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 입맛도 변한다. 변한다는 것은 딴 게 아니다. 대체적으로 입맛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무얼까. 아무래도 맛을 느끼는 미각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 각가지 음식에 시달리면서 무뎌져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입맛이 없어지는 가운데서도, 그래도 입에 당기는 먹을 거리는 아무래도 고향에서 먹던 것들이 아닐까 싶다. 오래 된 입맛에다 추억까지 안겨주니까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바다를 낀 따뜻한 남쪽의 마산은 옛부터 해산물이 풍부하던 고장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입에 익숙해진 것은 각가지 해산물이다. 해산물에 익숙한 입맛은 좀 까다롭다. 사철 소고기 등 육고기만 먹는 입과는 다르다. 까다로운 입맛 탓일 것이다. 마산 사람들은 예로부터 제 철 해산물을 고집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가을 전어가 그렇고 봄 도다리 쑥국 등이 그렇다.
도다리 쑥국 철이 지나 봄이 흐드러질 무렵 이곳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게 하는 게 있다. 바로 ‘딱새’다. 갑골 새우과에 속하는 딱새를, 이곳 사람들은 옛날부터 ‘까재,’ 그러니까 가재로 불렀다. 그러다 해산물 분포와 구분이 세분화되면서 갯가재로 불린다. 딱새는 마산 외 지역인 거제나 통영 등지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딱새는 ‘딱새우’의 줄임말로 보인다. ‘딱’이 들어가는 이유는 이 가재들이 잡아 올려져 무리지어 있을 때 “딱, 딱”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또 이 가재는 쏙의 일종인데, 쏙과 똑 같이 닮았다고 해 ‘똑쏙’이라 부르다 딱새로 변했다고 얘기도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쏙하고는 이 가재가 ‘쏙가재’라고도 불리는데서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딱새는 4-5월이 제 철이다. 이 시절이 딱 마츰맞은 시절이다. 마산에 딱새를 먹기위해 내려 온 것은 아니지만, 딱새가 제 철인 만큼 반드시 먹고가라며 친구와 선배가 이끈다. 오후 늦게 선창가로 갔더니 어물전에 딱새가 눈에 안 띈다. 선창가에서 건어물상을 하는 선배 동기 말로는 아침 일찍 선창가 어판장에 나와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의 입맛을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어디 어디로 가 보아라. 혹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 그리 찾아갔더니 정말 딱 한 곳에 딱새가 있었다. 펄펄 살아 뛰는 싱싱한 딱새다. 1kg에 2만원인데, 바구니에 가재를 담는 아주머니의 손도 넉넉하고 푸지다. 2kg을 샀다. 선창가를 버리고 선배가 잘 가는 인근의 한 식당에 들고 갔다.
식당은 바빴지만, 그 집 아주머니는 우리 만큼이나 딱새를 반긴다. 막걸리 두어 병 비웠을 때 알맞게 쪄진 딱새가 나왔다. 푸짐했다. 좀 남겨놓고 가져 온 게 대충 보아 대략 30여 마리는 되는 것 같다. 남겨놓은 것은 다른 선배 한 분을 위한 것이다. 딱새는 먹기에 좀 까다롭다. 잘 까야하기 때문인데, 그 게 만만찮다. 그래서 우리들은 어릴 적 그냥 통채로 베어물고는 그냥 자근자근 씹어 먹었다. 바위라도 갈 만큼 싱싱하고 강건했던 이빨의 시절이 아니던가. 지금은 그렇게 먹을 수는 없고 그냥 대충 껍질을 까고는 골라 씹는다. 산란기라지만 알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알배기는 입안을 풍성하게 한다. 짭쪼록한 갯 내음이 확 풍기는 고향의 맛이다. 어릴 적에는 된장찌게로도 많이 해 먹었다. 구수한 된장과 딱새 특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그 맛은 일품이었다. 그러고보니 딱새 된장찌게를 먹은지도 오래 된다. 바쁜 그 식당에서 딱새 된장찌게까지를 바란다는 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욕심을 접었다. 선배 한 분이 더 오시고 남은 딱새가 또 나왔다. 막걸리와 딱새, 그리고 선배와 친구. 모두 고향들이다. 모처럼 푸짐하고 맛 있는 고향의 맛을 보았다.
데레사
2017년 4월 13일 at 1:11 오후
먹고 싶어요. 남편도 좋아해서 마산 가면
미더덕과 함께 사왔지요.
국내인데도 이제는 잘 안가게 되어서
선생님의 포슽으로 대리만족 합니다.
koyang4283
2017년 4월 13일 at 6:43 오후
아이구, 혼자 먹고와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