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상정과 인사동 ‘숙칠공’

정치 과잉의 시절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돼 대통령 선거로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과잉도 문제지만, 사람 사는 세상, 정치에 관심을 안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들 민초의 관심이라 해봤자 그저 말 한 마디 보태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 과잉의 시절에는 말도 조심해야 한다. 어쩌다 한 마디 잘못 했다가는 몰매 맞기 십상이다. 정치 과잉은 정치 민감을 부르고 그 민감은 우리들 민초에게까지 신경과민을 안기는 것이다. 그러니 니 편, 내 편 가르는 그 신물나는 정치 얘기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정치와 정치인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치 과잉의 시절일 뿐더러 정치 얘기가 신물나니 정치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뜨고있는 심 상정 후보를 보면 술 맛나게하는 주모 같으다. 옛날 인사동에 우리들이 ‘숙칠공’이라고 부르는 ‘주모’가 있었다. 숙칠공이라함은 자기가 숙명여대 70학번이래서 붙여준 별명인데, 실제로는 67학번이었다. 이 양반 술집이 수도약국 옆 지하에 있었는데, 야당 정치인들 단골이 많았다. 입성이 하도 좋아 웬간한 정치인들은 그 입성에 포로가 되기 일쑤였다. 어느 느지막한 날인가, 지금은 고인이 된 김근태 형이 당하고 있길래, 그 분 형님되시는 국태 씨 얘기로 방향을 틀어 구출(?)해주기도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렇다. 국태 그 분을 국태 씨라고 말했는데, 근태 형이 불 같이 화를 내는 것이었다. 어찌 감히 나의 형에다 ‘씨’을 달아 그렇게 호칭할 수 있냐는 것이다. 술이 많이 취했던 김 근태 형은 그리고는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지금은 고인이 된 그 분을 생각하면, 아무리 술김이었다 하더라도 가족사도 잘 모르면서 마음을 심란하게한 것 같아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심상정에게서 그 주모가 떠 올려지는 것은 얼골 인상도 많이 닮았거니와, 남자 뺨 치는 담대한 모습과 그 말 잘 하는 시니컬한 입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강성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여성으로서의 감성이 모자란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점에서 가끔 심상정이가 후제 우리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남을까가 궁금하다.
숙칠공 그 주모가 인사동을 뜬지도 오래됐다. 십 여년이 됐다. 고양 벽제 어딘가에서, 홀로 키운 의사 아들과 살 거라고 인사동 떠날 적에 언질을 줬는데. 거기서 그리 살고있는지 모르겠다. 나의 전화번호가 옛 그대로이니, 혹여 이 글을 보고 연락이나 한번 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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