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두물머리’에서

양평은 ‘물의 고장’입니다. 남한강이 흐르고 북한강이 흐릅니다. 이 두 물이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일컬어 ‘두물머리’라 하지요. 이렇게 이름지은 이 땅 사람들의 부드러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두 물이 만나는 것은 자연의 흐름이요 이치일진대 굳이 이를 이렇게 이름지은 것은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간의 상생을 도드라지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두물머리에 황포돗배가 한 척 떠 있습니다. 떠 있기만 할 뿐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떠 다니지 않는 황포돗배는 옛날의 두물머리로 우리들을 이끌어 갑니다. 저 배에 몸을 실었던 한 분이 문득 생각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지요. 인근 남양주 땅의 마재에서 태어나 18년 강진 유배를 제하고는 평생을 마재에서 사셨던 다산 선생은 한강 물을 참 종아하셨던 분입니다.

그가 남긴 많은 글 중에서도 한강, 특히 마재 앞을 흐르던 소내(川)에 관한 글들이 많습니다. 소내 나룻터는 다산 선생을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입니다. 형인 약전과 유배를 떠날 적에도 소내 나룻터에서 배를 탔고, 인근의 천진암이나 운길산을 소요할 적에도 소내를 통해 두물머리를 지났을 것입니다. 선생이 강진 땅에서 연을 맺었던 진솔과 그들의 어린 딸 홍임의 체취도 느껴지는 소내 나룻터이지요. 최문희가 쓴 소설에는 이 모녀가 다산을 따라 마재에 와서 꿈 같은 몇날을 지나다 다시 강진으로 내려가는 아련한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두물머리에는 ‘두물경’이라는 큰 바위석이 하나 있습니다. 한강의 제 1경이라는 뜻에서 세운 바윗돌이라 합니다. 이 바위 둬에 시 한편이 새겨져 있습니다. 황명걸 시인의 ‘두물머리’에서라는 시 입니다. 평양 출신인 시인의 바람은 통일이겠지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이 지점에 새겨진 이 시에서 노 시인은 남북의 하나 됨을 절절한 심정으로 간구하고 있습니다.

양평 땅의 옛 선인들이 이 지점을 두물머리라 이름지은 뜻은 남북으로 갈라진 오늘의 한반도 현실을 미리 알고 이를 흐르는 물 처럼 풀어가라는 지혜를 던져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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