의 관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 둘은 우리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샤머니즘에서 운위되는 신(神)적인 애미와 신(神)적인 딸, 즉 신모와 신자의 관계로 봐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박근혜는 그 관계에서 당연히 딸의 위치다. 그런 딸은 신모의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고 따르는 로보트일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를 전제로 봐야 그 둘과 주변 측근들이 저지른 작태가 이해가 되는 것이다. 최순실 주변의 측근들이 대부분 이름을 바꾼 것도 그들이 신봉하는 사교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지금 감옥에 들어가 있는 최순실의 하수인 노릇을 한 안종범 등도 그들 사이에서 통하는 어떤 다른 이름들로 개명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 억측 같지만 박근혜도 그랬을 줄 모를 일이고.
탁명환 씨라는 분이 계셨다. 사이비종교를 연구 추적하다 비명에 가 이미 고인이 됐다. 이 분이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접했다면 분명 이런 관점에서 파고들어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아마도 수사팀에 사이비종교 전문 검사 배치도 주장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런 미증유의 사건은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고 탁명환 씨는 생전에 최태민의 정체를 어느 수준까지 꿰뚫어 본 분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대통령 박근혜는 사건이 터져 나온 후 지금까지 몇 차례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걸 진정한 사과라고 여기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기 입맛에 맞는 방법으로 주저리 주저리 변명만 늘어놓는 자기 입장 변호만 해 왔다.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그녀 명의로 내 놓은 의견서는 변명 류의 그런 자기 입장을 총체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가 놓은데 대한 진심어린 반성은 그 어느 문구에도 없다. 어떻게든 이런 치지를 모면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시기를 저울질 해 보려는 간계로만 읽혀진다.
작금의 박근혜 탄핵정국에 대한 나의 입장은 이런 것이다. 그러나 내 주변은 그렇지 않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지인들도 많다. 좌파언론과 종북세력의 선동으로 박근혜의 처지가 저런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점을 일정 부분은 인정한다. 촛불집회가 오염되고 있다는 점도 잘 안다. 하지만 그것과 박근혜의 탄핵문제는 별개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집회의 취지가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박근혜의 죄상은 물어야하고 그에 대한 단죄는 분명히 있어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박근혜에 대한 나의 이런 입장은 이렇다. 그러니 이런 생각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곱지않을 수밖에 없다. 네가 틀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간혹 모임의 좌중에서는 외톨박이 신세로 몰릴 때도 있다. 나 또한 이런 나에 대해 가끔 의아스러울 때도 있다. 수구골통은 아니지만 그래도 네 같은 보수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내가 혹시 잘못되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들 때마다 나를 다 잡는 게 있다. 정의를 떠올리는 것이다. 박근혜는 옳지않은 길을 걸었고, 아직도 그 미망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옳지않은 것을 바로 잡는 게 정의다. 국민의 이름으로 박근혜를 단죄하는 것은 곧 정의의 실현이다. 나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journeyman
2017년 2월 28일 at 4:14 오후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지금 서울의 모습이 해방 후의 모습과 똑같다고.
저도 기호 1번을 찍은 입장에서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koyang4283
2017년 2월 28일 at 5:46 오후
사실 저도 이런 글 쓰면서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박근혜는 불쌍한 여자입니다. 운명적으로 ‘어둠’에 갇혀있는 사람이지요. 그의 부모가 그렇고 그의 형제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운명적으로 최순실 같은 사람들에게 엮일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는 한시 바삐 이런 어둠 속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박근혜가 마지막으로 그나마 나라에 한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수남
2017년 3월 1일 at 11:11 오후
koyang님의 글 잘 보았습니다.마산 출신이시고 지난 번에 올리신 글들에 참 많은 공감도 받았습니다.하지만 오늘 이 글은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개인적인 생각을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생각이 다름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본 예의나 언사는 많이 걸립니다.님이 박근혜대통령의 상황과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어떻게 해 내셨겠는지?에 대한 생각은 해 보셨나요?
사람을 그렇게 쉽게 단죄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여전히 보수이고 또 어떤 방향에서든 더 긍정적인 쪽에서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습니다.지식인이시고 똑똑하신 분이기에 그렇게 표현하고 생각할 수 있나요?
저는 바보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습니다.저의 생각은 그렇지가 않으니요.
저는 정치는 잘 모르고 잘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박근혜대통령이시고
어찌 되었건 이 상황
오늘 이 현상황에서 어떻게 풀어 나가는 것이 진정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가 잘 되는 쪽의 일인지는 깊이 새겨봐야겠습니다.
어느 대통령 때는 탄핵이 대통령이니까 넘어 갈 수 있고
또 어느 대통령 때는 대통령이기에 탄핵되어야된다는 논리 자체도 모순입니다.
그대 역시 여성임을 알았습니다.
진정 지금 박근혜대통령께 그렇게 대 놓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이신지?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시길 원합니다.
글쓰시는 분이시니 표현의 자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님이 쓰신 글이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도 분명 이젠 생각하셔야됩니다.
님은 이미 글발이 세시고 영향력이 있는 분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시니요.
koyang283님의 고견 잘 들었고 개인적인 그 생각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많이 안타까움이 서서
그냥 저의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어찌 되었건 나라가 속히 안정이 되어야되지 않겠습니까?
나라를 떠나서 이민와서 사는 이민자인 저이기에 멀리서 조국을 바라보는 심정이
너무 슬퍼서 그냥 저가 할 수 있는 기도만 할 뿐이지만
이렇게 대 놓고 대통령 욕하시는 분들은 좀 야속하시기도합니다.
마산!
참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나신 koyang님
그 푸른 바다의 넓은 마음으로
더욱 나라를 생각하는 입장이 정말 그렇게 나와야되는 것인지?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봐 주시길 원하며 기도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사랑하며 축복하며
저의 지금 현재의 마음을 담았으니 속상해하시지 마시고요.
저의 마음은 그렇다는 것을 전했습니다.
다들 생각이 같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인정합니다.
다들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인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 나라가 위험에 처할 문제라면 더욱 신중해야될 시기임도 맞습니다.
3월 1일이네요.
이 날이 더욱 가슴 깊이 감사함으로 전해옵니다.
그 때의 그 만세 소리 가득했던 함성을 기억하며 기도하겠습니다.
koyang4283
2017년 3월 2일 at 10:02 오전
감사합니다. 생각은 서로 다를지언정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똑 같을 거라는 말로 갈음 합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J Kim
2017년 3월 2일 at 6:25 오전
고양님의 글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박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대부분의 국민들 마음처럼 속으로 응원하며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기원했었습니다. 하지만 취임하고 얼마 안돼 무능하고 독선적인 성향이 보이더군요. 최순실 스캔들이 터져나오기 한참 전부터였지요. 본인의 주머니에 챙긴건 없다고 강변하지만 정말 깜도 안되는 비선의 국정농단과 비리, 부패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믿기어렵습니다. 해외에서 살고있지만 항상 조국의 안녕과 번영을 비는 교포로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곳에서도 교포들이 둘만 모여도 각자 성향에 따라 갑론을박이니 어서 헌재의 결정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사태가 진정되기는 커녕 더 난리가 날 것 같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