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서울 나간 김에 들린 집이다. 선배가 하는 닭갈비 전문집인데, 개업한지 40여 일 됐다. 신문사 후배랑 점심 무렵에 약속을 하고 간 집이다. 후배랑 대낮에 만나면 점심만 하겠는가. 낮술이 따라올 것이다. 서울에서 낮술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낮술 파는 곳 찾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눈치도 봐야 한다. 후배와 약속을 하면서 미리 선배가 하는 이 닭갈비 집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서대문 서소문 아파트 뒤 이슥한 골목에 숨은 듯이 자리잡고 있어, 낮술에 따라붙는 이목의 부담을 덜 수가 있다. 이 집은 점심 때부터 문을 연다.
선배가 나와 반겨준다. 선배는 식당 경험이 많다. 부창부수라고 형수도 그러하다. 닭갈비 전문점을 한다고 들었을 때, 퍼뜩 춘천 출신도 아닌 사람이 웬 까다로운 닭 갈비 장사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는 그러나 작심하고 닭 갈비에 붙은 모양이다. 형수는 그 준비과정에서 춘천의 이름 난 닭 갈비 집에서 ‘연수’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래도 과연? 이라는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닭 갈비는 요리 자체가 쉽지 않다. 손질이 중요하다. 갈비 부위의 살을 잘 저며내야 한다. 닭 갈비라고 갈비 살만 쓰는 게 아니다. 가슴 살 부위나 닭 다리 살과의 적절한 배합도 중요하다. 갈비 살에서 나오는 육즙이 커버를 잘 해 전체적으로 촉촉한 감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곤 양념과 소스다. 양념은 고기에 고루고루 잘 스며들도록 해해야 한다. 양념 맛은 닭갈비 전문점마다 각기의 비방이 있는데, 선배의 이 식당은 형수가 닭 갈비를 익히려고 한 동안 일 한 춘천의 그 집 것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그것을 기본으로 손님 연령층의 취향에 따라 약간씩 양념의 강도를 조절한다고 한다.
처음 이 집에 들려 맛을 보았을 때는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나이 든 손님들로부터 더러 들었던 모양이다. 그 다음엘 갔더니, 약간 맵쌀하고 짭쪼롬한 맛이 우리들 입맛에 맞았다. 깔끔한 맛이었다. 소스 또한 마찬가지다. 선배 집은 근처에 서대문경찰서와 경찰청이 있어 젊은 경관들이 많이 온다. 그 젊고 건장한 친구들의 입맛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소스도 그 종류가 몇 가지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닭이다. 닭 갈비 전문점들은 다들 국내산 닭을 재료로 쓴다고 선전하는데, 백 프로 그 말을 신뢰할 수는 없다. 더러 수입산 닭을 국내산으로 속여 쓰다가 적발되는 경우들에서 잘 알 수가 있다. 국내산이냐, 수입산이냐는 먹어보면 단박에 알 수가 있다. 국내산 닭갈비는 씹을 때 촉촉한 육즙이 나온다. 이에 반해 수입산은 뻑뻑하고 텁텁하기 때문에 쉽게 구별이 된다. 선배 집에서 하는 닭갈비의 닭은 춘천에서 매일 공급되는 싱싱한 국내산 닭을 재료로 쓴다고 했다. 이 집 닭 갈비 맛을 보면 그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번에 비해 상차림이 조금 달라졌다. 참숯 불이 준비되고 닭 갈비가 나오기 전에 돈가스가 나왔다. 웬 돈가스냐고 했더니, 돈가스가 의외로 닭 갈비와 잘 어울린다고 했다. 물론 점심 메뉴에 돈가스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근처 직장인들이 우루루 몰려 와 닭 갈비를 먹다가 돈가스를 함께 시켜 먹었는데, 그 맛에 매료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그 이후로 돈가스는 닭갈비에 덤으로 따라 나오는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돈가스로 식욕을 살짝 돋운 뒤 먹는 닭갈비 맛이 역시 일품이다. 참숯불에 알맞게 잘 구어진 닭갈비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보기좋은 게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맞다. 고기 맛은 부드럽고 연하면서도 씹기에 포만감을 안길 정도로 식감이 좋다. 오도독거리는 부위의 고기는 또 다른 맛이다. 선배에게 국물로 뭐 마땅한 게 없느냐고 물었다. 좀 기다렸더니 뚝배기 한 그릇이 나온다. 갈비탕이다. 갈비탕도 물론 이 집의 식사 메뉴다. 이 갈비탕을 불판 위에 얹어놓고 먹으니 소주 안주 국물로 이만한 게 없다. 그 사이에 소주가 들락거렸다. 후배, 그리고 간간이 틈을 내 자리에 끼는 선배와 함께 잘 마셨다. 서대문 안의 오래 된 동네 서소문에서의 진한 낮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