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영화’, 맨날 요청만 하다 요청받고 꼽아보니

문화계간지 ‘쿨투라’에서 지난해의 영화 관련 설문 요청을 받았다. ‘올해의 한국영화’ 세 편, 외국영화 세 편, 독립영화 두 편을 정하고 각각 선정이유를 밝혀달라는 건데…

맨날 요청만 하다가 요청을 당하니 이것도 꽤 만만찮은 일인 걸 알겠다. ^^

한국영화는 꼽을 영화가 그리 많지 않아 고르기가 힘들었고,
외국영화는 ‘단 세 편’ 안에 꼽을 수 없어 아쉬운 영화들이 꽤 있었다.

 

잠깐s

 

■ 올해의 한국영화 (Best movie of the year·Korean)

 

º 수상한 그녀(Miss Granny·감독 황동혁)
  멜로, 신파, 코미디, 음악의 적절하고 영리한 균형

º 빅매치 (Big Match·감독 최호)
  살짝 저평가된, 한국 웰메이드 액션영화의 신선한 얼굴

º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감독 진모영)
  첫사랑보다 깊은 끝사랑, 한국 관객의 변태적 위대성을 증명하다

■ 올해의 외국영화 (Best movie of the year·Foreign)

º 5일의 마중 (Coming Home·감독 장예모)
  사람은, 사랑은, 역사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고 꾹꾹 눌러 말하는 영화. 우리는  모두, 이미 와 있는 누군가(무언가)를 기다리는 삶이지 않은가.

º 보이후드 (Boyhood·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평범한 삶의 비범한 본질을 드러내는, 가장 포스트모던한 방식의 가장 모던한 영화적 성취

º 인터스텔라 (Interstellar·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과학과 상상력의 그물로 길어올린 무결점 SF 에픽

■ 올해의 독립영화 (Korean Independent Films of the Year)

º 현기증 (Entangled·감독 이돈구)
감독의 천재성이 관객의 호흡을 압도하는 매력적 혼종 장르 영화. 다음 작품선 조금 숨 쉴 틈을 주시길.

º 목숨 (The Hospice·감독 이창재)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을 향해 보내는 진지하고 선한 충고. 다음 작품선 음악을 조금 절제했으면.

 

후기.

올해의 외국영화에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Her)’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Two Days One Night)’
꼽을 수 없어 못내 아쉬웠다.
외국영화 중엔 이외에도
코엔 형제의 기괴한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더그 라이만의 저평가된 SF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바시르와 왈츠를’ 아리 폴만의 세기말 우화 ‘더 콩그레스(The Congress)’,
조나단 글레이저의 서늘하고 명상적인 SF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 등이
각각 올해의 영화로 꼽힐 만한 나름의 미덕을 갖췄다고 봤다.
독립영화 중에서도
이학준 감독의 K팝 욕망보고서 ‘나인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Nine Muses)’,
임유철 감독의 진심을 담은 소년축구 다큐 ‘누구에게나 찬란한(Glory for Everyone)’
이 두 편을 꼽지 못해 아쉬웠다.