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遺憾

신문기사는 쉽고 평이하게 써야 한다. 신문기자에게는 철칙이다. 대개 초등학교 4, 5학년 수준의 해독력으로도 이해될 수 있도록 써야하는 게 신문기사다. 그런데 가끔씩 어렵고 이상하게 쓴 기사를 종종 보게 된다. 어려운 문자나 이상한 외래어를 썩는다든가 어렵게 기사를 쓴다고 기자의 능력이 과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복잡한 사건을 쉽게 이해가 가도록 쓸 수 있는 기자가 유능하고 능력이 있는 기자다. 능력뿐 아니라 독자를 위한 배려의 관점에서도 좋은 기자라 할 수 있다. 오늘자 한 조간신문을 보는데 읽기에 이상하고 거북스런 한 기사문이 눈에 들어온다. 이상하기도 하지만, 보기에 좀 얼치기 수준으로 느껴지는 기사다. 논란의 와중에 있는 검찰관련 기사인데, 이영렬 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간의 만찬회동에 대한 검찰 측의 변명을 늘어놓은 기사다.

소개하면 이렇다. “이 지검장이 법무부 국실별로 돌아가며 만나는 자리였고, 검찰국은 그 중 하나(one of them)였다” 운운.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그 중 하나’를 얘기하면서 ‘one of them’이라는 영어 관용구는 왜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다. 인터뷰 당사자가 그 말을 쓴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 중 하나’라는 표현을 이해 못할 독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는 독자를 좀 우습게보고 쓴 처사로밖에 볼 수 없는 기사다. 이런 류의 기사문을 가끔씩 보는데, 물론 사건의 과정이나 상황에 따라 외래어 표현으로 처리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을 이처럼 필요 이상의 표현으로 처리함으로써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한 기사는 용어의 선택이 좀 진부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부 방문을 전하는 기사인데, 이런 대목이 나온다. “국방부 직원 100여명이 커다란 함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다. .. 문 대통령은 몰려든 직원들과 계속 악수했다. 일부 직원이 공책을 들고 사인을 요청하자 웃음을 지으며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써서 건넸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기사에 나오는 ‘공책’이라는 표현이다. 사인을 받기 위한 ‘공책(空冊)’인데,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메모장도 되고 잡기장도 되고 필기장도 되는 것이 공책 아닌가. 그렇지만 공책이라는 이 용어에서는 구시대적인 느낌이 든다. 공책은 1950, 6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에게는 익숙한 단어지만, 지금은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트나 수첩, 메모장 등 보다 세분화 된 말이 있는데, 구태여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방부 직원의 ‘공책’이라는 점에서는 특히 국방부 특유의 보수성이 언뜻 느껴지는 독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5월 18일 at 5:01 오후

    최순실 사건에서 부역이라는 단어도 저는 좀 의아하던데요.
    6,25를 전후해서 빨갱이들에게 협력한 사람들을 부역자라고
    했는데 이제와서 그 용어를 쓴다는것도 많이 이상했어요.
    기자들도 언어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아야 할것 같아요.

    • koyang4283

      2017년 5월 19일 at 9:25 오전

      언어는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부역’이란 말의 뜻도 그렇지요. 그 게 다시금 회자된다는 것에 시대의 한 편향성을 나타내는 것이겠지요

  2. journeyman

    2017년 5월 18일 at 6:00 오후

    예전에는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지금은 그런 과정이 많이 생략되다 보니
    아무래도 자질부족인 기자들이 생겨난 듯합니다.

    • koyang4283

      2017년 5월 19일 at 9:29 오전

      요즘은 신입기자들 견습과정이 아무래도 옛날하고는 다르겠지요. 예컨대 기사작성에 있어서도 상식이나 소양을 바탕으로 한 것보다는 감각 위주로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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