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는 급작스런 것이다. 국정농단에 놀아 난 대통령 탓이다. 1987년 이래 이제껏 정권 교체는 그런대로 뭐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최소한의 어떤 예측성을 바탕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에 의해 혼비백산 바가지를 덮어 쓴 국민들은 숨 좀 고르며 여러 형편을 가다듬을 여유도 없이 창졸간에 다음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지경이 됐다.
신이 나고 폼을 잡는 것은 진보좌파 진영이다. 그들이 잘 해서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대통령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부끄럽고 더러운 짓으로 감옥에 갇혔고, 그에 따라 보따리를 싸기에 바쁜 보수정권의 지리멸렬 때문이다. 좌파진영으로서는 어부지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추세대로 가면 좌파들이 정권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군사정권을 포함해 김영삼 정부까지를 보수정권이라고 본다면, 그 후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권력체제는 진보좌파 정권이다. 그러다 이명박에 이어 도중하차 한 박근혜까지는 또 보수정권이다. 양 진영이 그런대로 사이좋게 교체를 해오고 있는 셈인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선이 순서대로 진보좌파들이 집권을 한다는 게 전혀 이상스런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도 정치적으로 많이 성숙해졌기에, 종래의 평화적 교체를 전제로 한다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그 시기가 너무 갑작스럽게 왔다는 것이고, 그 내용 또한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어떤 정권이 국가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이것저것 따져보며 숙고해야 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대통령의 잘못으로 국민들은 진보좌파에 정권을 내 주어야 할 처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지경으로 정권이 진보좌파 진영에 넘어가는 게 예전과는 달리 좀 심상찮다는 관측이 허다하다. 이번에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이 땅이 공산화로 전변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 중의 하나다.
이 땅의 진보좌파는 끈질기다.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한반도의 북쪽에 연대의 끈이 닿은 집단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예전 김대중-노무현 10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절치부심해 왔고, 이를 위한 학습과 투쟁을 여러 방면에서 전개해 왔다. 이 땅에 북한을 따르는 추종자와 친북성향의 진보좌파들이 전에 없이 많이 늘어난 것은 그런 노력의 가시적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대선주자들 가운데 현재 가장 유력시 되고 있는 문재인은, 이 나라의 그런 어두운 전망을 가능케 하는 아이콘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와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이른바 촛불민심을 등에 업은 후, 그간 노골적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던 종북 성향을 나름 정당화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촛불민심이, 촛불 밑이 어두운 것을 모르고 있는 점을 적절하게 이용해 성공한 것이다. 촛불민심을 악용한 문재인과 그 측근들의 종북 성향은, 문재인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안보관 검증의 잣대로 대두된, 지난 2007년 유엔 대북인권결의안과 관련한 그의, 북한을 등에 업은 언행 논란을 ‘색깔론’으로 몰아가면서 거짓 변명과 함께 거칠게 덤비고 있는 태도에서도 그게 읽혀진다. 문재인 주변들도 모두 그렇다. 한 측근은 우리 정부의 당시 대북결의안에 대해 북한에 의견을 구한 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며 대들고 있다. 한 마디로 배 째라는 것이다. 이런 행태 등으로 수세에 몰리자 문재인은 더 노골적이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발표한 집권 후 대북정책이 그것이다. 그는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북한과 평화공존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功과 過가 있었다고 하지만,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빌미를 준 햇볕정책은 이미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에만 유리했던 이 정책을 계승하고, 북한과 평화공존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북한에 바치겠다는 뜻으로 읽혀지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말하자면 햇볕정책을 바탕으로 대북 평화공존을 도모한다는 것은, 바로 북한이 그토록 바라는 북한과 미국 간의 평화협정을 우리 손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나 다름없다. 미-북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다음 단계는 주한미군 철수다. 그 다음 단계는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다. 여기에 개성공단을 우리의 창원공단보다 세 배나 확대해 재개하겠다는 계획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문재인은, 이미 자기 세계가 온 마냥 이처럼 아주 공세적이다. 운동장이 기울고 있다는 나름의 판세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보수진영 후보들은 그 면면이 허약하기 짝이 없다. 결점 투성이인 후보에다, 제 잘난 척하는 후보, 그리고 더구나 그 주제에 자기들끼리 머리 굴려가며 치고 박고 헐뜯는 작태들은 희화적이기까지 하다.
이 지경에 박근혜도 그다운 작태를 보태고 있다. 보수의 이런 위기는 전적으로 그녀의 잘못으로 인해 촉발된 바 크다. 사안이 이런 줄 알면 회개를 바탕으로 뭔가 사즉생(死即生)의 의지를 표명하는 게 그나마 한 때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남아있는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감옥에 들어앉아 고작 하는 일이 큰 집 팔아 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 돈으로 잘 나가는 변호사 고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 결국 보수의 위기 속에 박근혜도 사그라질 것 같다.
보수와 박근혜가 망해도 나라와 국민은 살아남아야 한다. 정말 이런 위기를 타개해 나갈 특단의 대책은 없는 것일까.
journeyman
2017년 4월 25일 at 2:13 오후
이대로 가면 문재인의 당선은 확실해 보입니다.
문재인 스스로도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구요.
단일화를 통한 반문연대를 이루어야 하는데 도무지 대항마가 보이지 않네요.
koyang4283
2017년 4월 26일 at 6:31 오전
“우물쭈물 하다 내 이럴 줄 알았어…”라는 버나드 쇼의 유언이 떠 올려지는 이즈음입니다. 참 큰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