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홍 은혜 여사를 追慕함
세상은 북한핵이니 대선이니 미세먼지니 해서들 어수선한데, 그 한켠에서 우리들은 어느 한 분의 부음을 언뜻 지나가는 흔적의 하나로 한갖지고 담담하게 접하고 있다. 홍 은혜 여사가 별세했다는 소식이다. 100세를 넘긴 여사의 부음을 매스컴에서 대하고 어떤 분인지 의아스러워 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그리 무심하게 넘길 일은 아니다. 어찌보면 홍 여사의 별세는, 사람의 측면에서는 한 세기 이상의 역사를 마감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다.
알만한 사람들은 홍 여사를 ‘해군의 어머니’로 기억한다. 홍 여사의 부군이 우리나라 해군의 창설자인 손 원일 제독(초대 해군참모총장. 1980년 작고)이고, 홍 여사 또한 남편을 도와 해군의 발전과 이를 통한 나라 수호에 큰 힘을 보탠 분이기 때문이다. 정부 수립 후 해군 최초의 전투때으로, 6.25전쟁 당시 큰 전과를 올린 ‘백두산함’을 사들이는데 가장 앞장 썼던 분이다. 이 함정을 미국으로부터 사기 위해 자신은 물론이고 전국의 부녀자들로 하여금 삯바느질로 모금을 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해군의 군가인 ‘해군가’를 만들었고, 해군들 사이에 가장 널리 불리어지는 ‘바다로 가자’를 작곡하기도 했다.
홍 여사는 마산 출신이다. 마산여고를 거쳐 이화여전 음악과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마산으로 얘기를 좁히면, 홍 여사와 그 가족들의 면면은 지역적으로는 더 더욱 기억될만 할 것이다. 개교 100년을 넘긴 마산여고의 역사와 발전을 운위할 때, 1회 졸업생으로 초대 동창회장을 역임한 홍 순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몸빼 바지’로 유명한 홍 순기가 바로 홍 여사의 언니이니, 둘은 마산여고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홍 여사는 또 1945년 마산중학교 음악교사로 있으면서 ‘마중 애교가’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 노래는 마산고등학교의 교가로 한 때 불리기도 했다. ‘애교가’의 글을 지은 분은 홍 여사의 오빠인 홍 정은 선생으로, 그는 미 군정청 초대 마산청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매제인 손 원일 장군을 도와 해군 발전에도 앞장섰던 분이다.
홍 여사와 그 가족들의 100년 한 세기에 깃든 얘기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 근. 현대사의 한 맥락에 이어지는 역사다. 홍 여사의 지난 근황을 해군출신 한 선배로부터 접한 게 지난 해이다. 홍 여사는 그 때까지도 서울 대방동 자택에 머물면서 여러가지 해군의 대. 소사에 관심을 기울일 만큼 해군 사랑이 지극했다고 전해진다. 대한민국 해군에 대한 사랑은 여사의 후생에도 이어질 것이다. 이제 ‘백두산함’을 타고 푸른 진해 앞 바다를 건너 좋은 세상으로 가기를 빌어본다. 명복을 빈다.
데레사
2017년 4월 20일 at 2:40 오후
몇년전 텔레비전에도 나오셨지요.
연세드셨어도 단아하고 총명하시던데
고인이 되셨다니 세월이 야속합니다.
편히 잠드소서!
journeyman
2017년 4월 20일 at 4:31 오후
해군의 어머니이자 마산의 어머니셨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