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동행기/3

우리부부가1976년에처음만나고,1981년에결혼하여아이들둘낳아서잘기르고성가시켜서손주도둘이나보고하면서33년을지나왔다.올해는친손주가태어나서기쁜일이었지만,한편으로는아내의발병으로인하여기나긴치료과정을지나가는요즈음이다.요사이에내가직장에서퇴임후에느끼는것이지만완전한행복이라는것은잠간일수있고,다만주어진하루하루를열심히살아가는것이최선이구나하는것을새삼느끼면서살아간다.행복과불행이교차하면서나타나고,또한건강과아픔이몸과마음을구석구석돌아다니다가가장약한곳에자리잡고나타나서사람들을지치게만든다.그래서더욱간절한것이부부의동행이얼마나중요한지를요사이느끼면서깊어가는가을을지나가고있다.,

올해가을은유난히도청명한가을이계속되고있다.올해의강수량은조금부족하였지만,농사에는그만인날씨가계속되고있는것이다.참으로좋은계절을보내면서우리부부는아내의지루한투병의계절을보내느라제대로자연의순환을느끼지못하는것같아안타깝기도하고,이럴수록여유를가지고아내의몸과마음을추스리고자자연속으로들어가보기도하는요즈음의생활이다.

아내는지난7월에가슴의종양이발견되어복잡한검사,입원,수술,퇴원,통원치료,그리고2차치료인화학적치료를하느라요즘음은병원다니는것이일상이되어버렸다.아내가치료를하느라얼마나스트레스를받는지를알수있는사례가있다.지난9월17일에제1차화학치료차병원을가느라고고속도로를지나서울시내에접어들었는데,아내가갑자기가스불을켜놓고온것같다고안절부절을하는것이었다.나도걱정이되어아내를시내에내려놓고택시타고병원에가라고하여놓고다시차를돌려서집으로부랴부랴와보았다.가스불은제대로꺼져있었고,중간밸브도잠겨있었다.그래서아내에게"집은괜찮다."고하려고전화를하였다.그런데아내의전화벨소리가집안에서들리는것이었다.전화기를충전기에꽂아놓고그냥집을나선것이었다.그러는사이에아내로부터전화가왔다.병원에잘도착하여채혈하고기다리는중이라고,전화수단은공중전화를이용하여나에게전화를한것이었다.나는다시차를몰아병원에가서아내를만나서주치의로부터진료를받고다음단계인주사를맞으러통원주사실로가니,주사를맞고있는환자들이방에도가득차고,그리고복도에서의자에앉아서주사를맞는환자들로복도가가득차있었다.이것은고령화사회에본격적으로접어든우리나라의현상일것이다.

사실화학적인치료인주사를맞는것은2시간30분정도에끝나지만,그후에여러가지에대비한것들이많이발생하고,무척세심하게환자(아내)와내가조심하여일상생활을해야한다.특히음식중에날음식과기름진것을피하고,면역력이떨어지니날채소와과일등을직접손으로만지지말고꼭위생장갑을끼고하라는것과,물을많이마시라는것과,면역력이많이떨어지니밖에나갈때에는꼭마스크를착용하고나가며,가급적이면혼잡한곳에가지말라는것과,화학적치료의부작용으로서대표적으로나타는것이탈모이니대비하라는것이었다.

주사를맞고와서4일째부터아내가거의일어나지못하고,음식을제대로먹지못하면서잠만계속자고는하였다.참으로독한약이었다.그래서강제이다시피아내를끌고공원에나가서산책을하기도하고,집옆의음식접에가서맛있는것을사먹기도하였다.그러나아내는음식맛을모르겠다고한다.입안의속이헐었기때문이었다.

1차주사를맞은후에다시열흘후에다시병원에가서혈액검사를하니백혈구수치가떨어져있다하여촉진제를두번맞았고,세번째에는혈액검사를한바백혈구수치가제대로올라왔다하여주사를맞지않고,지하식당에서점심을먹고그냥집으로왔다.의사선생님으로부터주사를맞지않아도된다는말을듣고기뻐하는아내의모습을보니나도무어라말할수없이기쁘고감사하였는지모른다.

이제화학적치료,즉주사를4회맞아야하는계획에따라지난수요일에두번째주사를맞고왔다.어제부터아내가다시힘이없어서잘못먹고,드러누워잠을잔다.그동안에머리카락은거의다빠져버려서모자와두건을사와서쓰고일상생활을하고있다.

그런데자기가그렇게아픈와중에서도손주가집에온다면손주를위한음식을만들어서먹이느라고열심히주방에서칼질을하고무엇인가를끓인다.지난금요일에는내가데리고왔더니손주를주려고감자스프를만들었고,반찬으로는맛있는계란찜,새우찜을하여주는것을보고는속으로참으로대단한할머니이구나하는생각을하지않을수없었다.

나는아내가끙끙앓지만않고일상생활을제대로영유하는것을보고아주건강하게지내고곧제대로회복되어심신이예전으로돌아올것으로기대하면서같이걸어가고있다.

화학적인치료가어려워도시골고향에가자고하여지난연휴에는처제와같이시골에가서사흘을쉬고올라왔다.가서는풍성한가을거두고왔다.감을따고,호박을따고,토란을캐었으며,늦게맺은풋고추를땄으며,옆집의처제친구네서방금딴콩을한자루사왔다.지난번에갔을때에심은배추를돌보아주었다.배추모종55포기를사다가이식하였지만약40포기가제대로자라고있었다.잎에벌레가많이끼어있어서가루로된약을뿌려주고왔다.

토요일에는처제와같이세명이서바닷가바람을쏘이러태안군의신두리사구와학암포를보고왔다.몇년전에원유로덮혀서엉망이었던해변이이제는제대로복원이되어서우리들을반겨주고있었다.지난토요일에도인천대공원에가서산책을하고집으로돌아왔다.

손주가항상가지고다니는기차장난감(객차모형이두개이더라도,가지고다니는것은하나만가지고다닌다.)

태안군의신두리해변모습(몇년전에원유누출로인하여오염되었던해변,그옆에는사구가있다)

어느날손주를데리고아내와같이공원에갔다가,손주가꼭끼고다니는조그마한장난감(토마스기관차에다는애니라는객차모형)을공원벤치에놓고서모르고집에들어왔는데,손주가찾아서다른것(위의사진에있는두개의객차모형중에서꼭하나만가지고다닌다.)을주었는데,그것이아니라고집어던져버렸다.그래서내가다시손주와다니었던곳,어리이놀이터,산책로,공원,축구장을돌아다녀보았다.거의잃어버렸다고포기하면서다니는데,노인들께서모여서장기와바둑을두는옆의둥근벤치에그장난감이그대로있어서환호를지르며잘모셔와서손주에게주었다.

이런일상을통하여아내가힘을얻어서지루하고어려운치료를잘이겨내리라고본다.나도최선을다하여아내를밀어주어야한다.지금까지는이기심많은남편이었지만이제부터는제대로정신차려서아내를도와주고같이걸어가자.나도아내와같이되기위하여이발소에가서머리카락을밀어버릴까하는생각도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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