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퇴임한 심대평 충남지사 인터뷰

13년 7개월. 민 관선 도지사 4번을 역임하는 동안 ‘심대평’이라는 이름은 충남에서 사실상 ‘도지사’와 동의어였다고들 합니다.

공과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고, 새로 시작한 국민중심당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혹자는 ‘노욕’일 뿐이라고까지 얘기합니다.

지역의 큰 어른이 새 길을 걷는 때라 여기고,가감없이인터뷰 내용을 실었습니다.

또 하나의 지역당이 아니냐, 훌훌 털고 편안히 은퇴해 국가 원로로 지낼 수 있는 때에 왜 정글같은 정치판에 뛰어들었느냐는 ‘위험한’ 질문에 대해서도 심 지사 역시 긴 시간 가슴 속에 담았던 얘기를 했습니다. 본보 인터뷰 바로 뒤에 다른 신문사의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는데 시간을 거의 30분 가까이 넘겨 미안할 지경이었구요.

이 역시 또 하나의 ‘살아가는 얘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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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퇴임 앞둔 沈大平 충남지사

• “忠淸 생각하면 가슴 뜨거웠다”

발행일 : 2006.03.22 / 충청 A14 면 기고자 : 임도혁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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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두 가지예요. 남이 열어놓은 길과 내가 열어가는 길. 지금까지 남이 열어놓은 길을 따라갔으니 이제 내가 많은 사람들을 위해 가시밭길을 헤쳐 갈 차례지요.”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 대전시장 2번에 민·관선 도지사 4번을 역임했다. 도지사 재임기간만 무려 13년 7개월. 그가 오는 24일 퇴임한다. 국민중심당 대표로 지방선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이다. 20일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한 심 지사는 “장관 제의도 오고 총선 나가라고 등을 떠밀리기도 했지만 참 묘하게 충남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뜨거워져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14년 長壽도지사

“미국 슈라이너병원과 장애인 무료시술 협약을 체결했어요. 그 혜택을 받은 척수 장애인 소녀가 휠체어를 타고 갔다가 목발을 짚고 지사실로 걸어 들어왔지요.”

‘14년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우문(愚問)’에 심 지사는 “혼자 힘으론 일어서지도 못했던 아이가 다시 두 발로 땅을 딛고 서게 된 것을 보고 이게 바로 ‘인본(人本) 행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현답(賢答)’했다. 지사 집무실 책상 옆에는 충남도기가 놓여 있다. 여기에 매달린 1등 ‘수치(綏幟·깃대 위에 묶는 길고 가는 천)는 재정운영 등 굵직한 종합평가만 골라냈음에도 80여개. 숱하게 많은 1등을 했지만 2001년 전국체전 우승은 그에게 ‘가장 감격적인 1등’이었다. “우승기를 들고 흔들며 ‘충남이 1등이야’ 하고 감격에 겨워 크게 외쳤지요.” 대전시 분리 및 도세(道勢) 회복, 저소득층을 위한 생계보호 특별지원 조례 제정, 서해안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정, 안면도 꽃박람회 개최,아산 탕정 LCD단지 유치 등이 그가 재임 중 해낸 일들이다.

◆"충청당이 무슨 문제?"

“세계 어느 나라도 지역의 뿌리가 없는 정당은 없어요. 영남당, 호남당은 아닌데 충청당만 지역당이다? 충청은 세(勢)가 적기 때문에 나눠 먹을 수 있다는 발상일 뿐이지요.”

자민련에 이어 또 하나의 지역당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심 지사는 “이제는 지역에 확고한 뿌리를 갖고 국가경영을 병행해 나갈 수 있는 세력이 탄생할 때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심 지사는 “현 정부에서 보듯, 정치에 경험이 없으면 이상주의로 흘러 독선으로 가고, 국가 경영에 경험이 없으면 판단을 그르쳐 많은 국민을 좌절시킨다”며 “5년에 한번 나라를 송두리째 뒤집는 식의 국가 경영은 이제 그만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극좌 극우로 국민을 편가르지 않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희망 정치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방선거는 어떻게?

“싸움을 만들고 남을 공격해야 분위기가 뜨는 것이 우리 정치판의 현실이지요.”

심 지사는 “하지만 국민중심당은 남의 잘못만 물고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고한 정책 비전을 갖고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勢)가 붙으려면 사람을 모아야 하고, 그러려면 힘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중심당은 아직 사람도, 권력도, 돈도 갖추지 못했어요.” 심 지사는 “그래서 시·도당이 중심이 돼서 운영되는 분권형 정당이 필요한 것”이라며 “시·도지사 후보를 빨리 가시화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정책을 알려나가면 선거전 때는 뜨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나라·열린우리당은 정권 심판, 지방권력 심판 등을 내세워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논리로 끌고 가고 있다”며 “도민들은 그런 얕은 수에 속지 않을 것이며 충청발 선거혁명을 이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지사는 은퇴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때 정글같은 정치판을 선택했다.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처음 도지사에 출마했을 때 아내가 낙상해 갈비뼈에 금이 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어요. 근데 누가 ‘심대평이 별거 중이고 곧 이혼한다’는 소문을 낸 거야. 그 소문을 듣고 복대를 온 몸에 감고 여기저기 다닌 사람이야 그 사람이.”

심 지사의 새로운 선택은 곧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게 된다. 5월 지방선거가 그 첫 무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